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저는 개인적인 사정이 있어 부동산을 취득하면서 제 이름으로 등기를 하지 않고 친구 甲을 명의수탁자로 하여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습니다. 그런데 甲은 부동산이 자기이름으로 등기되어 있으므로 甲이 제가 신탁한 부동산을 처분하더라도 甲을 횡령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데 사실인지요?

[답] 형법 제355조 제1항이 정한 횡령죄에서 보관이란 위탁관계에 의하여 재물을 점유하는 것을 뜻하므로 횡령죄가 성립하기 위하여는 재물의 보관자와 재물의 소유자 사이에 법률상 또는 사실상의 위탁관계가 존재하여야 합니다.

이러한 위탁관계는 사용대차·임대차·위임 등의 계약에 의하여서뿐만 아니라 사무관리·관습·조리·신의칙 등에 의해서도 성립될 수 있으나, 횡령죄의 본질이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위탁된 타인의 물건을 위법하게 영득하는 데 있음에 비추어 볼 때 위탁관계는 횡령죄로 보호할 만한 가치 있는 신임에 의한 것이어야 합니다.

부동산 실명법에 위반하여 명의신탁자가 그 소유인 부동산의 등기명의를 명의수탁자에게 이전하는 이른바 양자간 명의신탁의 경우, 계약인 명의신탁약정과 그에 부수한 위임약정, 명의신탁약정을 전제로 한 명의신탁 부동산 및 그 처분대금 반환약정은 모두 무효입니다.

즉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사이의 명의신탁약정은 부동산실명법에 반하여 범죄를 구성하는 불법적인 관계이고 이는 형법상 보호할 만한 가치 있는 신임에 의한 것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대법원은 “부동산실명법에 위반한 이른바 양자간 명의신탁의 경우에도, 사실상의 위탁관계를 형법상 보호할 만한 가치 있는 신임에 의한 것이라고 할 수 없으므로 명의수탁자가 신탁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하여도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습니다(2014도6992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그러므로 귀하의 경우 甲이 부동산을 처분하더라도 甲을 횡령죄로 처벌할 수는 없습니다.

송 재 덕
김천대학교 겸임교수
저작권자 © 김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