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골집

                                               문현숙

노을이 붉은 신호등을 켰다 한 집 건너 한 집 빼곡하게 들어앉은 가게마다 흔들리
는 불빛, 골목과 골목 저 건너 전신주 아래 한자리에서 몇십 년 성황당 처럼 앉아있
는 단골 가게, 간판 한 번 바꾼 일 없는 찾는 물건이 없을 때가 더 잦은 좁아터진 점
방, 시장가는 발을 멈추게 한 것은 봄 여름 가을 겨울, 철마다 다른 모습의 푸성귀
들, 젊은 부부, 그들의 부모님이 손수 심고 다독이며 농사지은 햇양파, 햇감자, 햇
고추, 곶감, 한여름 머리 위 땡볕을 고스란히 제 안에 품은 햇것들

얼마 전,
태양초를 달라는 말에 부부는
- 미안합니다. 어머님이 연로해서 더는 농사를 지을 수가 없네요...
점방을 닫아야 할 것 같다고 한다

없는 것을 떠올리는 대신 이미 가진 것을 잃는 일
더 좋은 일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 더 나쁜 일이 안 생기는 것
손쉽게 행복을 얻는 공식이다

지금, 당신의 단골집은 안녕하신가요?


시 감상
코로나 여파로 자영업자, 소상공인들이 가장 많은 타격을 받았다. 10년 넘은 단골집, 맛집, 모두 상처가 크다. 본문처럼 어머님이 더는 농사를 지을 수 없어 팔 것이 없는 것이 아니라 정부의 방역시책을 이행하느라 휘어진 가게 그리고 가계. 멀리 돌아가더라도 자영업자, 소상공인 가게를 먼저 찾아가자. 작은 보탬이라도 될 수 있게 그들의 어려운 형편에 동참하자. 

그들 모두 우리의 이웃이며 어느 가정의 생계를 책임진 가장들이다. 지금 가장 힘든 사람은 가장 바닥에 있는 나와 골목상권을 짊어진 우리의 이웃들이다. 더 나쁜 일이 안 생기는 것, 시인의 말이 오래 남는다. 
[글/ 김부회 시인, 평론가]

[프로필]
 문현숙 : 대구, 방송문학상 대상, 경북문화체험 수필 수상, Volume동
인, 대구신문 (달구벌 아침) 수필 2016~ 집필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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