스물두 번째, <마당을 나온 암탉>

박정은 책찌짝찌 독서모임 회원

알을 얻기 위해 기르는 난종용 암탉인 ‘잎싹’은 돌아다니거나 날개를 푸덕거릴 수도 없는 좁은 닭장 철망 속에서 지낸다. 잎싹에게는 간절한 소망이 하나 있다. 알을 품는 것, 그래서 병아리의 탄생을 보는 것, 이것이 잎싹의 간절한 소망이다.

양계장 문틈으로 보이는 문밖 세상. 오리들, 늙은 개, 수탉 부부가 어울려 지내는 마당은 잎싹이 끼어들 수 없는 또 다른 세상이었다. 잎싹도 그들과 함께 두엄을 헤치거나 나란히 걷고 또 알을 품고 싶었다. 하지만 병이 들어 더 이상 난종용 암탉의 역할을 할 수 없게 된 잎싹은 늙은 암탉들과 함께 죽은 닭을 버리는 구덩이로 버려지게 된다. 간절하게 바라던 탓일까. 가까스로 구덩이에서 나오게 된 잎싹은 나그네라 불리는 청둥오리를 만나게 된다.

누구도 불러주지 않는 이름을 스스로 지어 자신에게 불러주었던 잎싹은 아마도 자신을 굉장히 사랑하는 암탉이었음이 분명하다. 비바람도 피하고, 잠도 잘 수 있고, 밥도 주고, 답답하지만 안전했던 닭장에서 나와 온통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닭장 밖 세상에서 살아있음을 느끼게 되고, 그토록 원했던 알을 품고 낳아서 키우고 새끼를 지켜주는 일까지도 하게 된다.

잎싹이를 만나고 나서 난 이런 생각들을 해보았다. 지금 나는 어떠한 모습으로 살아가고, 또 어떠한 모습을 원하고 있는지. 편안한 삶 속에서 만족하며 살까, 아니면 좀 불안할 수는 있겠지만 넓은 곳에서 다양한 삶을 살까?

나는 과연 잎싹이처럼 그 마당을 나올 수 있는 용기를 가질 수 있는 사람인지 오랫동안 내 자신을 돌이켜보고 싶어졌다. 항상 변화를 꿈꾸고 소망할 수 있는 그런 자신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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