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옥관

 

흰 비닐봉지 하나

담벼락에 달라붙어 춤을 추고 있다

죽었는가 하면 살아나고

떠올랐는가 싶으면 가라앉는다

사람에게서 떨어져나온 그림자가 따로

춤추는 것 같다

제 그림자도 제대로 챙기지 못하는 그것이

지금 춤추고 있다 죽도록 얻어맞고

엎어져 있다가 히히 고개 드는 바보

허공에 힘껏 내지르는 발길질 같다

저 혼자서는 저를 들어낼 수 없는

공기가 춤을 추는 것이다

소리가 있어야 드러내는 한숨처럼

돌이 있어야 물살을 만드는 시냇물처럼

몸 없는 것들이 서로 기대어

춤추는 것이다

시도 때도 없이 찾아와 나를 할퀴는

사랑이여 불안이여

오, 내 머릿속

헛것의 춤

.

.

.

시감상

저 혼자서는 저를 들어낼 수 없는 공기가 춤을 춘다는 본문이 아릿하다. 바람에 날려 검은 비닐봉지가 춤을 추고 있다. 검은 비닐봉지와 공기는 서로 몸이 없다. 몸 없는 것들끼리 서로 기대어 춤을 추고 있는 허공, 우린 지금 어느 몸에 기대어 막춤을 추고 있는지? 서로 외롭지는 않은지? 묻고 싶은 봄이다. (글/ 김부회 시인, 평론가)

 

프로필

경북 선산, 단국대 대학원, 김달진 문학상, 시집 <하늘 우물>외 다수

 
저작권자 © 김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