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상
김포외국어고등학교 교장

학교생활을 하다보면 전교생이 기숙하는 학교인지라 크고 작은 문제에 부딪히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의 문제는 학교생활을 하면서 학생들을 제약하는 불편함이 많을 때 학교에 민원으로 건의하는 경우이다. 

2017년 김포외고에 교장으로 부임했을 때 김포외고는 전교생이 학교에서 기숙하고 있었으며 기숙사 건물은 2개동이었다. 그럼에도 1개동은 3학년 남녀학생들이, 나머지 1개동은 1·2학년 남녀학생들이 사용을 하고 있었다.

김포외고 초창기에는 기숙사 건물이 1개동 밖에 없었기에 남녀학생들이 한 건물을 같이 사용할 수밖에 없었겠지만 해를 거듭하여 학생 수가 증가함에 따라 기숙사도 1개동을 더 신축하여 2개동이 되었다. 그러나 기숙사가 2개동이 되었음에도 3학년만을 위한 공간이 필요하다는 명분하에 1개동은 3학년 남녀학생들이 같은 기숙사를 사용을 하고 있었고 또 다른 한 개동에는 1·2학년 남녀학생들이 같은 기숙사를 사용하고 있었다. 

즉 1층·2층은 남학생이 사용을 하고 있었고, 3층은 선생님들이 그리고 4층·5층은 여학생들이 사용하였지만 같은 건물에서나마 층별로 남녀를 구분하여 사용하고 있었다. 기숙사 건물이 1개동이니 남녀가 같은 동을 사용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이제는 기숙사 건물이 2개동이니 남녀로 학생들은 분리해서 1개동은 여학생 건물로, 1개동은 남학생 건물로 사용하면 좋겠다는 제안을 했으나, 학부모회와 학생들 거의 대부분이 기숙사는 남녀분리를 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봇물처럼 쏟아졌다.

기숙사를 남녀분리하면 안 되는 이유는 2년 동안 3학년기숙 에 입주하기 위하여 3학년이 되기만을 기다렸고, 이제 3학년 기숙사에 입주하려고 하는데 하필이면 나부터 왜 불이익을 받느냐, 대학진학에 전념할 시기에 3학년 학생만을 위한다는 세종관에 입주하기만 기다렸는데 왜 못 들어가느냐, 수능 시험도 잘 못 볼 것 같고, 수능시험 보러가는 전날 밤 타 학년이랑 같은 기숙사 건물을 사용하므로 혹시라도 소란스러워 잠 못 자서 수능시험을 망치면 교장선생님이 책임을 지실거냐 등등 여간 반대가 심한 것이 아니었다.

 특히 수능시험을 망치면 안 된다고 학부모님과 학생들이 이구동성으로 지금처럼 3학년만을 위한 기숙사로 남녀분리하지 말아야 한다는 여론이 지배적이었다. 그리고 2학년학생들로 구성된 신문기자단도 기숙사 남녀분리 반대의견 기사를 3개 학년 24학급에 게시하였고, 각반 회장들은 자기 학급 학생들에게 ‘남녀기숙사 분리 찬성과 반대’ 설문조사를 하였고, 그 설문 결과, 대부분의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남녀기숙사 분리를 하지 말라는 의견이 대다수이니 교장선생님도 대다수의 의견을 존중해 설문조사 결과를 따르고, 민주주의 국가에서 다수결 원칙에 따라 기숙사남녀분리는 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것이다.

이때 나는 교장으로서 학부모님과 학생들에게 ‘교육적인 문제를 결정할 경우에는 그 문제를 결정함에 옳고 그름을 따라 결정을 하는 것이지 민주주의 원칙에 따라 다수결로 문제를 결정하는 것은 다수의 횡포이므로 올바른 결정을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교육의 올바른 교육적 원칙은 보편적이고 객관적이며 타당성이 있는 것이지 개인적인 이익에 부합하다고 다수결로 말하는 것과 많은 학생들이 개인의 편리를 위하는 것이라면 이것은 비교육적인 것이라고 하였다.

그래서 먼저 전교생 기숙사인 학교 중, 기숙사가 2개동이 있는 데도 기숙사를 남녀로 분리했는지 분리하지 않았는지를 조사한 결과 기숙사가 2개동이 있고 전교생이 기숙하고 있는 대부분 학교들은 기숙사를 남녀로 분리 운영하고 있었다.

본교만 3학년을 우대한다는 명목으로 남녀분리를 하지 않고 있었으며 학부모님과 학생들은 3학년만을 위한 기숙사로 남녀로 분리하지 말자고 하였으나 나는 교육적 의미를 갖고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는 말씀에 의지하여 ‘교육은 다수결이 아니라’ 옳음 그름을 갖고 미래의 우리 학생들을 위해 참된 교육을 가르쳐 주는 것이라는 믿음으로 기숙사 남녀분리를 시행하여 지금은 본교 재학생들과 학부모님들도 기숙사가 남녀분리가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있다.

학교 일을 하면서 어렵고 결정하기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기도를 하며 내가 지금 하고자 하는 일이 과연 진리에 맞는 일일까 바른 길일까 옳은 길일까를 고뇌하며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는 말씀에 의지한다.

 

저작권자 © 김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