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복 한국문인협회 이사장

이광복(소설가·한국문인협회 이사장)

 

이번 제19회 김포문학상 본심은 박철 시인과 필자가 담당했다. 우리는 최종심에 오른 작품을 돌려가며 정독한 뒤 긴밀히 협의하여 대상을 뽑고 각 부문별 우수작을 결정하였다.

시 부문의 경우 응모 편수도 적지 않지만 고루 실력들을 갖추고 있어 심사에 애를 먹었다. 즐거운 괴로움이었다. 응모한 작품들의 연장선상에서 계속 정진한다면 한 시인으로서 뚜렷한 자기 길을 갈 분들도 많았다.

본심에 올라온 시 중에 배두순(경기도 평택시)의「쇠똥구리를 위한 헌시」 등은 좋은 작품이었다. 옛 추억을 되살려 현실을 견뎌내려는 인내의 시정이 도탑다. 「굴뚝」이나 「…한 땀 한 땀」 등 회고조의 시들이 많았는데 옛일이 옛일로만 남지 않고 오늘로서 되살아나는 힘이 문학의 기운이기도 하다.

전종대(경상북도 경산시)「고양이」 등은 야성의 발톱을 숨긴 채 독백 속에 건물 주위를 맴도는 단독자의 삶, 현대인의 외로움이 가슴에 와 닿는다. 문맥을 조금 더 정제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이용호(서울시 노원구)「파키라 여인」 등은 남들이 쉽게 보아 넘길 곳에 시선을 모둔다. 시는 발견이라는 상식에도 부합되는 소재들이다. 특히 「우리 동네 백옥 세탁소」가 좋았다. 상처를 수선해 주는 손길은 세상을 치료해 주는 마음일 것이다.

최재영(경기도 안성시)의「산벚나무를 읽는 저녁」을 대상으로 뽑는데 의견 일치를 보았다. 시의 완결성도 돋보이고 시 속에 숨겨진 메타포도 적절하다. 투고된 시 중 특히 「주머니」는 매우 단정하고 정제된 시다. 축하드리며 새로운 길을 기대해 본다.

마지막으로 한마디를 붙이자면 투고된 모든 시들이 너무 은유, 비유의 과잉에 노출되고 있다는 것이다. 자기 목소리를 찾지 못할 때 비유에 기대게 되는데 한두 줄을 넘지 않아야 한다. 사물을 의인화시키는 경우도 너무 많다. 또한 시는 가르침이 아니기에 누굴 계몽하려는 자세도 지양해야 하다.

 

소설부문의 경우 예심을 거쳐 본심에 올라온 작품은 25편이었다. 이들 작품을 한 편 한 편 정성들여 읽는 동안 많은 것을 느꼈다. 대부분의 응모작들이 서사구조의 구축보다는 작가의 진술에 의존하고 있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묘사보다는 거의 모든 작품이 설명 위주로 흐르고 있었다. 소설의 핵심은 서사구조라고 말할 수 있다. 아무리 좋은 주제라 하더라도 산뜻한 사건을 만들어 내지 못하면 감동과 감흥이 반감될 수밖에 없다.

최종까지 남은 작품은 배철호(경기도 하남시)의「코로나 학교」, 신운영(서울시 용산구)의「계약서」, 황병욱(경기도 광주시)의「아가리」, 정남일(경기도 수원시)의「냉장고의 미래」였다. 「코로나 학교」는 이야기를 끌고 나아가는 힘이 있고 문장이 안정되어 호감을 주었다. 「계약서」는 잘 다듬어진 작품이지만 다른 사람의 시를 인용하면서 주석까지 달아 눈에 거슬렸다. 「아가리」는 그럴싸한 서사구조에 비해 문체가 다소 진부했고, 「냉장고의 미래」는 그 나름의 역량이 엿보였으나 불필요한 인물을 너무 많이 등장시킴으로써 손해를 자초한 측면이 있다. 오랜 고심 끝에 결국 소재와 문장의 신선함을 높이 평가하여 「코로나 학교」를 우수작으로 결정했다.

 

수필부문의 경우 예심을 거쳐 본심에 올라온 작품은 26편이었다. 이들 작품은 전반적으로 수준이 높은 데다 각기 일장일단이 있어서 우열을 가리기가 무척 힘들었다. 주제와 구성과 문장이 흠잡을 수 없을 만큼 안정돼 있었다. 소재도 다양했다. 수필로서의 덕목을 고루 갖추어 어디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 만큼 우수한 작품들이었다. 따라서 한 편 한 편 읽고 비교 분석을 하기까지 고심을 거듭했다.

최종까지 남은 작품은 진서우(경기도 김포시)의「타운하우스 사람들」, 허정진(경상남도 하남군)의「신발, 그 속살을 보다」, 이재은(충청북도 청주시)의「꿈꾸는 팔레트」, 고옥란(광주광역시 광산구)의「밥을 짓다」였다. 「타운하우스 사람들」은 내용이 신선할 뿐만 아니라 잘 다듬어진 문장이 단연 돋보였다. 「신발, 그 속살을 보다」는 묵직한 주제를 무리 없이 잘 구현해 호감을 주었다. 「꿈꾸는 팔레트」도 잘 쓴 작품이었지만, 맞춤법에서 작은 실수가 발견되었다. 「밥을 짓다」도 신선하게 다가왔으나 지문과 대화의 구분이 명확치 못해 아쉬웠다.

이들 네 작품의 수준에는 거의 격차가 없었다. 그러므로 고민이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었다. 결국 작품의 완성도를 고려하여 「타운하우스 사람들」을 우수작으로 결정했지만, 나머지 세 작품도 버리기 아까웠다는 점을 밝혀둔다.

 

입상하신 분들에게 축하를 보낸다. 비록 입상하지는 못했을지라도 응모하신 모든 분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격려를 전하며 다음 기회에 꼭 수상하시기를 기원한다.

저작권자 © 김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