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운 발행인

‘LH 분노’의 함의는 도덕과 공정, 정의라는 가치가 공공기관에서 기본적 분별력을 망각한 행태에 분노하는 국민의 표현이다. 특히, 집값 폭등으로 내 집 마련의 꿈을 잃은 청년들에 끼친 정신적 충격은 ‘생존이냐? 아니냐?’의 원초적 벽을 만나게 했다. 
100만 공직자의 9급까지도 재산 등록이라는 벼락을 맞았고 토지 양도세는 70%까지 중과할 것을 예고하고 있다. 가히 충격의 시대다.
무엇보다도 투기할 돈조차 없는 청년들을 어떻게 위로할 것인지가 걱정이다. 청년들이여! 미안하다.

코로나가 우리나라에 상륙한지 16개월에 접어들었다. 
우리는 16개월 만에 그 이전과 전혀 다른 판이한 세상에서 과거를 그리워하며 그때 그 시절을 반추하고 있다. 5인 이상 모임 금지는 2주씩 연장을 더함을 멈출 줄 모르고 사회적 거리 두기는 어느새 친근한 일상처럼 우리 곁에 머물러 있다. 

친구들과의 모임도 몇 달에 한 번, 각종 집회나 행사도 비대면으로 한다. 그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하고 반문하며 온라인상으로 소통하고 내용을 공유한다. 허용되는 방법이 그뿐이 없으니 집안 어르신을 오랜만에 찾아뵙기도 하고 병원에 입원하면 문병도 가야 하는데, 혹시 내가 코로나를 옮겨 준다면 감염병 고통을 안겨줄 수도, 돌아가실 수도 있다 생각하면 막상 행동으로 옮기기가 꺼려진다.

모든 계층이 다 괴롭고 힘들겠지만 일자리가 없는 청년층과 삶의 이유가 쇠락한 노인층의 우울함이 더욱 힘겨울 것이다. 생의 희망 끈은 언제나 단순하다. 일자리가 있고 적당한 보수가 주어지고 자녀들과 서로 부대끼며 함께 살아가는 모습들이다. 청년들의 평범한 일상에서의 소망은 30대에는 전셋집이라도, 40대에는 작은 나의 집을 갖는 것이 소박한 꿈이다.
누구도 그런 평범한 꿈을 과하다고 말하지 않는다.
 

당신은 행복한가?
그런 과하지 않은 꿈들은 예전과는 너무 다른 모습을 한다.
청년의 꿈은 언제나 신선하고 미래의 희망을 이야기할 때는 가슴이 벅차다. 기성세대의 많은 사람들도 가슴 부푼 그 시절은 생각만 해도 울컥한다. 다시 되돌릴 수는 없지만 중요한 선택의 지점들에서 환호하고, 좌절하고, 깨어지고, 일어나기를 반복했던 과거는 추억이기에 어느 때는 감사로, 어느 때는 아리고 쓰린 감상(感傷)으로 혼재한다. 

지겨운 코로나의 시절을 어떻게 생존하며 견디어 낼 것인가를 번민하며, 야금야금 까먹는 모아
놓은 돈들이 눈앞에서 봄눈 녹듯이 사그라지는 시간들은 코로나 일상의 혹독한 고문(拷問)이요, 아픔이다.

그리고 2021년의 봄이 다가오는 순간의, 어느 때 소위‘LH 분노’가 찾아들었다. 제비도 오기 전의 불청객이요, 진상 중의 진상으로 대한민국을 들었다 놨다 하며 찾아왔다. 쓰나미처럼 전 국민의 가슴을 후벼팠다. LH 공사 직원들의 조직적이고 상습적인 땅투기, 불로소득을 넘어 공공연한 국민 갈취 행위요, 부도덕의 극치를 보여주는, 국민을 충격과 분노로 몰아넣은 ‘LH 분노’, 그래서 당신들은 행복한가요?

청년들이 자조하는 말들이 있다.지·옥·고, 반지하·옥탑방·고시원을 말한다. 심지어 컨테이너 하나에 몇 명이 거주하고 비닐하우스를 치고 사는 주거빈곤을 가리키는 말들이다. 더 이상 나빠질 것은 없지만 지금의 상황이라면 좋아진다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처럼 어렵다.
청년들은 스스로를 ‘벼랑꽃’이라 부른다.
벼랑에 피었으니 어느 날 비바람에 벼랑 아래로 떨어질 것이라는 운명 같은 청춘을 비유했다.

세찬 바람의 시대
코로나의 장기화로 우울함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청년들과 노년층의 행복도가 급격히 떨어지고, 이들의 사회 안전망도 불안해지면서 빈곤을 더하다보니 ‘행복’이라는 말은 나와는 상관없는 타인의 언어이고 나에게는 불행과 슬픔이라는 자조적 회상만이 남아돈다. 코로나 여파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자영업자들도 96%가 매출 감소 현상을 보인다.

이들의 최대희망은 ‘백신’이다. 하루빨리 백신맞고 정상영업을 하고 싶다.
최근 통계청이 2019임금 근로자 부채는 1인당 4,245만 원으로 월급쟁이는 빚쟁이라는 등식이 성립한다.

여기서도 20대 대출은 주택 외 담보대출로 전년대비 85.8%나 늘어났고 신용대출과 주택 담보대출도 크게 늘어났다. 젊은층의 ‘영끌’이 2020년에는 최고조에 달하기도 했다. 고위기관에서 지방기관까지. 일반공무원·공직자에서 선출직 공직자들까지 형형색색으로 부패의 빛을 발한다.

서울대생들은 전 시흥시장을 서울대 이전 토지 인근에 토지를 샀다가 팔았다며 고급 정보를 이용한 부패로 보고 수사해 달라며 수사기관에 고발했다.
현직과 전직자들의 광범위한 수사가 진행될 것을 예고한다. 정부 합동 특별수사본부의 1,500여 명과 추가적으로 수사 전문성을 갖춘 43개 검찰청에 500여명의 검사와 수사관 전담팀을 설치해서 수사의 고삐를 조일 계획이다. 과연 얼마나 많은 토지관련 비리 행위가 드러날지 관심사다. 세찬 바람의 시대가 도래했다.

잔인한 4월을 예상한다.
겨울의 동토와 백색의 눈으로 덮인 겨울을 찬미하며 새롭게 겨울을 등져가는 4월을 잔인한 계절로 노래한 영국의 시인 T.S 엘리엇의 ‘황무지’가 생각난다.
「4월은 가장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고 
기억과 욕망을 뒤섞고
봄비로 잠든 뿌리를 뒤흔든다.
겨울은 따뜻했었다.
대지를 망각의 눈으로 덮어주고
가냘픈 목숨을 마른 구근으로 먹여살려 주었다」 이하 생략.

상당히 긴 문장의 시에서 몇 문장을 비유해본다.
죽은 땅(투기땅)에서 봄비(공직자 전방위 수사)가 잠든 뿌리(국민의 원초적 힘)을 뒤흔든다.
4월은 잔인한 달이 될 것이 예감되는 대목이다.
국민은 봄비에 새로운 영혼을 갖는 힘을 얻을 것이다.엘리엇의 이 패러덕시칼한 시를 마음대로 꾸며봤다.

향후 모든 공직의 9급 하위직까지 재산등록을 확대하고 5억 원을 벌면 3~5배 최대 25억 원까지 추징할 수 있는 법을 만들어 소급입법으로 추진된다.
제3자를 통한 차명 투기도 현금거래를 샅샅이 살피고 있는 금융당국의 눈을 피해야 하고 어느날 급작히 늘어난 재산에 대하여도 분명한 증가 소명으로 문제가 밝혀질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영원히 차명자의 소유로 남을 수 있다.
당분간은 “도둑놈들, 나쁜놈들”이라는 격한 언어들이 국민들 사이에 난무할 것이다.
중국발 납섞인 황사가 최고조에 달하는 요즘, 이래저래 세상이 어수선하다.

 

 

저작권자 © 김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