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도중학교 2학년 학생들이 국어시간에 정희성 시인의 ‘민지의 꽃’을 배우며 관점을 달리해 시를 써보는 시간을 가졌다. 두 학생의 작품을 감상해 본다. <편집자 주>
민지의 꽃
정희성
강원도 평창군 미탄면 청옥산 기슭
덜렁 집 한 채 짓고 살러 들어간 제자를 찾아갔다
거기서 만들고 거기서 키웠다는
다섯 살 배기 딸 민지
민지가 아침 일찍 눈 비비고 일어나
저보다 큰 물뿌리개를 나한테 들리고
질경이 나싱개 토끼풀 억새𝌀𝌀
이런 풀들에게 물을 주며
잘 잤니, 인사를 하는 것이었다
그게 뭔데 거기다 물을 주니?
꽃이야, 하고 민지가 대답했다
그건 잡초야, 말하려던 내 입이 다물어졌다
내 말은 때가 묻어
천지와 귀신을 감동시키지 못하는데
꽃이야, 하는 그 애의 한마디가
풀잎의 풋풋한 잠을 흔들어 깨우는 것이었다
<새롭게 쓴 시>
나의 꽃
양도중학교 2학년 이가인
누군가 우리집에 놀러왔어요.
이 먼 산기슭에 무슨 일일까요?
그 사람은 나에게 궁금한 게 많나 봐요.
그래서 큰 물뿌리개를 줬어요.
꽃들에게 인사를 시켜줄 거예요.
잘 잤니?
오늘도 아침 인사를 하고 물을 주었어요.
물을 잘 먹는 모습을 보니 흐뭇해요.
나의 꽃들에게 말을 걸었어요.
그때 그 사람이 물었어요.
그게 뭔데 거기에다 물을 주니?
꽃이야.
나는 대답했어요.
그 사람은 꽃에 대해 뭔가 말하려 했지만,
나에겐 그저 소중한 꽃인 걸요.
아름다운 꽃
양도중학교 2학년 김도희
꽃꽃꽃
아리따운 꽃
이렇게 아리따운 꽃이 또 있을까
오늘 아침에도 어김없이 일찍 일어나
신선한 물을 한가득 담아
꽃들에게 아침 인사를 했다
잘 잤니?
아침이슬이 맺힌 너의 풀잎도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너의 꽃잎도
너무너무 곱다
내 옆에 있던 아빠의 스승님이 물었다
그게 뭔데 물을 주니?
어른들은 참 이상하다
바로 앞에 있는 예쁜 꽃을 보고도
그게 무엇인지 묻다니
당연히 꽃이죠
꽃이 아니면 뭐겠어요
내 말을 들은 아빠의 스승님은
나를 보며 지그시 미소지었다
꽃꽃꽃
아리따운 꽃
이렇게 아리따운 꽃이 또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