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무료 수리 봉사하는 운양동 래미안아파트 경로당 어르신들

문 닫힌 경로당 앞에서 매일 자전거 고쳐

일주일 두 번 분리수거 정리도 맡아

▲봉사를 함께하는 어르신들. 아랫줄 왼쪽부터 노원근 어르신, 이만수 회장, 이경표 감사. 윗줄 왼쪽부터 차정남 어르신, 채인옥 어르신, 구정자 어르신.

지난해에 이어 올해 현재까지도 코로나19 감염확산을 막기 위해 아파트 내 경로당 문은 꼭꼭 잠겨있다. 어르신들끼리 만나 대화를 나누며 함께하던 공간은 벌써 2년째 그 역할을 잃고 있다. 어르신들 역시 집 안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며 답답함과 우울감을 호소하기도 한다.

이런 가운데 운양동 풍경마을 래미안한강2차 아파트 경로당 어르신들이 입주민들의 자전거를 무료로 수리해주는 봉사활동을 펼쳐 눈길을 끌고 있다. 어르신들의 봉사로 입주민들은 자전거를 고치러 멀리 장기동까지 나가지 않아도 돼 기쁘고, 어르신들은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는 활동에 하루하루가 즐겁고 보람차다.

▲올해 2월 경로당 새 회장으로 취임한 이만수 어르신.

바퀴 펑크부터 모든 자전거 고장 수리해

활력 넘치는 경로당으로 탈바꿈한 불씨는 지난 2월 이만수 어르신이 경로당 회장으로 취임하면서 지펴졌다. 경로당 안으로 들어가지는 못하지만 봄이 되며 경로당 앞에서 충분히 할 수 있기에 원하는 어르신들을 중심으로 봉사가 시작됐다.

“경로당 회원이 되면 으레 누군가에게 대접을 받으려고 한다. 나이가 있으니 그런 마음이 들겠지만 그러면 젊은 사람들과 부딪히는 일만 생길 뿐이다. 평소 회장이 되면 대접받으려 하지 말고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해야겠다 생각했다.”

손주를 돌봐주러 왔다 김포가 좋아 눌러앉게 됐다는 이만수 회장(75) 어르신의 남다른 생각에 경로당 회원 여러분이 기꺼이 동참 의사를 밝혀 자전거 무료 수리 봉사가 이뤄졌다. 물론 기술이 필요한 터라 마음만으로 되는 일은 아니어서 ‘공장장’, ‘무공해 인간’이란 별명으로 불리는 노원근(74) 어르신의 기술과 부속품과, 재료를 지원하는 이경표(69) 감사의 도움이 보태져 가능했다.

오전 10시가 되면 어김없이 경로당 앞에 나와 오후 4시까지 묵묵히 자전거를 고치는 노원근 어르신은 대한항공 전기과장으로 정년퇴임한 기술 소유자다. 그는 “예전에 방화동에서 직장까지 자전거로 출퇴근하며 바퀴에 펑크가 나거나 고장이 생기면 직접 자전거를 분해해 고쳤다. 그러면서 웬만한 자전거 고장은 다 고칠 수 있게 됐다”며 과묵한 성격이라 별말씀이 없지만 한결같은 그의 출근(?)에서 주민에 대한 사랑을 느낄 수 있다.

그는 “이경표 감사의 품질 좋은 자재 제공 덕분에 즐겁게 작업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사비로 자재를 구해 지원하는 이경표 감사는 오히려 “펑크 하나 고치면 1만5,000원은 벌 수 있는데 하루에 많게는 여섯 대씩 기꺼이 고쳐주는 ‘공장장’ 어르신이 정말 대단하다”고 칭송한다.

▲자전거 수리를 맡아 하는 노원근 어르신.

일주일 두 번 12곳 돌며 분리수거 봉사도

어르신들의 봉사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1711세대에 이르는 큰 아파트 단지인 이곳은 일주일에 두 번 쓰레기 분리수거를 한다. 이때 6명으로 된 어르신 봉사단이 팔을 걷고 분리수거 정리를 돕고 있다. 미화 아주머니들이 3시에 퇴근하면 분리수거장 관리가 필요한 것. 여섯 어르신들이 아파트 단지에 지정된 열두 곳 분리수거장을 돌며 폐지를 한데 묶거나 재활용품을 정리한다. 어르신들의 이 봉사 이후 주민들이 좀 신경 써 분리배출을 하고 있단다.

 

아파트 입주민들의 인터넷 카페는 어르신들의 다양한 봉사활동에 대한 감사와 칭찬의 글로 가득하다. 음료수나 맛있는 간식을 챙겨 자전거 무료 수리 장소로 가져오는 주민들도 있다. 한 초등학생은 감사의 편지를 전달하기도 했다. 입주자대표와 경로당이 입주 초기 의견이 맞지 않아 부딪히던 일은 아주 먼 추억이 됐다. 입주자대표가 할 수 있는 일과 경로당 어르신들이 할 수 있는 일을 구분하고 선을 그으니 갈등이 생기지 않는다.

▲초등학생이 보낸 감사 편지

“회장님이 추진력도 좋고 인품이 좋아서 일을 도모하면 많은 분들이 기꺼이 힘을 보탠다. 덕분에 경로당이 정이 넘치는 곳으로 바뀌고, 할 수 있는 일로 활력을 찾으니 매일 재밌게 살게 된다.”는 이경표 감사 어르신. ‘노년’이란 말이 무색할 정도로 70대가 주축이 된 왕성한 활동을 이끌어 낸 이만수 회장 어르신. 모두 얼른 코로나19가 사라져 경로당에서 함께 모일 날을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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