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 미술가의 작업실을 엿보다② 조완희 작가

스테인드글라스 작업으로 친숙하지만 다양한 재료 융합으로 전방위적 작업 펼쳐

핸드폰으로 그린 작품, 루브르박물관 전시와 ‘2020 앙데팡당 전광판영상전’에 출품

 

▲1층 작업실에서 작품의 마무리 작업을 하고 있는 조완희 작가.

일러준 주소를 따라 민통선 검문소를 통과해 동화 속 작은 성을 연상시키는 하얀 건축물 앞에 이르렀다. 하성면 마근포리. 이곳에 24년 전 김포로 들어와 활동하고 있는 조완희(67) 작가의 작업실이 있다. 집 앞으로 펼쳐진 논과 뒤에서 작업실을 감싸 안은 듯한 야트막한 동산이 평화로움 그 자체다.

“강원도 동강 근처에서 태어나 제천을 거쳐 서울에서 공부하고 일하다 김포로 들어왔다. 남한강을 따라 살아왔으니 서쪽으로 가는 것이 자연의 섭리라고 생각했다. 남한강이 이곳으로 따라 흐르듯이 이곳으로 오는 게 순리더라. 김포가 내 인생길의 종착지라 할 수 있다.”

▲ 마블글라스를 소재로 김포를 표현한 작품 금파누리. 김포의 과거와 현재, 사계절을 표현했다.

빛이 투과되며 아름다운 색상을 발현해내는 스테인드글라스는 천상의 빛을 전하는 매개로 사람들에게 성스러운 감동과 느낌을 선사한다. 조완희 작가는 우리에게 이 스테인드글라스 작업으로 친숙하다. 김포성당과 하성성당은 물론 서울 창전동성당, 모래내성당과 의정부교구성당 등 많은 성당과 교회에서 그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종로3가역, KBS방송국, IBK은행본점, 김포공항역사, 김포초등학교 등에 존재하는 작품을 통해 유리로 무궁무진하게 표현된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있다.

▲지하 작업실에서 작품을 설망하고 있는 조완희 작가.

“응용미술을 전공하고 시작디자인을 했다. 지면광고, 쇼룸 등을 작업했는데 내가 한 작업이 하루나 일주일, 길면 한 달을 넘기지 못하고 남아있지 않더라. 내가 한 작품이 영속성을 갖고 존재하려면 파인아트를 해야겠구나, 생각했다. 내 사인을 해 어딘가에 놓이면 가서 볼 수 있지 않나. 그러다 사물이 보이고 풍경이 들어오는 유리에 매료됐다. 유리 뒤로는 금속, 돌이 갖는 불투명성과 달리 구름이 흐르고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를 볼 수 있었다. 제3의 융합 작품이 나올 수 있다는 게 신비로웠다.”

재료와의 관계성뿐 아니라 자연과의 융합도 의도하는 창의성

그의 작가적 상상력과 창작 욕구는 유리의 평면 작업에 그치지 않았다. 20, 30, 50mm 유리를 혼합해 부조효과에서 오는 콘트라스트로 대비 효과를 극대화하거나 유리와 목재, 도자 등을 어울려 작업하는 융합 작업을 추구하며 현재에 이르고 있다. 그렇기에 스테인드글라스는 조완희 작가를 이해하기에 충분하지 않다. 작년 ‘서문 밖 순교지’로 불리는 천주교 성지였던 곳을 재단장해 ‘서소문역사공원’으로 개관하면서 작업한 조각 <서소문밖 연대기>와 정하상 기념 경당의 청담문을 보면 그의 작가적 창의성과 소재에 대한 두려움 없는 활용에 감탄하게 된다.

▲ 서소문역사공원 야외에 설치된 <서소문밖 연대기>.

“야외 공원에 설치한 <서소문밖 연대기>는 대리석에 청동 사람형태를 12명, 3명, 3명으로 세웠다. 그런데 이것으로 작품이 끝난 게 아니다. 여기에는 태양과의 융합이 들어가 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먹물처럼 흘러내리는 그림자가 또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낸다. 오후 1시가 되면 작품에 사람 인(人)이 그림자로 생긴다.”

입체 공예에서 재료와 재료가 만나는 융합뿐 아니라 자연까지 작품 안으로 끌어들이는 그의 상상력은 보는 이들에게 색다른 즐거움을 안겨준다. 작품을 향한 의욕적인 창작력은 그로 하여금 새로운 방법, 새로운 분야 등 낯선 것에 대해 주저하지 않고 도전하게 한다. 코로나로 주로 집에서 생활한 올해 그는 핸드폰 ‘갤럭시 노트’를 이용해 그림을 그리기를 시작했다.

“태백산에 간 친구가 죽은 주목 사진을 하나 보냈다. 그런데 그 사진을 보고 있자니 주목의 자태가 영화 ‘가위손’의 성을 연상시겼다. 이 사진을 레이어로 깔고 그림을 그려나가기 시작했다. 나무 안으로 들어가며 계단을 그리고 성도 그리고 한 뼘 크기 세상이라고 하는 핸드폰 화면을 캔버스 삼아 그려갔다.”

이렇게 작업한 작품은 가위손 음악을 배경으로 깔고 그의 유튜브 채널에 올려 많은 사람들이 감상할 수 있게 했다. 그의 미술가적 확장성이 무한으로 진행되고 있음을 깨닫게 되는 순간이다. 새로운 시도는 전시와 바로 연결됐다. 내년 4월 프랑스 루브르박물관에서 ‘코로나와 인종차별’이라는 주제로 여섯 작품을 전시하게 된 것이다. 유리공예로 기본 그림 작업을 하고 사진을 찍은 다음 그 위에 다시 핸드폰에서 그림 작업을 했다. 이를 다시 전주 한지 닥종이에 특수 잉크로 인쇄해 완성했다.

▲ 15일부터 4일간 송출되는 ‘2020 앙데팡당 전광판영상전’ 출품작.

음악 들으며 한 뼘 핸드폰 공간에 그림을 그리다

이뿐만이 아니다. 핸드폰으로 그린 그림 10점이 오는 15일부터 18일까지 ‘2020 앙데팡당 서울 전광판영상전’에 초대되어 서울역 3번 출구 전광판에 노출된다. 오전 6시부터 밤 12시까지 10분 간격으로 총 432회 송출되는데, 달리는 차 안에서 서울역고가공원을 산책하며 많은 사람들이 그의 그림을 감상하게 된다.

“카페에 차를 마시러 갔는데 잔디밭 한쪽에서 마스크를 쓰고 비눗방울을 부는 한 아이를 발견했다. 순간 마음이 뭉클하더라. 신나게 놀고 싶을 텐데 코로나 때문에 마스크를 쓰고 남에게 피해주지 않도록 구석에서 놀고 있었으니. 그 아이를 그리기 시작해 강화도 바닷가, 자작나무숲, 섬진강 홍매화 등 10점을 그렸다. 얼른 코로나를 벗어나 자유롭게 살아가는 순간을 염원했다. 그래서 밝은 색을 많이 썼다.”

그는 ‘지극히 작은 것에서 그려 지극히 큰 것으로 보여지는’ 이번 전시가 갤러리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한정된 사람들만 감상할 수 있었던 일반 전시에 비해 대중 속으로, 생활 속으로 들어가게 돼 더욱 의미가 크다고 말한다. 같은 조각가의 길을 걷고 있는 아들조차 ‘어떻게 핸드폰으로 그림을 그릴 수 있느냐’는 질문을 받는 그가 젊은 사람들도 힘들어하는 작업을 가능하게 했던 한 가지가 있다. 바로 음악이다.

“미술보다 먼저 5살 때 음악이 나에게 들어왔다. 한 번 들은 음악은 멜로디를 잊지 못한다. 초등학교 1학년 때 학교 창문으로 발레하는 누나를 보면서 들었던 음악, 5학년 때 아버지 심부름을 가며 들었던 음악... 다 기억해 나중에 CD로 사 모았다. 아무리 힘든 미술 작업도 음악을 들으며 하면 몇 시간이라도 할 수 있다.”

▲ KBS방송국 로비에 설치된 스테인드글라스 작품. 비디오아트 백남준 씨의 작품과 어울려 시간의 융합을 이뤘다.

음악에 대한 사랑은 그의 유튜브 채널 ‘wany jo’로 이어졌다. 이곳엔 그가 스케치한 그림, 작업한 공예작품, 직접 찍은 풍경사진 등을 모티브로 음악과 스토리를 어울려 어린 시절을 추억하거나 작품을 감상할 수 있게 한 영상 100여개가 올라가 있다. 힐링이 필요한 순간, 마음의 안정을 얻기에 좋은 영상과 음악은 작가가 대중과 만나는 또 다른 융합적 접근이라 할 수 있다.

젊은 작가보다 더 실험적인 접근으로 끊임없이 도전하는 조완희 작가. 그의 그다음 융합 작업은 어떤 것일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아트글라스. 김포재두루미 전시에 참여한 작품이다.

약력 및 수상 경력

홍익대 미술대학 응용미술학사 

한국미술협회, 한국현대미술가회, 앙드레말로협회, 

한국가톨릭미술가회, 서울아트스퀘어 명예의전당 등재 

대한민국미술대전 특,입선 5회 수상

경기미술대전 특,입선 7회 수상

IBM일러스트레이터 은상

서울시 디자인맵 동상

요안나 미술제 대상

서울대교구 시노드로고 최우수상

앙데팡당미술대전 특별상

서울일러스트레이터 특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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