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

                  이종암

지난여름 보경사 산문 앞
육백 살 회화나무 한 분
땅바닥에 온전히 넘어지셨다

일평생, 제 몫을 다하고
허공에서 바닥까지 큰절 한 번 올리고
누운 저 몸, 마지막 몸뚱이로 쓴
경전經典

나도 지금 절 올리고 있다

시 감상
절에서 절을 한다? 세상은 내 핏줄보다 못한 정도 있고 내 핏줄보다 애틋한 정도 있다. 육백 년 동안 한결같이 절을 지키던 회화나무가 마지막 절을 한다. 한 시간 정도 혹은 그보다 몇 분의 태풍에 그만 육백 년의 생을 다한 것이다. 모든 재난은 약자에게 더욱 강하게 반응한다고 했다.

겸허히 다듬어진 문체에서 간결한 겸손을 배운다. 옛말에 ‘동물은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이름을 남긴다’는 말은 아무리 세상이 험해도 변하지 않을 정금과 같다. 노인과 어른이 다른 것처럼 ‘마지막 몸뚱이로 쓴 (내)경전’은 어떤 의미로 기록될까? 머리를 조아림과 고개를 숙임에서, 조롱과 존경은 몇 뼘쯤일지 두렵기도 하고 사뭇 궁금하기도 하다. 
                                           [글/ 김부회 시인, 평론가]

 

[프로필]
 이종암 : 1965년 경북 청도에서 태어났다. 
1993년 <포항문학>으로 등단, 포항대동고등학교 국어교사, 시집 <물이 살다 간 자리>, <저, 쉼표들>, <몸꽃>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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