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 미술가의 작업실을 엿보다⑤ 박근우 조각가

김포와 인연 15년, 고향 같은 하성에 작업실 만들어

원초적인 돌에 천착, 빛 어울린 작업으로 미술계 주목 이끌어

▲지난해 김포아트센터에서 열린 ‘12x일루전 Illusion of Day and Night’전에 참가한 작품 Renew-Cube 옆에 선 박근우 작가.

하성 마을 도로에서 언덕으로 살짝 올라간 곳에 위치한 박근우 작가의 작업실은 오롯이 작품을 만들기 위해 조성된 작가의 작은 성과 같은 느낌을 준다. 고적하고 아름다운 하성의 자연 풍광 속에 안긴 듯한 모습이 더욱 그런 감성에 젖게 한다.

“2007년 작가 셋이 석모리에 작업실을 얻어 활동하다 사정이 생겨 나오게 됐다. 다른 두 작가는 강화와 파주로 갔는데 나는 김포에 계속 있고 싶었다. 하성이 고향 정읍과 많이 닮아서 그런지 이곳이 편했다. 조각이 작업하는 동안 소음이 꽤 난다. 사람이나 동물에 피해를 주지 않으려면 축사가 없고 인가가 드문 곳을 찾아야 한다. 3년여를 돌아다니다 발견한 이곳을 한눈에 반해 결정하고 우여곡절 끝에 작업실을 지은 뒤 8년 넘게 작업하고 있다.”

지문으로 표현한 작가적 존재감

그는 2001년 대학을 졸업하며 경기도 ‘명성황후생가 조각공원’ 설치작가로 선정되면서 조각가의 길로 들어섰다. 대학에서 조각을 배우며 그는 돌이 가진 원초적인 순수성에 매력을 느껴 돌을 이용한 ‘스폰지 스타일’ 작업(변형)으로 첫 작가적 컨셉을 잡았다. 그의 작품은 과연 돌이 맞나 싶은 의문이 들게 하는 매끈한 표면 질감과 부드러운 곡선 처리로 관객에게 놀라움을 선사한다. 또한 스폰지 한 부분을 구부린 듯 눌러 지문을 새겨 넣은 독특한 형태를 보여준다.

▲명성황후생가 조각공원에 전시된 작품. 변형의 시작

“작업과정이 복잡한 흙보다 원하는 대로 깎이고 마음을 준만큼 결과를 내는 돌 작업이 좋았다. 돌 작업으로 표현하려고 했던 건 변형이다. 작품 속 변형의 개념은 모든 시간과 공간들 속에 내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내 공간 속에 시간과 공간을 끌어들여 그 속을 들여다보면서 모든 사물을 해석하는 데 있다. 이러한 방법적 행위가 지문을 찍어 변형을 가하는 것이다.”

그가 작품에 남긴 지문은 자신을 표현하는 상징이었다. 작품에 지문을 넣음으로써 작가 자신의 존재를 도장 찍듯이 남기고자 했고, 이 지문은 ‘나와 물질이 소통하는 연결고리’의 역할을 한다고 여겼다. 그렇게 작가로서 처음 정한 작품 스타일로 2007년까지 대중과 활발하게 소통했다.

깨진 그대로의 원석과 빛의 조화로 ‘리뷰’된 작품

“빛과 관련된 전시에 초대되며 돌을 이용한 작업에 변화가 생겼다. 오석이라 하는 보령돌을 쪼개니 얇게 결이 보이며 쪼개졌다. 이 쪼개진 부분들을 모아 설치하고 그 안에 조명을 넣었다. 그렇게 해서 쪼개진 돌이 이어진 부분으로 빛이 새어나오는 독특한 작품이 나왔다. 대중에게 색다른 신선감을 준 덕분에 많이 알려지게 됐다.”

▲2009년 이천시 설성면 금당리 마을에 조성된 빛의 길에 전시된 작품. 80m 길이에 이른다. 그가 작업한 조형물 가운데 가장 마음이 가는 작품이라고 한다.

원석을 변형시키지 않고 본성 그대로 표면의 거친 질감을 유지한 돌에 난생신화처럼 생명의 시작을 상징하는 빛을 어울린 작품이 사람들의 눈길을 끈 것이다. 2007년 리뉴(RENEW)시리즈 첫 번째 개인전을 열고 2008년 개인전에 초대되기도 했다. 또한 미술관으로부터 연락을 받는 등 미술계로부터 큰 주목을 받았다. 이때 지금까지 생활고민을 덜어주고 있는 조형물 작업을 시작하는 운도 이어졌다. 이후 개인전과 수많은 국제 아트페어, 심포지엄, 국내 전시에 초대되며 세상과 교류했고, 2010년 작품이 고등학교 교과서(미진사 발행)에 실리기도 했다.

“원석과 빛을 어울려 작업한 작품으로 ‘리뉴’를 표현하고 싶었다. 단단한 원석은 인간의 힘에 의해 깨어지게 되고, 그 깨어짐을 통해 표면적으로는 알 수 없는 원석 자체의 에너지가 깨어진 틈을 통해 비추어지는 것을 의도했다. 그것은 정신적이든 물질적이든 또 하나의 시작을 의미한다. 새로운 생명의 탄생일 수도 있고 우리 삶을 새롭게 시작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후 그는 스테인리스와 돌을 결합하는 등 다른 물성을 섞는 시도를 이어가며 작품 세계를 확장했다. 다만 작품 형태가 없는 큐브나 원형을 고수, 복잡함을 배제하고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충실하고자 했다. 그리고 그는 또다시 작가 박근우를 표현할 수 있는 새로운 것을 하고 싶은 욕구가 가슴 가득 차올라 있다.

▲리뉴 태초의 꽃. 화강석 사이로 새어나오는 푸른빛이 생명의 시작을 상징하는 듯 신비한 느낌을 준다.

“나는 작가가 작품을 창조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어떤 재료와 작가의 생각이, 관계가 맞았을 때 작품이 만들어진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발견이지 창조가 아니다. 결국 끊임없이 찾아가는 탐구가 필요하다. 작가의 길은 찾고 실험하고 발견하는 지속적인 여정 속에 있다.”

▲Dream of Chairman. 2005년 작품으로 스폰지 같은 느낌을 주지만 대리석을 깎고 다듬어 만들었다. 의자가 상징하는 권력에 지문을 새겨 누구도 침범할 수 없는 내 자리를 표현했다. 의자를 살짝 찢어지게 처리해 당시 어쩔 수 없는 상황도 넣었다.

김포 위해 봉사한 지역 미술가에 대한 배려 필요해

감사하게도 작품 활동과 생계를 분리할 수 있는 정도의 조형물 작업을 이어오는 그도 미래에 대한 고민에서 자유롭지 않다. 김포미술가협회 회원으로, 최근엔 하성의 미술인들 협동조합 일원으로 활동하며 지역사회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지만 작가가 설 수 있는 자리가 점점 사라지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어떤 미술장식품, 상징물이 진행될 때 작가가 주가 되고 공장이 협업하는 스타일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업체가 주가 되고 작가가 따라가는 양상이다. 사업공모에 산업디자인 면허가 있는 업체, 실적 있는 업체가 기본 조건이 되면서 순수미술 작가들이 공공미술에서 자꾸 밀려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미래 생계를 위해 산업디자인 면허를 따야 하나 고민하고 있다.”

직접 만든 화목난로를 피우고 차를 끓여내는, 동네이웃 같은 푸근한 이미지의 그는 “애기봉 전시장의 경우만 해도 지역사회 미술인이 충분히 할 수 있는 작업을 업체에 의뢰해 진행하고 있다”며 시가 “김포에 대한 애정으로 지역을 위해 봉사해온 예술인들을 좀 더 배려했으면 좋겠다”는 말로 인터뷰를 마쳤다.

▲작업실 한쪽 박 작가가 직접 용접작업까지 해서 만든 화목난로가 눈길을 끈다.

 

박근우 작가 이력 및 경력 

전주대학교 미술학과 조각전공 졸업

성신여대 조형 대학원 (조각)졸업

■개인전 ,아트페어

2007 1회 개인전 ( 제3의 힘 전 ) 백송화랑

2008 2회 개인전 ( 제3의 힘 전 ) 관운 갤러리

2014 - 19년 국제조각페스타 ( 예술의 전당 )

대구 아트페어 2019 ( 대구 엑스코 ) 외 20여회

■단체전 및 초대전

2020 Illustion of day and night ( 김포 아트센터 , 김포 조각공원 )

2020 춘천 조각심포지엄 특별전 ( 남 춘천역 갤러리 )

2020 한강의 바람전 (김포 아트홀 )

2019 ( SIAT ) 서울아트엑스포 2019 ( 코엑스 )

2019 호모 심비우스 전 - 당인리 발전소

2019 조각구룹 광장전 ( 한전아트센타 )

2019 미디어 시티전 ( 양평군립 미술관 )

2019 예술하라 편의점 서울 & 충주, 초대전 (팔레드서울 갤러리, 충주 문화회관)

철조망 이야기전 ( 김포아트홀 )

서울 빛 초롱축제 ( 서울 청계천 ) 외 200여회 전시

■심포지움

 2006년 고양 국제 조각 심포지엄

 2007년 거창 국제 조각 심포지엄

 2016년 폴란드 설치 페인팅 심포지엄

 2018년 라트비아 설치 페인팅 심포지엄

 2019년 춘천 조각 심포지엄

■수상경력

 전국 춘향 미술대전 대상, 특선

 2015 춘천 MBC 야외 조각 초대전 - 올해의 작품상 수상 외 다수 수상

■현.2021

 김포 미협, 한국 조각가협회, 광장 조각회,

삶이야기 조각회, 전북조각회 회원, 크라운 해태 레지던시 입주 작가

2010 고등학교 미술 교과서 작품 수록 ( 미진사 발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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