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숙 한국이주여성유권자연맹 중앙회장

유권자로서의 이주여성 권리, 인권, 복지 위해 노력

이주여성, 외국인으로 구성된 풍무동 단위봉사회 결성

“새벽이나 아침에 휴대폰이 울리면 가슴이 철렁한다. 도움이 필요해 전화를 건 게 분명한데 그 시간대면 가정폭력이거나 학교폭력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홀로 이곳에 온 이주여성들은 문화차이, 세대차이로 인한, 또 말이 통하지 않아 빚어지는 갈등에서 약자일 수밖에 없다. 의지할 곳 없는 그들에게 도움을 주고 하소연을 들어줄 누군가가 있어야 하지 않나.”

김포 결혼이주여성의 울타리가 되어주고 싶다는 마음에 북변동 2층 작은 공간에서 ‘이주여성소통방’과 다문화 자녀를 위한 ‘아싸말모이 꿈의학교’를 운영하고 있는 이경숙 대표. 최근엔 이주여성 중심의 풍무동 단위봉사회를 결성, 봉사를 통한 이주여성의 지역사회 기여를 꾀하고 있다.

그는 2003년 김포가 고향인 남편을 만나 결혼한 뒤 풍무동에 정착, 18년째 김포시민으로 살고 있는 중국 출신이다. 2012년 다문화 강사를 시작해, 2019년 이주여성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전국 조직인 한국이주여성유권자연맹 중앙회장을 역임하고 올해 다시 연임돼 이주여성으로서는 처음으로 단체장을 맡고 있다.

이주여성들이 나름의 소망을 안고 정착한 한국사회에서 안전하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유권자로서 갖는 권리를 깨우쳐 민주시민의식을 함양하고, 이주여성과 그 자녀에 대한 인권, 복지, 교육과 관련된 일을 통해 이주여성들과 사회의 소통 통로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 한 해 동안 펼친 한국이주여성유권자연맹의 활동들

어렵게 얻은 아들 통해 사회로 나올 용기 내

하지만 그도 결혼 초엔 이주여성에 대한 사람들의 편견과 선입견에 집밖으로 나가길 두려워했다. ‘누가 뭐래도 내 며느리’라는 시부모님의 단단한 사랑으로 문화차이를 극복하며 자연스럽게 한국인이 된 그지만 나쁜 선례 몇 가지로 모두를 일반화하는 시선을 극복하기 쉽지 않았다. 하지만 결혼 5년 만에 시험관 시술을 통해 어렵게 얻은 아들을 통해 자신의 틀을 깨고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유치원에서 돌아온 아이가 ‘다문화가 뭐야?’라고 묻더라. 2007년에 귀화도 했고 친정 부모님도 강원도, 함경 출신이라 ‘다문화’라는 말이 나와는 상관없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다양한 인종과 문화가 공존하는 사회’를 의미하지만 현실에서는 뭔가 ‘경제적 소득이 없는 사람, 무능력한 남편, 돈으로 팔려온 신부’ 등의 편견이 응집된 이미지가 있다.”

마냥 집밖을 무서워하며 우물 안 개구리처럼 살다가는 아이 인성과 학교생활에 큰 걸림돌이 될 거라 생각한 그는 ‘한국이주민복지회’에서 다문화 강사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유치원·초·종·고등학교뿐 아니라 어르신 모임 등 다문화에 대한 인식을 바꿀 수 있는 기회라면 어디든 가리지 않고 전국을 돌아다녔다.

이 같은 문화다양성 수업을 통해 학생들에게 다문화 자녀의 엄마 나라를 배울 수 있게 해줌으로써 함께 강사로 활동하는 이주여성들 자녀들에게는 자긍심을, 일반 학생들에게는 피부가 다를 뿐인 친구들을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이후 이주여성과 한국인을 대상으로 다문화 강사 양성교육을 시작, 함께 강의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이주여성, 한국어 서툴어 학교와 소통 어려워

이 대표의 노력에도 불고하고 아직도 이주여성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부분은 학교폭력이다. 학교에 입학한 자녀가 다문화가정에 대한 편견으로 소외당하거나 차별받고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주여성들은 한국어가 서툴다보니 담임선생님이나 학부모들과 소통이 잘 안 돼 자녀들이 학교에서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으며, 학교폭력에 연루되었을 때도 제대로 의견을 전달하지 못해 억울한 처분을 받기도 한다.

“학교폭력심의위원회에 다문화 관련자가 있어야 한다. 특히 김포는 어느 지역이든 다문화 학생들이 존재하기에 그렇다. 이 부분에서 도움을 주고 싶다. 현재는 이주여성 엄마들이 학교에서 보낸 가정통신문을 이해하지 못할 경우 사진으로 찍어 보내게 해 이해를 시키거나 학교에 연락해 의견을 전달하는 도움을 주고 있다.”

그에 따르면 김포 이주여성의 60% 정도가 직장을 다닌다고 한다. 특히 작년부터 코로나 상황이 이어지며 남편의 실직이나 축소된 노동시간 때문에 더 많은 이주여성들이 일자리를 찾고 있다. 이 대표는 그간 형성된 네트워크를 통해 어떻게든 일자리를 연결시켜 주려 노력한다. 또한 활동하고 있는 봉사단체를 통해 위기가정을 찾아 물품을 전달하는 등의 방식으로 보살핌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2012년 김포경찰서 외사계에서 다문화 치안 봉사단원으로 위촉돼 활동하며 봉사의 즐거움을 알게 됐다. 이후 어머니 방범대, 소방서 여성의용소방대, 적십자 느티나무 봉사단 등 5개 단체 봉사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런 활동이 평가돼 2019년에 대한민국사회공헌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리고 작년 이주여성과 외국인으로 구성된 봉사단체를 만들어 적십자 산하 풍무동 단위봉사회로 활동하고 있다.

“이주여성들도 사회에 베풀며 살아가자는 생각에서 시작한 봉사활동이다. 이주여성은 늘 뭔가 많이 제공받는다고 생각한다. 어려운 경우 도움을 받기도 하지만 마냥 그런 존재인 것은 아니다. 한 달에 한 번이지만 주중에 일하고 쉬는 주말을 이용해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이주여성들이 지역사회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의미가 크다.”

▲사무실 한쪽 벽면이 그동안 수상한 표창장으로 채워져 있다.

봉사활동으로 베푸는 이주여성 되도록 독려

그는 3월부터 또 다른 도전을 하고 있다. 대림대학교 호텔관광과에 입학, 대학생이 되었다. 일주일에 두 번 대면수업을 하기 위해 안양까지 간다. 주변에서는 그의 호텔관광과 입학에 의아해 했다고 한다. 공부를 하더라도 복지 관련일 것이라 예상한 것이다. 그런데 학과 선택엔 그의 그린 큰 그림이 있었다.

“이주여성들의 남편들이 대부분 늦은 결혼을 했기에 퇴직이 빠른 편이다. 그래서 일을 원하는 이주여성들이 많다. 대부분 단순 노동직에 근무하거나 다문화 강사로 활동하는데 일자리를 찾아주기가 쉽지 않다. 호텔과 관광에 대해 배우면 이주여성들을 교육시켜 다양한 일자리로 연결시킬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2년 동안 열심히 배워 이주여성들을 위한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교육을 해나가려고 한다.”

그의 미래 계획에도 이주여성이 빠지지 않는다. 아싸말모이 꿈의학교 학생들이 환하게 웃을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는 그녀에게서 이주여성을 위한 진정한 활동가의 면모를 느끼게 된다. 멋지게 펼쳐질 그와 이주여성들의 앞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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