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회 농업인의 날 ‘도시농부상’ 수상자 이 호 씨

논농사 투잡하다 도시농부대학, 엘리트 대학 다니며 도시농업 인연

동문텃밭 운영, 협동조합 ‘곳간지기’ 회원 활동하며 양봉도 꾸준히 늘려

▲도시농부상 수상자 이 호 씨.

지난달 김포시농업기술센터에서 열린 제26회 농업인의 날 기념식에서 올해 처음 제정된 ‘도시농부상’에 이 호 씨가 선정돼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도농복합도시인 김포는 벼 경작지가 줄어드는 반면 신도시로 유입된 도시인을 중심으로 농업에 관심을 갖는 이들이 많아졌다. 도시지역 내 토지나 건축물 등 다양한 공간을 활용해 취미, 여가, 학습, 체험 등의 목적으로 농작물을 재배하는 도시농업은 여가활용과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텃밭 주말농장이나 베란다를 통해 작물을 키우곤 한다. 그러나 이들이 자신을 도시농부라고 생각할까?

“농업에 관심을 갖고 알차게 하는 분을 도시농업협의회 추천”으로 선정했다는 관계자의 말처럼 도시에서 농사를 업으로 살아가고자 끊임없이 도전하고 애쓰는 이 호 씨는 진정한 도시농부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김포에서 나고 자란 그가 농사와 직접적인 인연을 맺은 건 연로한 아버님이 “힘들어 못하니 니가 해라”라는 말을 받들어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며 주말을 이용해 농사를 짓기 시작하면서부터다. 일명 투잡으로 농사를 시작했다.

“기계화가 잘돼 있는 논농사는 그렇게 주말을 이용한 경작이 가능했다. 하지만 쌀값이 계속 떨어지면서 기계 값을 빼고 나면 남는 게 없었다. 이에 논을 다 밭으로 바꿔 밭농사를 시작했다.”

그는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얻고 무농약으로 감자와 서리태를 키웠다. 하지만 경험이 부족하다 보니 수확기를 놓치면서 돈벌이가 될 만큼의 결과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농사를 전문적으로 배우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하던 무렵 그는 도시농부대학을 알게 돼 2013년 6기에 입학했다.

“지금은 1년 과정이지만 그때는 한 학기만이라 무, 배추 키우는 가을농사만 배워 좀 아쉬웠다. 그래도 친환경농사에 대한 마인드를 배웠다고 할까. 농약을 안 쓰면 풀 관리가 제일 힘든데 풀에 대한 개념을 바꿀 수 있었다. 보통 내가 경제적 이득을 꾀하는 작물 이외에는 다 잡초라고 한다. 하지만 잡초 속에 먹을 수 있는 것도 있고 생태계 중 하나이니 다 제거할 대상은 아닌 것이다.”

▲덮개를 씌운 양봉 군집. 벌들이 겨울잠을 자고 있다.

양봉하며 도시농부대학 네트워크 통한 활동 이어가

도시농부대학을 졸업한 그는 엘리트대학 친환경학과 1년 과정에 다시 들어갔다. 이곳에서 그는 친환경 정책의 흐름을 파악하는 등 전업농이 되기 위해서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를 배울 수 있었다. 유기농과 친환경에 대한 이해 수준이 높아지고 신념도 커졌다. 그리고 하고 있던 일을 그만두는 결정까지 내리게 됐다.

“그때 이후 지금까지 농사일만 하지는 못했다. 고1, 중2, 초4인 아이 셋을 키우려면 고정적인 수입이 있어야 해서 중간에 현대아웃렛 안전관리사로 3년간 근무하기도 하고 소소한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도시농부대학과의 인연을 이어가며 동문텃밭 운영과 사회적협동조합 ‘곳간지기’회원으로 활동하며 양봉을 하고 있다.”

친구를 통해 2016년 양봉에 입문한 그는 현재 김포양봉협회 사무국장을 맡아 일하며 꾸준히 양봉에 매진하고 있다. 10군으로 시작해 현재, 50군 정도 하고 있다. 하지만 4년 동안 제대로 수확한 경우는 딱 한 번일 정도로 이 또한 쉽지 않은 농사다. 김포 자체가 양봉이 어려운 지역인데다 진입장벽이 낮고 기후변화에 취약하다 보니 그렇다.

“벌이 주로 아카시아 꽃에서 꿀을 따는데 예전에 45일 정도 걸려 하던 걸 이제는 30일 정도밖에 안 된다. 기후변화로 꽃이 피는 기간이 그만큼 줄어들었다. 이동횟수도 수확량도 확 줄어들었다. 비가 많이 왔던 올해는 정말 최악이었다. 그래도 양봉이 재미있다. 벌이 익히는 숙성꿀을 고집해 경제성이 떨어지기도 하지만 꾸준히 늘려가고 싶다.”

도시농부대학 졸업생의 동문텃밭을 운영하고 장기동 도민텃밭인 ‘행복텃밭’의 상주직원으로 활동하며, 사회적협동조합 ‘곳간지기’ 회원으로 친환경이라는 기본 철학을 공유하며 텃밭 교육에 힘쓰며 양봉업을 하고 있는 이 호 씨. 단순히 농작물을 생산해내는 전통적인 농부의 모습과는 많이 다르다. 허나 도시농부대학과 엘리트대학을 통해 배운 지식과 기술, 네트워크를 통한 도시농업의 길을 계속 모색하고 있는 그야말로 도시농부 그 자체다.

“김포의 도시농업은 체험이나 가공판매 등에 비전이 있다고 본다. 김포의 땅값이 많이 올라 경작을 통한 전업농에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농사를 오래 지은 분들의 판로를 개척해주거나 경작물을 가공하고, 텃밭이라도 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교육이나 아이들의 농사 체험을 돕는 등 교육과 가공에 발전 가능성이 높다. 이런 부분들을 도시농부가 메꿔줄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를 통해 김포 도시농부의 미래를 꿈꾸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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