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낳기 좋은 세상> 김포사립유치원연합회 지윤경 회장

▲김포사립유치원연합회장 다사랑 유치원 지윤경 원장

올해 시작된 놀이중심 교육과정, 코로나로 인해 선생님들 세세하게 준비

“학교급식법 시행 앞두고 현실적 대안 모색하며 최선 찾고자 노력”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은 이제 누구나 공감하는 시대가 됐다. 점점 떨어지는 출산율은 부모가 오롯이 감당해야 할 육아가 얼마나 버거운 문제인가를 절감하게 하고 그러기에 마을 하나가 언급될 정도의 사회적인 여건과 인식, 그리고 경제적인 지원까지 더해지지 않으면 아이 낳고 키우는 일이 여전히 두렵고 어려운 일이 되고 만다는 걸 보여준다.

2월부터 이어진 코로나 상황은 육아를 위한 사회적 지원의 중요함을 여실히 느낄 수 있는 계기가 됐다. 하루 종일 아이와 함께해야 했던 엄마들은 먹이고 놀아주고 돌보는 일에 점점 지쳐가기 시작했고, 그와 함께 그동안 으레 아이를 보냈던 유치원, 어린이집 등 기관의 고마움을 새삼 깨닫게 됐다. 둘 이상의 아이를 둔 다둥이 엄마의 경우 특히 그랬다.

지난 3월 김포사립유치원연합회장에 취임한 다사랑유치원 지윤경 원장을 초록 잔디마당과 언제든 자연체험이 가능하도록 복숭아, 포도, 매실 등의 과실수가 늘어선 뒷마당이 인상적인 그의 유치원에서 만났다. 과연 코로나시대 유치원의 역할과 의미는 무엇일까?

“5월 27일부터 원아의 1/3일 등원이 가능해졌어요. 방과 후 아이들을 제외하고 요일을 정해 아이들이 나오고 있어요. 코로나로 몇 개월을 집에서 혼자 아이들을 돌봤으니 엄마들의 피로도가 엄청났죠. 처음엔 생존이 걸린 문제라 긴장하니 견딜 수 있었는데 점점 개원이 연기되면서 길어지자 힘에 부치기 시작했어요. 아이들은 신나게 놀지 못하니 답답하고... 이제는 엄마들이 유치원이 더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날마다 체온 체크하고 소독하고 있으니. 엄마들 중에 더러 등원일이 아닌데도 데려오는 경우도 있어요.”

사례 공유하고, 놀이·활동 동영상 제작해 유치원 카페에 올려

엄마들이 코로나로부터 아이들을 보호하며 고군분투하는 동안 유치원은 나름 의미 있는 시간을 가졌다. 올해부터 유치원 누리과정이 놀이중심 교육으로 바뀌었다. 사전에 온라인으로 집합교육을 받긴 했지만 방법적인 부분은 실행해보지 않으면 좋고 나쁨을 판단할 수 없다. 그런데 개학 준비 과정에 코로나가 터지고 개학이 연기되면서 선생님들은 이 놀이중심 과정을 디테일하게 연구할 할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됐다.

“선생님들이 일주일에 한 번씩 모여서 서로 분석한 수업 자료를 공유하고 사례를 나누면서 아이들에게 더 적합한 수업을 만들었어요. 강사를 불러 교육을 하기도 했고요. 숲 해설가와 음악프로그램 전문가를 초빙해 교육을 받았을 뿐 아니라 집에 있을 원아들을 위해 수업 동영상을 만들어 올려줬어요. 담임교사 인사를 스타트로 과학적 활동, 음율활동, 동화 읽어주기, 색종이 만들기 등을 유치원 교사들이 직접 만들어 올렸어요. 교사 개별적으로도 했지만 함께하는 합작품도 만들면서 선생님들끼리 끈끈한 연대감을 형성할 수 있어 두세 달 동안 시간 가는 줄 몰랐어요.”

공감능력이 그 누구보다 뛰어난 유치원 선생님들이 동영상을 만들다 보니 각 유치원 카페에 올라간 동영상은 아이, 엄마 모두 좋아해 선생님들은 더 신이 났단다. 완성도도 높아 교육방송에 보내야 하는 거 아니냐며 서로 칭찬하기에 바빴다.

유치원에서 아이들은 자신만의 세상을 만들어 가기 시작한다

아이들에게 유치원은 어떤 의미일까?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내가 알아야 할 모든 것은 유치원에서 배웠다>를 쓴 로버트 풀검은 누구나 의미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고민하는 ‘어떻게 살 것인가? 어떤 사람이 될 것인가? 하는 질문에 우리는 이미 유치원에서 배워 알고 있다고 말한다. 지윤경 회장 역시 이 말에 동의한다.

“아이들은 놀아야 하는 존재예요. 재밌게 뛰어 놀면서 스스로 놀이를 만들어 내고 그 과정에서 무언가를 발견하죠. 친구들과 어울려 지내면서는 조율하고 협력하는 방법을 터득하게 되고요. 이런 교육과정 속에서 아이들은 자기 수준에 맞게 살아가며 자신만의 세상을 설계하고 만들어가게 됩니다. 물론 가정이 기본이지만 유치원에서 일어나는 상호작용 덕분에 이곳에서 보내는 기간이 아이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중요한 시간이에요. 교사들의 역할에 따라 아이의 인생이 달라진다 할 수 있을 정도예요 ”

 

지윤경 회장이 유치원 1년 교육과정을 구성하며 고려하는 부분은 오로지 놀이다. 다섯 가지 정도 큰 틀을 갖고 교육과정을 설계하는데, 계절을 우선으로 한 뒤 실내놀이, 바깥놀이, 몸으로 하는 놀이, 앉아서 안정적으로 하는 놀이 등으로 나눠 계획한다. 그러면서도 가장 중요한 기준은 아이들이 보이는 관심과 요구다. 예정된 교육을 하다가도 아이들이 오늘 발견한 개구리, 달팽이에 관심을 갖게 되면 그것에 대한 탐구를 함께해 보게 된다.

“블럭놀이 하나로도 아이들은 건축을 알게 되고 동요를 부르며 2절 가사를 만들어 나가는 과정에서 시를 짓는 시인이 되기도 합니다. 이 모든 활동을 지켜보면서 선생님들도 학부모들도 아이들에게 배우게 돼요.”

인터뷰 동안에도 아이들은 푸른 잔디로 나와 신나게 뛰어 논다. 오랜 장마 끝에 비가 멈춘 날, 아직은 끈적끈적 움직일 때마다 땀이 줄줄 흐르는데도 아이들은 즐겁다.

“마스크를 쓰고 놀고 있는 아이들을 보면 참 안타까워요. 바깥에서 하는 놀이니까 좀 벗고 하라고 하고 싶은데... 방역을 위해서는 절대 그럴 수 없는 상황이잖아요. 잘 지키고 참는 아이들을 보면 대단하다 싶어요. 이러면서 아이들은 또 규칙을 배우는 거죠. 식사도 교실의 각자 책상에 앉아 깨끗한 환경에서 먹어요. 우리 유치원의 경우 오래 전부터 영양사를 뒀기에 한 끼에 필요 영양소를 고루 섭취할 수 있도록 식단을 구성해요. 그래서 어떤 엄마들은 아이가 유치원에서 한 끼 먹는 것에 나름 위안을 받는다고 하더라고요.”

“유치원 교사와 원장을 진정한 교육자로 봐줬으면”

사립유치원은 최근 몇 년 화제의 중심에 있었다. 올해 1월 ‘유치원 3법’이 국회에서 통과되면서 사립유치원의 회계관리시스템 사용이 의무화돼 투명성을 요구 받고 있으며, 학교급식 대상에 유치원도 포함되면서 유치원 급식에 대한 과제를 안게 됐다.

“유치원 원장님들이 회계를 다른 사람에게 맡기다 보니 잘 처리하지 못한 부분이 많았어요. 거래명세서를 세금계산서로 알고 첨부해 놨을 정도니... 입법 진통 속에 이제 모두 회계 투명성에 대한 인식이 자리 잡혔고 유치원이 공공성을 갖고 잘해야 한다는 걸 알고 있어요. 학교급식법이 문젠데 유치원이 잘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학교급식법에 따라 급식을 진행하려면 급식실은 물론 전처리실, 보관실 등 필요 공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사립유치원의 90% 이상은 이런 공간을 마련할 여건이 되지 못한다. 특히 현행 법령에 따르면 증축이 불가하기에 더욱 어려운 문제가 됐다. 2021년 1월 시행을 앞둔 상황에서 김포사립유치원연합회는 경기도유치원연합회와 함께 유치원급식 과제와 대안에 대한 논의를 하고 있다. 법대로라면 많은 유치원이 급식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되고, 그러면 그 부담은 고스란히 학부모의 몫이 된다. 이에 연속 콜로키움을 통해 유치원관계자와 학부모, 시민단체,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토론회를 열어 현명한 대안을 찾고자 노력했다.

김포의 사립유치원은 44곳. 지윤경 회장은 한 달에 한 번 원장들과 만나 교육과정에 대한 정보를 나누기도 하고 급식 현안을 함께 고민하고 있다.

“2,3년 동안 시흥과 부천, 가까운 고양과 파주까지 유치원 평가위원으로 여러 곳을 가봤어요. 그런데 김포가 잘하고 있더라고요. 김포 학부모들의 의식이 높고 관심도 많아 그에 맞춰가는 김포 유치원은 교육과정과 시설 모두 꽤 괜찮은 편이에요. 콜로키움을 앞두고 한 학부모 설문조사에서도 만족 이상이 70%로 나왔어요. 그런데도 사립유치원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아 답답합니다. 유치원 원장들이 돈만 안다는 편견은 정말 속상해요. 일부 원장의 고의적이지 않은, 몰라서 했던 실수를 고의로 해석하고 신뢰하지 않으려 하는 점이 안타깝죠. 유치원 원장들은 물론, 풍족하지 않은 처우에도 열심히 아이들을 위해 마스크 쓰고 땀 흘리는 유치원 교사들을 진정한 교육자로 바라봐줬으면 좋겠어요. 신뢰를 높이기 위해 저희 또한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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