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다, 서럽더라 2

                        이성복

장지로 가는 길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찬척 친지들 화장실 들렀다가
통감자와 구운 오징어
그런 것 먹으며 서성거릴 때,
장의용 캐딜락에 타고 있던 큰 아이도
장모님 영정을 두고 나왔다
녀석을 교대해줄 생각도
못했던 나는 마구 나무랐다
네가 어떻게 할머니를
혼자 두고 나왔느냐고!
봄날 득실대는 꽃놀이 인파에
할머니는 혼자 버려져 있을 텐데,
내가 어떻게 할머니를 그냥 두고
나올 수 있느냐고, 마구 야단을 쳤다


시 감상
래여애반다라( ), 직역하면 “오다, 서럽더라”로 풀이된다 하겠다. 장지의 여정은 결코 낭만이 아닐 테다. 하지만 동행하는 사람들의 풍경은 사뭇 다르다. 근육을 털어내고 담배도 한대 태우고 간식거리에다 할 것은 다하지만 꽃구경 나온 인파에 묻어가는 어쩌면 홀로 버려진 망자의 캐딜락일지도 모른다.
오는 것과 가는 것, 누구는 돌아가고 누구는 새로 온다. 삼라만상의 이치이다. 어찌 가고 오는 것이 서러움뿐이랴! 누구를 원망하고 야단칠 일이 아닌 것을, 늙은 벚나무에도 꽃망울은 탱글탱글 유년으로 온다.
                                                [글/ 김부회 시인, 평론가]

[프로필]
 
이성복 : 1952년 경북 상주출생, 1977년 겨울 <정든 유곽에서>를 계간‘문학과지성’ 에 발표하며 등단했다. 시집 <뒹구는 돌은 언제 잠 깨는가>,산문집 <내 고통은 나뭇잎 하나 푸르게 하지 못한다> 등 여러 시집과 산문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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