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나리

                                              송찬호

노랗게 핀 개나리 단지 앞을 지나던
고물장수의 벌어진 입이 다물어질 줄 모른다
아니, 언제 이렇게 개나리 고물이 많이 폈다냐

봄꽃을 누가 가지 하나하나 세어서 파나
그냥 고철무게로 달아 넘기면 그만인 것을

시 감상
어떤 시를 대할 때마다 잠시 고민이 된다. 그런 고민은 항상 마찬가지다. 이제 면역이 생길 만도 한데 도리어 더 조심스러운 게 사실이다. 작품에서 시인이 의도한 사유를 짚어내기가 여간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겨울은 꽃으로 봄을 일구지만 코로나19가 시절을 움츠리게 한다. 고물을 모으는 사람의 눈이, 그의 마음이, 생각이 시인이고 시다. 
하기사 어떤 시라고 시인이라고 별다를까마는 모든 것이 시인을 유혹하는 시의 소재이다. 그래서 정원은 아름답다. 어쩌다 분을 참지 못하다가도 자기가 자기 유모차를 밀고 가는 꽃길 아이를 보고 옅은 미소를 베어문 것처럼 흐드러지게 꽃핀 개나리꽃을 줍는 리어카의 짐칸이 한가득 만선이다. 쓸데없을 것들이 쓸데 있을 것으로 거듭난, 버려질지 모를 보물 한아름씩 안아보자. 

                          [글/ 김부회 시인, 평론가]

[프로필] 송찬호 : 1959. 8. 5. 충청북도 보은출생, 1987년 <우리시대의 문학>으로 등단했다. 이상문학상, 대산문학상, 미당문학상 등 다수 수상. 시집 <고양이가 돌아오는 저녁> 등 14시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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