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 미술가의 작업실을 엿보다④ 장용선 조각가

▲작업실 2층 공간에서 포즈를 취한 장용선 조각가

‘주변 동료에게 인정받으며 과정을 즐기는 작가로 살아가는 것’을 예술가로서의 목표로 삼고 있는 장용선 작가는 8년 전 서로에게 관심과 응원을 보내는 선배와 동료가 있는 김포에 작업실을 열었다. 기존 서울 연희동 작업실에서 가졌던 공간적 협소함, 소음으로 인한 인근주민들의 끊임없는 민원에 마음이 불편했던 그에게 작은 공장을 연상시키는 규모의 대곶면 작업실은 실로 새로운 세계를 선사했다. 전시 후 보관이 난감했던 문제를 해결해줬고 작업과정을 분리해 공간을 배치함으로써 보다 효율적인 작업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과 오산, 포항시립미술관 등 국내뿐 아니라 독일, 프랑스, 터키, 미국, 베트남 등에 작품이 소장돼 있는 장용선 작가는 서울 시립대 환경조각학과 대학원 졸업과 함께 2010년 개인전을 열며 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학부 때부터 ‘내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 내가 좋아하는 것’을 표현하는 재료로 스테인리스 스틸을 선호했고, 그 가운데 다양한 지름으로 잘려진 파이프를 이용해 그의 관심사인 ‘생명’과 ‘우주’를 표현하는 작품을 이어갔다.

“예술의 본질에 대한 물음, ‘나는 누구인가, 어디에서 왔는가’ 하는 등 생명에 대한 고민을 이어가던 시절, 예술은 인간의 정신 줄을 지켜주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내 작업은 은유를 통해 무언가를 탁 짚어주는 역할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또한 생명 근원에 대한 물음은 물질을 이루는 최소단위 세포에서 시작해 우주로 이어지는, 미시와 거시세계에 대한 탐구에 집중했다”

▲금속 파이프로 작업한 작품. Darkmatter, steel
▲DARKMATTER 0611. Scorched Stainless Steel

 

금속 파이프로 표현하는 생명과 우주

잘라진 파이프를 용접으로 이어가며 추상적인 구조물을 완성하는 그의 작품은 파이프 하나하나가 마치 세포처럼 보이며 기묘한 생명력과 역동성을 선사한다. 석고 틀로 형태를 잡고 그 위에 파이프를 일일이 용접해 형태를 만들어 가는데, 석고 틀을 제거한 후 완성된 결과물은 수없이 많은 파이프의 뚫린 원을 통해 빛이 통과하며 공간에 색다른 생기를 불어넣는다. 그리고 이는 우주와 행성의 요소로 대치되기도 한다. 그렇게 장 작가의 생명과 우주에 집중하는 초월적 고민은 금속 파이프를 통해 대중들과 만났다.

생명에 집중했던 작가의 작업은 2014년 후배의 한 질문으로 인해 주변 생명에 관심을 갖는 새로운 접근이 이뤄졌다. 작가로서 서기 위해서는 자신의 작업이 일정 정도 축적되어야 한다는 생각에 해마다 개인전을 열며 입시하듯 작업을 이어가던 그도 2014년 ‘세월호’를 비켜갈 수 없었다. ‘어떻게 생각하냐’는 후배의 질문에 전시 준비에 몰두했던 그는 어떤 대답도 할 수 없었다. 그러나 그 질문은 계속 그를 ‘건드’렸고 본인에게만 집중하던 고민을 주변으로 확장하는 계기가 됐다.

“출근하는 길에 ‘미관불량녹지정비사업’이라는 이름으로 베어져 무덤처럼 쌓인 잡초를 발견했다. 수많은 이름 모르는 잡초가 미관불량 원인자라는 거다. 분명 장미와 같은 생명을 갖고 있는데. 지역 도시관리공사에 연락해 그렇게 베어진 잡초를 모았다. 풀이 마르면서 형태 그대로를 유지하는 건 강아지풀뿐이었다. 이를 이용해 작품을 만들었다.”

▲강아지풀을 이용한 작품과 시멘트 벽돌로 완성한 설치 전시
▲말린 강아지풀을 모아 다발을 만들고 안에 조명을 설치해 새 생명을 불어넣은 듯하다.

 

버려진 자연에 새 생명을 불어넣는 작업

인간의 판단에 의해 관리되는 자연의 죽음을 접하며 작가는 생각이 많아졌다. 도시는 이렇게 산과 나무와 풀을 삭제한 자리에 들어섰고, 사람들은 그들에게 주목하지 않았다. 장 작가는 그렇게 죽음에 이른 생명, 주변부로 밀려난 자연에 대해 사유했다. 강아지풀을 다발 모양으로 만들어 그 안에 조명을 설치하고 도시의 상징인 시멘트 벽돌과 함께 전시하기도 하고, 쓸모없다고 베어진 풀을 전시장 가득 채워 풀 비린내의 후각적인 효과를 통해 관람객에게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내 작품 앞에서 누군가 1분 동안 봐준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강아지풀로 시작한 설치작업이 누군가에게는 공간적 아름다움을, 누군가에게는 불편함을 줄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주목받지 못한 것들에게 시선을 주게 하고 관람객에서 물음표 같은 생각의 기회를 갖게 하는 것, 그것이 예술가로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소뼈를 구워 만든 작품

자연과의 공존을 바라보는 작가의 고민은 소뼈 작업으로 이어졌다. 2017년 클레이아크 김해 미술관 레지던시에 참여하고 있을 때 어머니가 보내주신 설렁탕을 동료들과 나눠 먹으며 인간이 먹고 버린 소뼈를 작업 소재로 선택하게 됐다.

“자연에서 자유롭게 살던 소들이 인간에 의해 삶의 터전에서 밀려나 가축이라는 명목 아래 정해진 공간에 가두어졌고 역시 인간에게 온전히 바쳐져 결국 먹고 남은 뼈로 존재하게 됐다. 본가가 마포에서 오랫동안 설렁탕집을 운영했기에 어쩌면 그들의 희생으로 내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중력을 거스르는 수직성의 경쟁구도에서 희생된 것들에 대한 애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관람객이 느끼는 불편한 진실 속에 던지는 물음

그는 어머님이 주신 것, 김해 예식장, 설렁탕집을 돌며 소뼈를 구해 깨끗이 씻은 뒤 가마에서 섭씨 1250˚로 구웠다. 하얗게 소성되어 나온 소뼈를 하나씩 이어 3미터가 넘는 구조물을 만들었다. 도시의 욕망을 보는 듯한 거대한 높이의 구조물은 관람객에게 불편한 진실을 목도하게 했다. 그의 작가적 실험은 계속 이어져 항아리에 소뼈를 넣고 구워서 얻은 ‘메타블랙’ 색상의 소뼈를 이용해 작업하기도 하고, 가루를 내 드로잉 작업을 하는 것으로까지 발전했다.

▲항아리에 소뼈를 넣고 구워 나온 '메타블랙' 색상의 소뼈를 이용한 작품
▲'메타블랙' 색상 소뼈를 이용한 작품
▲구운 소뼈를 가루 내어 드로잉 작업으로 완성한 작품

현재 장 작가는 강아지풀과 소뼈를 활용한 설치작업과 함께 금속 파이프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금속 작업은 금속을 샌드페이퍼로 닦아 광을 내 자신을 비추는 거울이 되게 하는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무한반복으로 작품을 만들어내는 과정은 오롯이 작가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두세 시간의 만남을 통해 장용선 작가를 이 한정된 지면에 온전히 소개할 수는 없다. 꾸준하고 끈기 있게 이어온 10년 동안의 작가적 산물을 소개하는 것도, 그의 고민과 생각이 어떤 여정을 통해 지금에 이르렀는지를 소개하는 것도 한계를 갖는다. 하지만 피상적일 수 있는 이 기술이 작가의 작품과 만나는 어떤 순간에 작품을 잘 감상할 수 있는 작은 도움 요소가 되었으면 한다.

▲작업실 1층 공간
▲작업실 2층 공간. 전시를 마친 작품들이 모여 있다. 

 

장용선 작가 경력

개인전

2021 박제풍경 – 서울시청 하늘광장갤러리, 서울 (2월 예정)

2020 초록갈변 – 인천문화재단 예술공간 트라이보울, 인천

2019 WHERE IS YOUR QUERENCIA? 너의 안식처는 어디인가 –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 청주

2018 VOLATILE MARGINS 불안한 리드 – 서울문화재단 지원전시 – 스페이스 나인, 서울

2017 RECEPTACLE OF LUMINOSITY – 갤러리 도스, 서울

2017 INFINITE SHIMMER – 갤러리 팔레드서울, 서울

2017 잠재적 천연기념물 – 대안공간 눈, 수원

2014 BEYOND THE SILENCE - 가나인사아트센터, 서울

2013 PARTICLES IN NATURE - 갤러리 아트리에, 안양

2012 LUMINESCENT IN DARKNESS - 갤러리 그림손, 서울

2010 PARTICLES OF DARK MATTER –가나아트스페이스, 서울

심포지엄/레지던스 프로그램

2020 춘천조각 공공미술 심포지엄, 춘천, 강원도

2019 SCULPTURE SPACE 입주작가, 유티카, 뉴욕, 미국

2019 ART IN THE FOREST 국제조각레지던시, 하노이, 베트남

2018-19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 12기 입주작가

2018 베일리큐쥬 국제조각심포지엄, 이스탄불, 터키

2018 DMZ PEACE PALTFORM 창작스튜디오, 스튜디오 BEQ, 경기관광공사 DMZ정책과, 경기도

2017-18 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 세라믹창작센터 장기입주작가

2017 현대제철 3S포럼 초청위원

2016 NORDART

2016 국제 심포지엄 - 카를스휘테 미술관, 뷔델스도르프, 독일

선정 및 수상

2019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국제교류사업지원 선정작가

2018 청년예술지원사업 최초예술지원(시각예술), 서울문화재단, 서울

2017 제3회 포트폴리오박람회 우수상, 서울예술재단, 서울

2015 NORDART2015 퍼블릭초이스 어워드 1등, 카를스휘테 미술관, 뷔델스도르프, 독일

2008 제1회 미사리 조각대전 대상 제9회 전국 대학·대학원생 조각대전 장려상

2007 제3회 경기도 평화통일 미술대전 장려상

2006 제7회 전국 대학·대학원생 조각대전 장려상 제9회 세계평화통일 미술대전 최우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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