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파초 박정미 영양선생님

현대 사회는 디자인, 스타일을 중요시하는 시대인 것 같습니다. 가전제품 하나를 사더라도 내구성도 중요하지만 미적 감각과 집 안의 인테리어를 고려하여 선택하게 됩니다. SNS와 미디어의 영향으로 눈에 보이는 것에 몰두하는 시대가 되어 가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보는 것이 과연 정확한 정보를 담고 있을까요?

SNS를 많이 하는 사람들일수록 더 많은 심리적 불안감, 욕구불만이 있다고 합니다. 사람들은 SNS에 무언가를 올릴 때 그럴싸한 것만 올리게 됩니다. 좋은 데 구경 갔었던 일! 맛집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었던 일! 예쁘게 나를 가꾼 일! 우리 집을 멋지게 꾸민 일! 기타 등등. 자랑할 일 위주로 올리다 보니 자꾸 다른 사람과 나를 비교하게 되며 상대적 박탈감, 더 가지지 못한 것에 우리의 마음이 기울게 되기 때문입니다.

이런 사회적 영향으로 학교급식도 겉으로 보이는 화려함에 치중하는 시대가 된 것 같습니다. SNS에 자신들 학교의 급식을 자랑하듯이 올리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일례로 몇 년 전 경기도 S 고등학교의 급식이 SNS에 회자되다가 매스컴에서까지 화제가 되며 큰 이슈가 되었습니다. 연일 그 학교의 급식에 대해 기자들이 기사를 쓰고, 뉴스에까지 나오게 되며 대한민국의 최고 학교급식으로 추앙받았던 모습이 기억납니다.

저는 26년간 학교급식을 하였지만 그렇게 화려한 급식을 하진 못합니다. 할 자신도 없습니다. 그런데 사실 그렇게 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그 영양 선생님의 열정과 노력을 폄하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며 저와 학교급식에 대한 가치관이 다른 것입니다.

학교급식 식판에 제가 담고 싶은 음식은 화려함과 풍성함이 전부가 아닙니다. 외식을 대신하는 학교급식은 더더욱 아닙니다.

제가 담아내고 싶은 학교급식은 우리 학생들에게 건강과 영양을 주는 급식이 최우선입니다. 거기에 우리 학생들에게 학교생활에 활력이 되고 위로가 되며 즐거움까지 줄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쁘겠습니다. 건강한 급식으로 영양을 듬뿍 담아 어떻게 맛있게 한 끼를 먹일까에 대한 고민을 식단을 작성할 때마다 끊임없이 합니다. 또한 우리 학생들이 좋아하지 않는 식재료들도 맛있다는 것을 알게 하고 싶습니다.

3월이 되면 요즘에 미나리가 제철인데 어떻게 하면 미나리를 잘 먹게 할까? 미나리를 데쳐서 무쳐도 보고, 연한 미나리를 들여다가 새콤달콤하게 무쳐 봐도 모두 잔반통에 들어가는 모습을 보며 ‘미나리 삼겹살전’을 했더니 그나마 잘 먹는 모습을 보게 되어 얼마나 반갑고 기뻤는지 모릅니다.

미나리 삼겹살전

여름이 되면 애호박과 가지가 제철인데 어떻게 급식에 담아낼까? 애호박은 채 썰어서 새우 넣고 전을 할까? 친환경 햄과 함께 애호박전을 부쳐서 제공할까? 고민을 합니다. 애호박을 먹게 하기 위해서 햄을 같이 부쳐서 제공하면 애호박도 잘 먹게 되는 것을 보게 됩니다. 가지는 돼지고기와 탕수육을 할까? 아니면 가지를 슬라이스하여 빵을 대신하여 토마토소스 올리고 치즈 뿌려 ‘가지 피자’를 할까? 그런 고민을 늘 합니다.

가지 피자

가을이 되면 추석 무렵 토란이 제철인데 ‘쇠고기토란국’을 끓이면 안 먹을 텐데 어떻게 먹일까를 고민하다가 토란을 갈아서 찹쌀가루와 섞어서 ‘토란전’을 했던 기억도 있습니다. 그렇게 버리던 토란국을 토란전을 해서 메이플 시럽을 뿌려주니 잘 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토란전

12월 김장철에는 무가 맛있고 영양가가 풍부한데 그 제철 무로 어떤 요리를 해야 우리 학생들이 잘 먹을까? 고민하다가 쇠고기 넣고 ‘무밥’을 해서 도토리묵, 달래 등을 다져 넣고 양념간장을 맛있게 해서 제공하면 ‘쇠고기밥’ 더 달라고 하는 친구들도 있습니다. (웃음) 물론 이런 밥을 할 때는 식단 구성에 더욱 신경을 써서 우리 학생들이 좋아하는 케이크를 준다든지 하고 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학교급식은 이렇게 제철에 나는 건강한 먹거리를 우리 학생들이 잘 먹을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꼭 다 맞고 옮다고만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방향성은 이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왜요? 학교급식은 우리 학생들의 건강을 위해 교육의 목적을 가지고 국가에서 대규모 예산을 들여서 실시하는 무상급식이기 때문이지요~

학교급식은 외식을 대신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식당 맛집의 외식과 같이 어떤 것을 넣었는지 신경도 안 쓰고 입에 쩍쩍 붙는 맛만을 요구해서도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학교급식은 어떤 재료가 들어가서 우리 몸을 건강하게 할 수 있는 것인지? 조리과정은 위생적이고 안전했는지? 식재료의 선정은 적합했는지? 기타 등등. 그 안을 자꾸 들여다보는 노력이 급식을 제공하는 자나 제공받는 자나 모두 함께 고민하여야 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눈으로 보게 되는 정보가 전부가 아닌 것처럼 우리가 먹는 음식, 급식도 눈에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닙니다.

우리 학생들! 오늘 제공받은 학교급식 식판을 보며 우리 학교 영양 선생님은 오늘 식판에 무얼 담아내려 애쓰셨나? 하는 마음을 조금쯤 읽어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하루 한 끼! 매일 먹어 없어지는 음식이지만 이 한 끼를 위해 조리방법을 계속 수정하고, 더 나은 급식을 위해 식품의 종류와 식단 구성을 바꾸어가며 조리사님들과 끊임없는 협력, 소통의 과정을 통해 학교급식의 한 끼가 나올 수 있습니다.

저는 오늘 한 끼의 급식을 생선을 좋아하지 않는 우리 학생들에게 생선도 맛있다는 것을 알게 하고 싶어서 메로라는 생선을 오븐에 구워서 맛있게 먹이고 싶은 마음을 담아 준비해봅니다. 이 마음이 우리 학생들에게 잘 전달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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