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 미술가의 작업실을 엿보다③ 방선영 도예작가

‘도자숲’ 공방 운영하며 흙이 빚어내는 신비 전하는 기쁨 커

사람과의 인연, 감정, 스토리 담은 작품으로 내년 개인전 계획

▲방선영 작가. 뒤로 보이는 선반의 물감은 이탈리아에서 수입한 ‘플뢰르’라는 미네랄이 들어간 아크릴 물감으로 무광이면서 눈이 편안해지는 색을 내줘 특별히 사용하고 있다.

밀크티 성지로 알려진 ‘카페진정성’으로 우회전해 조금 더 아래로 내려가면 김포 작가들의 전시공간 ‘버드나무갤러리’와 만난다. 이 갤러리 한 공간에 방선영 도예작가의 공방 ‘도자숲’이 있다. 전원적인 느낌의 아기자기한 공간이 들어서는 이들의 마음을 아늑하게 해주며 누구든 물레 앞에 앉고 싶게 한다. 그런데 마주한 방 작가는 작가로서의 고민부터 털어놓는다.

“도예과를 나온다고 다 작가가 되는 것은 아니다. 나는 사람들과 만나고 이야기 하는 것을 좋아하다 보니 강사로 먼저 활동하게 됐다. 예술의 전당 어린이미술아카데미 프로그램 공모에 당선돼 미술 융합수업을 처음 시작했다. 이후로 예술의전당, 한국도자재단, 인천도자기협회 등에서 도자교육과 전시기획 일을 통해 도자를 전혀 모르는 사람들에게 도자기를 만들고 알려주는, 도자문화의 저변확대를 위한 활동을 많이 했다. 이후 공방을 통해 사람들이 도자와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작업에 집중했고, 2019년 이곳에 ‘도자숲’을 열었다.”

▲작업한 도자기를 바로 구울 수 있는 전기가마.

도예가 패밀리에서 싹 튼 운명 같은 도예의 길

도자기 공장을 하던 부모님 덕분에 어렸을 때부터 흙을 가지고 놀았다는 방 작가는 장래희망에 으레 ‘도예가’를 적어냈단다. 고교시절 잠시 다른 꿈을 꾸기도 했지만 ‘잠이 많은데 흙만 만지면 정신이 맑아지는’ 자신을 발견하고 뒤늦게 입시를 준비, 경희대 도예학과에 입학하며 본격적으로 도예의 길에 들어섰다. 도예는 방 작가에게 어린 시절부터 자신도 모르게 스며든, 어쩌면 거부할 수 없는 운명이었는지 모르겠다. 방 작가네는 어머니와 남동생 또한 도예 작가로 활동하는 도예 패밀리다.

“작가는 새로운 것을 창조해야 하는데 ‘왜 도자기여야 하는가’에 대한 물음에 답해야 한다는 것 때문에 작가로서 고민이 컸다. 굳이 해명하지 않아도 나를 표현할 수 있어야 하는데 손에서 잘 나오지 않더라. 그래도 공방을 이어가며 마흔에는 꼭 개인전을 열겠다는 결심을 했고 최근 하나둘 작품을 만들어가고 있다. 엄마, 동생과 함께 단체전에 참여하기도 하고, ‘하성의 미술인들 협동조합’을 통해서도 작업하고 있다. 내년에는 꼭 개인전을 열 계획이다.”

실용기보다는 오브제에 관심이 많은 그는 사람들과의 만남에서 오는 인연과 감정, 스토리 등을 작품에 표현하고 있다. 최근에 작업한 ‘바람빛’과 ‘재두루미 부부’ 등이 ‘왜 도자기여만 하는가’에 대한 질문에 당당할 수 있는 결과물이 되고 있다.

▲작품 '바람빛'
▲작품 '재두루미 부부-2020'

자신의 정체성이 아직 도자기 강사에 더 가깝다고 말하는 그는 ‘도자숲’ 공방에 대한 자부심만큼은 대가답다. 물레, 석고, 페인팅 등 도예의 어떤 부분도 자신 있어 배우러 오는 이들의 역량을 최대한 끌어낼 수 있다고 자신한다.

“이곳에 온 사람들이 흙을 만지고 도자기를 만들면서 그 시간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완성한 도자기를 가지고 가 생활 속에서 자신이 만든 걸 쓰고 즐기며 위안과 추억을 되살릴 수 있다면 더욱 좋겠고... 도자기는 깨지지 않는 한 100, 200년 이상 오래 갈 수 있다. 숲속의 풀과 꽃, 나무 등이 각기 개성을 가지면서 한데 어우러져 아름다움을 완성하듯이 이곳에 오는 분들이 본인이 원하는 것을 도자기로 다 구현할 수 있도록 하고 싶다.”

▲수강하는 학생과 물레 작업 중인 방 작가.

자립적 예술가 생태계 꿈꾸며 아트마켓 등 기획

작가란 작품을 통해 자신을 대중에게 보여주고 있기에 대중과 떨어져 생각할 수 없다는 측면에서 방 작가는 누구보다 뛰어난 작가일 수밖에 없다. 흙과 도예에 대한 애정의 깊이까지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흙이 참 재미있는 재료다. 만들 때는 말랑말랑해 가변성이 있는데 가마에 들어가면 변성돼 다른 성질을 갖는다. 고온고압의 1,250도를 견뎌서 나온 도자기는 암석가루에서 반 금속성이 된다. 손가락으로 튕겼을 때 쨍쨍한 소리가 나는데 고온을 견디고 나온 대견함이 감동적이다. 흙을 만지면 내가 마치 연금술사가 된 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냥 두면 쓸모없이 버려지는 흙일뿐인데 내 손을 거쳐 아름다워지거나 쓸모가 있어지고 이게 누군가의 마음을 툭 건드릴 수 있다는 것이 신비롭기까지 하다.”

사람들과 함께 작업하는 기회가 줄어들었지만 코로나 상황은 그에게 또 다른 기회가 됐다. 시간을 내서 이곳까지 올 수 없는 사람들, 집콕으로 코로나를 극복하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키트를 개발했기 때문이다. 또한 초등, 중등과정의 ‘꿈의 학교’도 시작했다.

▲김포의 도예작가, 공방 회원들의 작품을 한쪽에 전시해 대중들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 있다.

유치원과 초등생 세 아들의 엄마이기도 한 그가 저녁에 일찍 퇴근했다 새벽에 나와 작업하고 다시 집으로 가 아이들을 보내고 다시 출근하는 숨 가쁜 일상을 기꺼이 수행하는 건 ‘3일 동안 틀어박혀 작업할 수 있다’고 할 만큼 도예를 사랑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건 도자숲에 오는 사람들의 발길을 다시 잇게 하는 근원이 되고 있다.

“자립할 수 있는 예술가 생태계에 관심이 많다. 나는 도예가 파인아트와 공예 중간쯤에 위치한다고 생각한다. 생활 속의 아름다움을 표현할 수 있는 실용기를 작업할 수도 있기에 작가 스스로 자립하는 생태계를 추구하는 건 작가 자신에 달려있다고 생각한다.”

2019년 아트마켓인 ‘포포마켓’을 기획해 김포 작가들을 마켓에 나오게 하면서 자립적 예술가 생태계의 허브, 플랫폼 같은 역할을 하고 싶은 의욕을 구현하고 있는 방 작가. “아트마켓을 통해 작가가 작품으로만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대중과 직접 만나면서 사람들이 어디에 관심을 두고 있는지 파악할 수 있는 접점을 만들어주고 싶다.”고 말하는 그는 작가로서 자신을 책임지고 싶어 하는 야무진 일면까지 드러낸다. 그리고 그 속에서 ‘그 끝은 창대하리라’는 말을 떠올리게 되는 건 왜일까.

▲공방 '도자 숲'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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