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문화 예비 시민 활동가를 만나다 ①

지역문화 활동에 의지를 지닌 시민을 발굴하고, 시민이 직접 지역사회 다양한 문제를 문화프로젝트로 적용하고 실행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은 지역문화 발전을 위해 필요한 중요한 사안이다. (재)김포문화재단은 「2021 지역거점 문화프로젝트 발굴 워크숍 ‘문화모심기’」 사업을 통해 지역자원을 문화적으로 재해석하는 시민 문화활동가를 육성하고 있다. 그들을 만나본다. -편집자 주-

 

 

 

최민석 그래픽디자이너

“97년생이 도시에 대한 애정을 표현하는 법”

그래픽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고, ‘실크 밸리 프레스’라는 팀을 꾸려 우리 도시의 이야기를 담는 매거진을 발행하고 있다. 로컬매거진 ‘9977’의 창간호가 곧 출간을 앞두고 있고, 첫 번째 이야기는 많은 사람들이 잘 알지 못하는 북변동이다.

친구들과 즐거워지자고 처음 시작한 로컬 매거진이 점차 힘을 얻어 투자와 지원을 받게 되면서 나름 본격적이 되었다. 나를 포함한 실크 밸리 프레스의 인원들은 같은 생각에서 출발했는데, 우리가 20년 이상 부대끼며 자라온 이 도시가 마음에 무척 든다는 점이다. 그러나, 다른 친구들과의 대화에서 항상 김포의 익숙함에서 오는 권태와 따분함이 화두에 올랐고, 항상 우리는 소위 ‘별종’이라 불리곤 했다. 애써 반박을 하고 싶었으나, 우리가 가진 김포에 대한 좋은 감정들은 지극히 개인적이고 추상적이어서 이를 말로 풀어내기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실크 밸리 프레스 내에서의 열띤 대화 끝에 도달한 지점은, 다른 20대 친구들이 김포가 어떤 부분에서 매력적인지 모르며, 알아보고자 하는 의지 또한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손수 떠먹여 주는 방법이 없을까?’ 또, ‘받아들이기 쉽게 풀어낼 매체가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이어갔고, 로컬 매거진이라는 그릇에 우리 이야기와 도시 이야기를 담아보자는 결론에 도달했다. 빠르게 실행에 돌입했고 지난 12월 조사를 시작하고 한 달 정도 북변동에 머물며 전하고픈 이야기를 담았다.

이 과정에서 실크 밸리 프레스는 새로운 가능성을 보게 되는데, 우리 손으로 도시를 단장하고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는 일이 그다지 머지않은 미래에 가능하겠다는 확신이다. 우리가 가진 테이스트와 시선으로 도시를 탈바꿈하고 서로 단절된 구도시와 신도시를 잇는 형태의 지역 브랜딩으로, 젊은 세대와 기성세대를 잇고 판매자와 소비자가 이어지는 구조를 꿈꾸고 있다. 이 시도가 어떠한 방향으로 흘러갈지, 언제 이루어질지는 미지수이지만 우리 또래의 젊은 친구들, 우리 부모님 세대, 웃어른분들이 도시를 위한 한마음으로 관심 가져준다면 분명 도시에 이바지하는 날이 올 거라고 생각한다.

 

 

 

 

 

이예린 예술 관련 프리랜서

“건강한 도약 시작하는 청년의 도시 김포 예술로 담아내다”

예술과 관련된 프리랜서로서 가르치는 일과 그림 키트를 제작하는 일을 하고 있는 90년대생이다. 사실 모든 일상을 김포에서 보낼 만큼 본격적으로 주거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김포 신도시인 장기동이 주 생활권인데다가 ‘집 앞 버스정류장-서울-집’의 루틴만 반복하며 생활했기에 장기동을 벗어나 본 적도 없을 뿐더러, 김포라는 도시에 대한 이해가 적었다.

그러다 우연찮은 기회로 작년부터 북변동, 사우동, 월곶면, 하성면 등의 김포 곳곳을 마주하게 되면서, 김포라는 지역의 이색적인 면모를 매번 새로이 발견해나가고 있다. 시간이 과거에서 멈춘 듯 아주 오래된 건물과 거리, 이와 상반되게 3분도 안 되는 거리에는 아주 크고 높은 최신식 건물이 혼재된 풍경은 이국적이란 생각이 들 만큼 낯설게 느껴지는 장면이었다.

이렇듯 정체되어 있지 않고 끊임없이 변화해 나가고 있는 김포는 재작년, 작년과 올해의 모습이 또 다르게 느껴질 만큼 변화가 가속도로 이루어지고 있고, 나 또한 그 변화의 순간에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김포가 고향이 아닌, 저와 비슷한 또래의 세대 대다수는 ‘김포’라는 도시를 거의 모르고 살아갈 거라 생각한다. 몇 개월 사이에 키가 쑥쑥 자라나는 성장기 청소년처럼 나와 함께 성장하고 변화해 나가는 김포는 과거와 현재가 조화롭게 자리를 채워나가며 건강한 도약을 시작하는 청년 도시라 생각한다.

빠르게 바뀌어나가는 김포의 현재와 함께하면서 김포에 거주하는 청년 예술가로서 김포의 다양한 면모를 그림으로 기록하고 이런 경험을 나누는 일을 하고 싶다. 시민들이 함께 만들어나가고 발전해나가는 도시 김포가 가진 무수한 역사적 이야기들, 고유한 문화재, 풍요로운 자연환경 등의 모습을 재조명할 수 있도록 창작물로 제작하고 싶다. 단순히 먹고 자는 베드타운으로서의 김포가 아닌, 하나의 도시로서 갖는 가치와 의미를 이해할 수 있는 예술 콘텐츠를 키트로 제작하여 시민들이 김포를 경험하고 애정을 가질 수 있도록 함께 나아가고 싶다.

 

 

 

 

 

 

이소현 동네책방지기

“게으르고 느리게 도시에 천천히 물들어갈 정원을 가꾸다”

많은 분들이 묻는다. 어떻게 연고도 없는 김포에 와서 책방을 차리게 되었는지. 아마 그 시작은 외로움이었을 것이다. 문화의 중심지였던 서울 광화문에서 첫 직장생활을 시작한 나는 김포에 온 후 ‘갈 곳’이 없다는 사실이 무척이나 외롭고 쓸쓸하게 느껴졌다. 단순히 술을 마시고, 커피를 즐기는 것 이상으로, 어떤 따뜻한 ‘문화’를 가진 공간이 무척이나 그리웠다.

김포에 와서 지인과 함께 시작한 가구공방 ‘소년과나무’와 ‘소녀서가’를 운영하면서, 나의 삶은 거의 일에 대한 성과를 내는 것, 하루빨리 자리를 잡는 것이 급급했던 때가 있었다. 그렇게 모든 것을 쏟아내면서 일했고 결국에는 모든 것을 소진해버리고 말았다. ‘서울로 이직을 할까 혹은 내 일을 시작해볼까’를 고민하던 때, 우연히 북변동 골목을 마주하게 되었다. 이태원 뒷골목 같은 어둑어둑하고 오래된 느낌의 동네, 사람들이 모두 떠나간, 그래서 본래의 빛을 잃은 듯한 동네, 이 동네가 가진 오묘한 느낌이 마음에 쏙 들었다.

이때 들었던 두 가지 생각은 ‘이제는 나를 200% 쏟아도 아깝지 않은 일을 하자’와 ‘김포에 있는 나처럼 외로웠던 사람들을 위한 정말 따뜻한 이야기와 문화가 가득한 공간을 만들고 싶다’였다. 사람들은 “이런 동네에, 그것도 카페도 아닌 책방을 연다고?”라며 걱정했다. 하지만 ‘게으른정원’이라는 이름을 짓고 책방의 문을 연 지 이제 7개월이 되었고, 단골손님도 많이 늘어가고 손님들에게 책이 주는 아름다운 문장과 위로, 따뜻한 가치를 전하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요즘은 20~30대의 청년들과 치유의 글쓰기 모임 ‘진지한마들렌’과 독서 모임 ‘꿈꾸는마들렌’, 그리고 일요일 아침마다 모여 러닝을 하는 러닝클럽 ‘달리는 마들렌’이라는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또한 작업실이 필요한 아티스트들에게 공간을 제공해주는 ‘나작게작(나의 작고 게으른 작업실)’도 시작하게 되었다.

정말 외롭다고 생각했던 김포에서 이제는 단단히 뿌리를 내리고 꽃을 피워가고 있음을 느낀다. 앞으로도 부지런히 좋은 책과 문장을 많이 소개하면서 언제든 와서 게으르게 있어도 되는, 혼자 있어도 충분한, 그리고 낯간지럽고 부끄러운 사랑과 꿈 이야기를 마음껏 나눌 수 있는 그런 공간을 만들어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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