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아홉 번째 <늑대왕 로보>

박수영 딥인더북 독서모임 회원

1890년대 미국 뉴멕시코주 북부의 커럼포 골짜기를 주름잡은 무시무시한 늑대, 그의 이름은 로보다. 강인한 우두머리이지만 사람들의 시선 속 로보는 가축을 끔찍하게 죽이는 골칫거리일 뿐이다. 급기야 로보의 목에 현상금이 걸렸다. 사냥꾼은 독약이 든 미끼를 놓아 보기도 하고 로보가 다니는 길목마다 덫을 놓아 보기도 했지만 미끼에 변을 갈겨 놓고 덫을 다 파헤쳐 놓는 등 오히려 약이 오르는 쪽은 사냥꾼이었다.

그러다 사냥꾼들은 로보의 발자국 앞에 다른 발자국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 늑대의 습성상 우두머리보다 앞서 달리는 늑대는 분명 암컷이라 판단하고 그들은 암컷을 먼저 잡기로 결정한다. 결국 미끼와 덫을 이용해 암컷 블랑카를 먼저 잡는 데 성공한다. 로보는 울부짖으며 죽어간 블랑카를 찾아 헤메다 목장 안의 사냥개를 물어 죽이고 결국 사냥꾼들에게 잡힌다.

사냥꾼의 손에 잡힌 로보는 더 이상 발버둥 치지도 소리를 내지도 않았다. 물과 고기를 가져다주어도 드넓은 들판만 바라볼 뿐이었다. 커럼포의 늑대는 힘과 자유와 사랑을 잃고 그날 밤 스스로 목숨을 끊고 차갑게 식어갔다. 사냥꾼은 사랑하는 블랑카를 곁에 눕혀 주고 커럼포 골짜기를 떠났다고 한다.

무리에서는 권력의 최고점에 있었지만 사랑하는 짝을 잃은 로보에게는 힘과 자유가 아무 소용이 없었다. 일주일 전 결혼 13주년 기념일이었던 우리 부부는 특별할 것 없는 하루를 보냈다. 그런데 저녁나절에 읽은 이 그림책이 코끝을 찡하게 하며 마음을 뜨겁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었다. 너무 가까이 있기에 무심해지고 당연시되는 것들이 이 사람이 아니면 나의 전부를 잃는 것일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늑대와 로보의 사랑이 사람들의 그것과 다르지 않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결혼기념일 밤 동생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결혼한 지 일 년이 안 된 동생의 메시지엔 기대가 가득하다. ‘언니 결혼기념일 축하해. 오늘 형부랑 뭐 하면서 지냈어?’. 나의 답은 ‘모든 부부가 다 그러진 않지만 결혼 13년 차 부부의 결혼기념일은 그다지 특별하지 않아. 그냥 평소와 같은 하루를 보냈어’였다. 아마 신혼인 동생은 살짝 실망했을지 모른다. 책을 읽고 나니 한마디를 더 추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더 소중한 하루였어. 별일 없는 하루, 평소와 같은 하루라서. 하하핫’.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하루라서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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