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낳기 좋은 세상 – 신현숙 대명초 학부모회장>

신현숙 대명초 학부모 회장

 

아이가 너무 좋아 7명이나 낳았어요.

신현숙 씨는 원래부터 아이들을 너무나 좋아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결혼하고 아이를 네 명 정도 낳고 싶었다고 한다. 반면에 남편은 아이를 둘까지 낳기를 원했다. 하지만 그녀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7명을 출산했고, 육아까지 혼자서 전부 도맡아 했다.

“무뚝뚝한 남편 때문에 육아와 살림을 혼자서 다 해야 했어요. 아이들을 좋아하고 사랑하는 마음은 거짓이 아니지만 아이 한 명만 있어도 돌보기 힘든데 저는 여러 명을 돌봐야 하니 너무 힘들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남편도 많이 바뀌었어요. 아이들이 어릴 때는 육아에 관심이 거의 없었는데 이제는 아이들의 정서적인 부분에 있어서도 아빠로서 많이 케어해주고 나름대로 주변 사람들이나 미디어에서 다양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본인의 생각도 바꾸고 행동도 바꿔가더라고요. 옛날에는 아이들에게 지시형, 명령형으로 말했다면 지금은 “이렇게 하면 어떨까?”라든지 애들이 나아갈 길, 좋아하는 방향으로 맞춰서 대화를 시도하고, 아이들의 관심의 폭도 넓혀주려고 해요. 세월이 사람을 이렇게 바꿔놓더라고요”

 

큰 아이들은 엄마의 진정한 친구가 되어 준다.

지금 시대에 아이들이 7명이나 있는 집은 정말 흔치 않고 또 그만큼 상상도 못할 이벤트들이 다른 집들보다 더 많이 벌어질 것이다. 이 모든 일들을 직접 겪어 봤을 현숙 씨에게 다둥이의 장점은 무엇인지 물었다.

“아이들이 알아서 자란다는 거예요. 예를 들어, 젊을 때부터 혼자서 육아를 하다 보니 남편뿐 아니라 말이 통하는 ‘사람’과 대화할 시간이 전혀 없었어요. 아기가 뒤집기를 했다거나 엄마라고 말했다거나 그런 일들을 남편한테 말해도 반응이 별로니까 기쁨을 함께 나눌 상대가 없다는 점이 너무 속상했어요. 그런데 첫째나 둘째 같은 큰 아이들에게 이런 얘기를 해 줬더니 제가 느낀 기쁨을 섬세하게 잘 공감해 주고 이해해 주더라고요. 깜짝 놀랄 새에 아이들이 어느 정도 커서 대화가 통하고 일상을 공유할 수 있게 되니 숨통이 트이는 기분이었어요. 그래서 많이 위로가 됐고요. 그리고 내리사랑이라고 하죠? 부모도 내리사랑이지만 형제들끼리도 흐르는 것 같아요. 큰 애들은 큰 애들 나름대로 스스로 희생하는 부분들도 많았고, 그러면서 서로 더 가까워지고 든든하게 의지할 수 있었어요”

 

상처 혹은 행복이 된 ‘다둥이에 대한 관심’

지금까지 일곱 번의 유아기와 네 번의 청소년기, 두 번의 성인기를 거쳤지만 아직도 막내들이 성인이 되기까지는 13년의 시간이 남아있다는 현숙 씨에게 다둥이 엄마로 살아오면서 힘들었던 부분은 없었는지 물었다.

“아이가 많다 보니 대중교통을 타면 사람들이 저희를 희귀동물 보듯이 보는 일이 많았어요. “헉!” 하며 대놓고 놀라는 사람들도 많았고요. 또 외출을 할 때 아이들 중 몇 명만 데리고 나가면 사람들이 다가와서 자녀가 몇 명인지 물어 보고 “정말 7명이에요? 왜요? 딸이 없었어요? 아들이 없었어요?” 이렇게 물어요. 저희는 아들도 있고 딸도 있고 두 쪽 다 적절히 있잖아요. 굳이 딸 혹은 아들을 낳기 위해 많이 낳은 것도 아니고 아기가 와 주는 대로 축복을 받아서 다 낳은 건데 너무 화가 나죠. 그래도 반대로 좋은 말씀 해 주시는 분들도 많았어요. “지금은 키우기 힘들어도 나중에는 큰 힘이 될 거”라고 이야기 해 주셨던 분도 있었고요. 다둥이를 데리고 다니면서 상처도 받았고 치유도 받았고, 두 경험이 공존합니다. 사실 그 때는 정말 힘들었는데 이제 와서 돌아보면 추억이죠.

 

못해도 돼. 더뎌도 돼. 하고 싶을 때 하렴!

현숙 씨는 아이들 7명의 몸과 마음을 성장시키면서 그녀도 함께 성장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아이가 세 네 명 있었을 무렵, 그녀만의 교육관이 확실히 정립되며 소신에 대한 믿음이 생겼다고 했다.

“넷째 진하가 초등학교 1학년 때 일이었어요. 아이가 학교 끝나고 집에 와서 받아쓰기를 하나 틀렸다길래 칭찬을 해줬어요. 그런데 진하는 7살 때까지 뭐든 잘한다고 칭찬만 받아 왔었기 때문에 이번에 하나 틀린 걸로 엄청 혼날 줄 알았나 봐요. 그래서 제가 “괜찮아~ 지금 100점 못 맞았으니까 나중에 100점 맞으면 기쁨이 두 배일 수 있잖아~”라고 얘기해 줬어요.

시간이 많이 지나서 저는 이 일을 잊고 살았는데 갑자기 진아가 자기는 그 때 엄마한테 너무너무 감동받았다고 하는 거예요. 왜냐고 물어 봤더니 자기는 엄마가 “그래도 백 점을 맞았어야지!”라며 혼낼 줄 알았는데 오히려 괜찮다고 해 줘서 고마웠다고 하더라고요. 그 때 또 내심 ‘다행이다, 잘 크고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죠.

그런데 제가 첫째, 둘째한테는 이렇게 못 해줬어요. 그때는 저도 아이 키우는 게 처음이었잖아요. 그래서 ‘내 자식은 뭐든 잘해야 되고 다 잘할 거야, 내 아이는 특별할 거야’ 이렇게 생각했는데, 엄마의 이런 마인드가 아이들을 옥죄고 있다는 걸 몰랐어요. 그래도 셋째, 넷째 이후로는 엄마로서 어떻게 하면 아이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을까 많이 생각하고 노력했어요. 그리고 좀 더 편한 마음으로 ‘지금 못하면 어때, 못해도 돼, 조금 더뎌도 돼. 나중에 다 하는 거니까’라고 생각했죠. 아이들은 저의 변천사나 마찬가지에요.”

 

선택과 결과에 따르는 ‘책임’에 대한 교육

현숙 씨는 그녀가 살면서 직접 경험했던 부분들, 생활하면서 얻었던 지식들을 아이들에게 많이 전해주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또 하나의 철학으로는 아이들이 엄마와 다른 생각을 갖고 있더라도 무조건 존중해주고 믿어주자는 것이다. ‘엄마는 너희가 어떤 선택을 하든 다 존중해 주겠다. 하지만 책임은 너희가 져야 된다. 그러니 어떤 선택에 있어서든 신중해야 한다’고 항상 말해 준다.

“저도 제 인생에 있어서 많은 경험과 선택을 했는데 그것들에 있어서 후회도 했고 만족도 했어요. 선택을 돌이키고 말고는 나중 일이고 지금 당장 후회한다고 해도 그에 따른 책임을 져야 되는 부분이 있으니까요. 부모나 타인을 탓하기 전에 본인이 선택해야 할 몫이라면 이 선택에 있어서 잘 생각하고 그 결과와 과정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걸 강조해요. 그리고 그 책임에 있어서 무게가 있어야 한다는 걸 매 순간 가르칩니다.”

 

 

축복으로 태어난 일곱 아이들

넘어져도 씩씩하게 걸어 나갈 수 있도록 응원할게

일곱 아이들이 앞으로 어떤 사람으로 성장하길 바라는지 물었다.

“인생을 살다가 돌부리에 걸려 넘어졌을 때 아프다고 울고만 있거나 누군가가 일으켜 주기를 기다리며 넘어져 있기 보다는 스스로 일어나서 ‘이 자리는 이런 부분이 있으니까 다음에는 뛰어 넘으면 되겠다’라고 생각할 수 있는 아이들로 성장했으면 좋겠어요.”라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저작권자 © 김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