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파초 박정미 영양선생님

우리 학생들은 어린이집,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거치며 긴 시간을 급식과 함께 해 온 세대이죠? 선생님이 학교 다닐 때만 해도 학교급식을 하질 못했습니다. 우유급식만 했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래서 학교에서 주는 밥을 먹으면 어떤 느낌일지? 민감하게 알지는 못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먹는 것에 대한 것은 누구에게나 기대감을 주는 것 같습니다. 가정에서도 “엄마 오늘 뭐 먹어요?” 식탁에 와서는 모두 식탁을 쭉 훑어 스캔하며 내가 좋아하는 음식이 있는지 없는지부터 어른이나 아이나 상관없이 관심 있어 합니다. 먹는 것은 내 몸의 건강을 위해 꼭 필요한 것이지만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는 일이기도 합니다. 아무리 영양가 좋은 것이어도 맛이 없으면 선생님도 먹기가 싫어집니다.

미래시대에는 각종 영양소 섭취를 한 알의 캡슐만 먹어도 되는 제품이 출시될 것이라고 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먹는 것에 담긴 정서적인 부분까지 감안하면 함께 모여 먹는다는 것은 결코 영양소 섭취로만 대체될 수 없는 고귀한 행위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음식 만드는 것을 할 줄 알아야 하고 좋아해야 합니다. 또 음식을 먹는 것에서도 기쁨과 즐거움을 찾아야 합니다. 또 음식의 가치를 알아야 합니다.

우리나라 학교급식은 처음에 구호급식으로 시작했습니다. 6·25 전쟁 후 먹는 것이 부족해서 외국으로부터 구호물품이 들어와 학교에서 분유, 밀가루 등을 나누어 주었던 것에서 시작하여 학교급식에 빵 만드는 기계와 오븐을 들여서 빵을 만들어서 학교급식에서 제공하기도 했습니다. 배고팠던 시절의 이야기이지요.

우리나라 학교급식의 눈부신 성장은 1990년대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엄마들의 사회적 활동이 활발히 이루어지며 도시락의 어려움을 해결하고자 시작되었지요. 이제는 학교에서 수업 후 급식을 먹는 건 우리 학생들의 일상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학교급식의 소중함도 잊혀가는 것 같습니다.

선생님은 1995년 발령을 받아 초임지가 경기도 포천에 위치한 학교였습니다. 조금만 더 가면 강원도였고 시골의 자그마한 학교로 근처의 세 학교에 급식을 배달해 주는 업무를 맡았었습니다. 수석 영양선생님이 계셨고 저는 차석으로 신규여서 일을 배우며 근처의 학교들의 급식을 배달해 주며 급식지도 업무를 했었습니다. 그 당시만 해도 시골의 가난한 동네여서 먹고살기가 많이 어려웠었던 것 같습니다. 학교급식차가 학교 운동장을 가로질러 들어가면 쉬는 시간에 아이들이 창가에서 급식차가 온다고 손뼉을 치고 운동장에서 체육수업을 하던 학생들도 팔짝팔짝 뛰는 모습을 보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닭다리 튀김이 흔하디흔한 음식이 되었지만 그 당시에는 학교에서 닭다리를 먹는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었습니다. 닭다리 튀김이 제공되는 어느 날! 1학년에 입학한 한 남학생이 급식을 받아서 자기 자리에 앉아서 울고 있는 것을 보게 되었습니다. 제가 가서 그 학생에게 “○○아 왜 울어?” 하고 물으니 그 학생이 하는 말이 “제 닭다리가 얘보다 작아요” 하며 슬프게 우는 것이었습니다. 울기까지 하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찡하고 그 아이의 마음이 공감이 되어 여유분이 있어서 “○○야 선생님이 그럼 제일 큰 닭 다리로 바꾸어 줄게” 하고 바꾸어 주었던 기억이 납니다. 전 아직도 그 학생의 얼굴과 모습, 이름이 기억이 납니다. 지금은 서른 살이 넘은 멋진 청년이 되었겠네요.

이제는 우리나라가 경제적으로 부유하게 되고 먹거리가 넘쳐나는 참 감사한 시대가 되었습니다. 영양공급이 부족한 나라에서 이제는 영양공급이 과잉이 되는 것을 염려해야 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지금은 영양공급은 과잉이지만 정작 우리 몸에 필요한 필수영양소(비타민, 미네랄, 식이섬유소, 항산화 물질) 등은 결핍되어 비만, 고혈압 등의 환자가 늘어나는 것을 염려해야 하는 시대입니다.

학교급식의 가치도 경제적으로 부요해지며 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예전에는 학교에나 와야 먹을 수 있었던 맛있는 음식을 이제는 돈을 주고 외식을 하면 다양하고 입에 쩍쩍 붙는 맛있는 음식을 자기 취향 껏 골라 먹을 수 있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돈으로 살 수 없는 가치가 있습니다. 그건 바로 먹는 것의 가치를 아는 것입니다. 학교급식은 이제 맛있고 영양가 있는 것만을 제공하는 것으로는 한계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적극적으로 먹는 것의 가치와 의미를 우리 학생들에게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먹는 음식이 내 몸에 들어와서 어떤 일을 하는지? 나는 내 건강을 위해 올바른 먹거리를 선택할 수 있는지? 내가 먹는 음식이 이 세상에서 좋은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음식인지? 도 이제는 생각해야 합니다.

공정무역 초콜릿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나요? 초콜릿의 원료는 카카오라는 열매인데, 카카오의 70%는 서아프리카에서 생산됩니다. 하지만 정작 초콜릿으로 돈을 버는 것은 카카오를 재배하는 농부들이 아니라 카카오를 수입하는 사람들과 초콜릿 회사입니다.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람들이 생각해낸 것이 바로 공정무역입니다. 카카오를 재배하는 농민들에게 노동력에 걸맞은 대가를 지불하여 교육의 기회와 일자리를 제공하자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착한 초콜릿’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이처럼 우리가 먹는 음식은 많은 가치들을 담고 있습니다.

먹는 것의 가치를 생각하게 하는 홍순관 님의 <쌀 한 톨의 무게>라는 시를 함께 공유하며 오늘 글을 마무리하겠습니다. 우리 학생들도 삶의 매 순간에 가치 중심의 사고를 하도록 해보세요. 특히 먹는 것에서도 귀한 가치를 발견하는 친구들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선생님도 늘 학생들에게 가치 있는 급식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리라 다시 한 번 다짐해봅니다.

 

 

쌀 한 톨의 무게 / 홍순관

쌀 한 톨의 무게는 얼마나 될까

내 손바닥에 올려놓고 무게를 잰다

바람과 천둥과 비와 햇살과

외로운 별빛도 그 안에 스몄네

농부의 새벽도 그 안에 숨었네

나락 한 알 속에 우주가 들었네

버려진 쌀 한 톨 우주의 무게를

쌀 한 톨의 무게를 재어본다

세상의 노래가 그 안에 울리네

쌀 한 톨의 무게는 생명의 무게

쌀 한 톨의 무게는 평화의 무게

쌀 한 톨의 무게는 농부의 무게

쌀 한 톨의 무게는 세월의 무게

쌀 한 톨의 무게는 우주의 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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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한 톨의 무게는 0.02g

밥 한 수저의 무게는 약 25g

이렇게 한 수저에는 쌀알이 약 1,000톨 이상 들어있네요.

밥 한 수저 먹으며 이 쌀 한 톨이 열리기까지 어떠한 일들이 있었을지 생각을 하니 똑같은 밥인데 감사가 우러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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