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연대기

                          김인선

차가운 묵비권에 파묻힌
삶의 비밀을 채굴하는 완벽한 고문 기술자,
그를 마에스트로라 기억한다

침묵의 공조를 파헤쳐
치밀하게 얽힌 내부의 약속을 밝히기 위해
물고문, 전기 고문, 따위
비겁한 짓을 행하지 않아도
마주 앉은 귓바퀴에 야릇한 온기를 불어넣어
생생하게 밝히는 르포르타주,
억압에 눌렸던 진실의 막이 터지며
봉했던 사유를 풀어
하나둘,
발가벗은 진술이 녹화되고
사선에서 살아나 결박이 풀린
바람, 꽃, 물
사방,
치부를 드러내는 

은근한 채찍 쥔 희대의 사디스트
황홀한
저 자백의 묘*
* 妙


시 감상
남녘엔 동백이 피었다고 한다. 봄은 전령이다. 동토의 음습한 곳에서, 암울한 전염성 바이러스창궐한 곳에서, 우리를 햇살로 인도해주는 희망의 첨병이다. 본문의 말처럼 봄은 마에스트로다. 그의 손길이 닿는 곳마다 연두가 숨을 쉰다. 우리는 그저 마에스트로가 이끄는 대로 내 몫을 연주하기만 하면 된다. 대한을 넘어 곧 봄이 온다. 각자의 악기를 꺼내 조율할 때다. 황홀한 연주를 꿈꾸는 오늘, 초록색 봄의 연대기를 읽는다. 일상이 회복되는 소리가 얼핏 들리는 것 같다.
[글/ 김부회 시인, 평론가]


[프로필]
 김인선 : 경기 인천, 2010 자유문학 등단, 보아스 종합건설 이사,  사람과 시 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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