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의 승부

배세복

이른 봄의 정원에서는
가위바위보가 한창이었다
나무는 자신의 가지를
보자기처럼 펼쳐 보였고
그때마다 사내가 다가와
말없이 가위를 내밀었다

나무는 번번히 패했고
벌칙처럼 가지가 하나씩 잘렸다
먼 곳의 가지마저 내준 후
듬성듬성 몸뚱이가 가위처럼 남아
드디어 사내와 비길 수 있었다
이제 어쩔 수 없다는 듯
사내가 가위질을 멈추었다


소나무는 그제야
빈 가지 사이로 바람을 끌어와
휘파람을 불 수 있었다


시 감상
이기고 진다는 승부는 표면적이다. 정작 승부는 어느 한쪽이 지고 이기는 것이 아닌, 서로 이기는 것이 가장 좋은 승부의 모범답안이다. 윈윈이라고 한다. 승부에 참여한 모두가 이길 수 있다면 본문처럼 사내의 가지치기는 끝났을 것이고 말끔하게 단장한 소나무는 휘파람을 불 수 있을 것이다. 코로나로 어려운 요즘이다. 
중소 영세업자의 피해가 극심하다. 서로 조금씩 조심하고 양보하고 배려하면 조만간 종식될 것이다. 내가 아닌 너를, 우리를, 이웃을 먼저 생각하는 일, 코로나 시대에 가장 필요한 윈윈이라는 승부 방식일 것이다.
                                 [글/ 김부회 시인, 평론가

 

[프로필]
 배세복 : 충남 홍성, 광주일보 신춘문예 당선, 
 2019 시집[몬드리안의 담요]. 볼륨 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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