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 따뜻한 마을을 만드는 김포청소년이야기> ⓛ

이정민 청소년기자(운양고 3)

 

우울증 환자에서 행복전도사 되기까지

20여 년 간 재능 기부로 노래 봉사해

 

 

우리가 알고 있는 ‘봉사’의 종류는 매우 다양하다. 목욕 봉사, 돌봄 봉사, 교육 봉사 등등.

그 중에서도 특히 사람들의 감정을 어루만져주고 행복을 건네주는 특별한 봉사가 있다. 바로 ‘노래 봉사’다. 노래봉사란 병원이나 요양원, 교도소 등에 방문해 직접 노래를 불러주거나 가르쳐 주는 봉사 활동을 말한다. 김포에는 20년 동안 꾸준히 노래봉사를 하고 있는 분이 계신다. 바로 풍무동에 살고 있는 이계옥 씨다. 얼굴 표정만 봐도 ‘해피’한 그녀를 만나 인터뷰를 나누어 보았다.

이계옥 씨

김포에서부터 시작한 노래봉사

서울에 살던 이계옥 씨는 1997년 IMF 초, 2억이 넘는 큰 사기를 당한 뒤 우울증에 걸리고 자궁제거수술을 받는 등 각종 병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그러다 2000년에 원래 고향인 김포로 40여 년 만에 귀향했다. 그녀는 김포에 와서 우울증을 이겨내 보고자 가벼운 마음으로 노래교실을 다니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곳의 강사님이 계옥 씨의 재능을 알아보고 그녀에게 노래봉사를 권유했다.

 

용감했던 첫 노래봉사

강사님이 처음으로 추천해 준 곳은 알코올 중독 환자들을 치료하는 김포 한사랑 병원이었다. 병원에서의 수업 초창기에는 대부분의 환자들이 무응답, 무표정, 무반응으로 일관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환자들의 표정이 밝아졌고 대답도 우렁차게 했으며, 노래교실이 있는 날만을 손꼽아 기다렸다고 한다. 나중에는 병원에서 노래교실 신청 대기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계옥 씨에게 종이를 접어 만든 선물과 감사의 쪽지, 편지들도 전해주었다.

계옥 씨는 봉사 첫 날 들었던 담당직원의 말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병원에 들어가자마자 직원이 “이 병원이 어떤 병원인 줄 아십니까?”라며 걱정 어린 겁을 주시더라고요. 이 얘기를 듣고 다른 강사들은 봉사하러 왔다가 무서워서 그냥 갔대요. 그런데 저는 그냥 하겠다고 했어요. 그리고 그날부터 봉사를 시작했습니다. 나는 그분들이 하나도 무섭지 않았고 거부감도 들지 않았어요. 나중에 봉사 막바지에는 병원 관계자 분께서 “호기심에 두 세 번 오시다가 그만두시겠지 했는데 끝까지 와주셔서 정말정말 감사했다.”고 하시더라고요. 저의 이런 모습은 부모님으로부터 물려받은 따뜻한 사랑과 희생정신 덕분인 것 같아요”

 

정신병원부터 교도소까지

그녀는 처음으로 노래봉사를 시작한 알코올 중독 치료 전문 정신병원뿐만 아니라 일반병원, 노인요양병원 등 다양한 병원들과 노인시설을 다니며 노래봉사를 했고 심지어는 교도소에서도 노래봉사를 한 적이 있다.

교도소 봉사는 그녀의 아버지가 속해있던 실버 아코디언 봉사단의 주선으로 하게 된 봉사다. 교도소에 방문한 계옥 씨는 노래를 부르고 아코디언 봉사단원들은 옆에서 아코디언을 연주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강력범들만 수용하는 교도소에서 노래봉사를 했던 게 가장 생각이 나네요. 앞에 죄수들 수백 명을 앉혀두고 노래를 불렀어요. 그런데 하나도 무섭지 않았어요. 그저 노래를 불러드리고 소통을 하며 ‘어느 누가 우리와 똑같은 사람들에게 죄를 짓도록 했는가?’ 사회와 제 자신에게 물어보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남편과 함께 신바람부부로 봉사 이어가

처음에는 혼자 노래봉사를 하다가 2016년, 김포시 제 1호 신바람 부부로 데뷔를 한 후에는 남편과 함께 봉사를 다니기 시작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퍼지기 전까지만 해도 1년 동안 무려 350여 회의 공연과 노래봉사를 했다고 한다. 남편 또한 춤과 노래에 소질이 있어 계옥 씨와 한뜻으로 가수 활동을 할 수 있었다.

“남편과 뜻을 같이 하여 늘 동행하니 더욱 든든하고, 참으로 행복합니다.”

 

봉사란 내 삶을 성숙하게 만드는 것

마지막으로 계옥 씨에게 본인의 인생에서 봉사의 의미는 무엇인지 물었다.

“봉사란 내 삶을 성숙시키는 것이에요. 봉사는 남을 위해서 하는 게 아니라 결국은 내 삶을 위해 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봉사를 하면 할수록 내 정신 상태나 심신이 다 성숙되는 걸 알 수 있거든요. 한 번 하고 두 번 세 번 할 때마다 느낌이 다르고 와 닿는 게 다릅니다.”

 

본인이 갖고 있는 다양한 재능과 능력을 남들을 돕는 데 쓰고 있는 계옥 씨를 보면 진심어린 봉사의 온정이 느껴진다. 빨리 코로나 사태가 종식되어 그녀의 노래가 온 김포에 퍼질 날이 다시 찾아오길 기대해 본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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