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낳기 좋은 세상- 조현주 씨 가족

아빠와 함께 한 육아였기에 가능... 모든 순간이 감사
아이 낳기 좋은 세상, 결국 좋은 교육환경이 필수


‘아들, 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키우자’ ‘잘 키운 딸 하나 열 아들 안 부럽다’ ‘둘도 많다’는 70년대 산아제한 표어가 무색해 지는 요즘이다. 통계청 ‘2018 출생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0.98명으로 세계 유일의 0명대인 나라가 됐다. 인구유지에 필요한 2.1명의 반도 되지 않아 ‘인구절벽’이란 말이 심각하게 다가온다. 지난해 11월에는 사망자가 출생자보다 많아 최초의 인구감소가 기록되었다 하니, ‘인구재앙’이란 말이 현실이 될 지도 모른다. 우리사회 인구문제의 큰 원인은 바로 출산율의 감소에 기인한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아이 낳아 키우기 힘든 사회’라는 인식이 팽배하다. 
이 같은 사회 분위기 가운데 다둥이, 다자녀, 다가족 가정 등 화목하고 다복한 가정이 주위의 부러움을 사기도 한다. ‘아이 낳아 키우기 좋은 사회’를 준비하기 위한 두번째 순서로 북변동 5남매의 엄마  조현주 씨(49) 가족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편집자 주>

 

다섯 남매의 엄마 조현주 씨

모든 순간이 감사였다
조현주 씨는 목회자의 아내다. 신앙심이 깊었던 현주 씨는 목회자를 만나 함께 목회를 꾸려나가는 것이 기도 제목이었고, 동갑내기인 지금의 남편을 만나 서울에서 목회를 개척했고, 2013년 김포로 이주했다. 살면서 어느 인생인들 쉽고 편할 리야 있겠냐만 목회자의 가정, 목회자의 아내였기에 말 그대로 ‘고난의 연속’이었다. 

남편은 결혼하면서 신학 공부를 다시 시작했다. 신학교 등록금이 없어 결혼하고 들어가 살던 집을 빼야 했다. 다음 학기 등록금 납부 마감 날까지도 등록금이 준비가 되지 않아 전전긍긍하다 지인의 도움으로 등록을 마쳤다. 집을 구할 때는 교인의 도움으로 말도 안 되는 월세만 내고 들어가 살았다. 

“정말 어려운 순간도 많았지만, 목회자 가정으로 열심히 기도했고, 감사하게도 그때마다 문제가 해결됐어요.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모든 순간순간이 ‘감사’였습니다.” 

남편이 학업 중이라 현주 씨가 생활 전선에 뛰어들었다. 결혼 전부터 해온 보육교사 일을 셋째가 초등학교 입학하기 전까지 계속 했다. 현주 씨가 일을 하는 동안 아이들 육아는 남편의 몫이었다. 현주 씨는 “남자가 집에서 살림을 하거나 육아를 하는 것이 흔한 일이 아니죠. 하지만 아이들 아빠가 항상 집에서 아이들을 돌봐주고 살림을 도와줬기에 다섯 명의 아이를 키우는 것이 가능했어요. 지금은 엄마 혼자 아이를 키우는 시대가 아닙니다. 요즘은 아빠도 육아휴직을 받을 수 있잖아요. 엄마와 아빠가 함께 키워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인터뷰를 하러 나가는 아내에게 “북변동에는 아파트 단지 내에 있는 놀이터 빼고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낼 장소가 없다. 걸포공원, 아트빌리지까지 나가야 한다”는 말을 꼭 하고 오라는 당부까지 했다는 이야기에 ‘공치사가 아니라 진짜 육아를 하는 아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섯 아이의 엄마라 행복하다  
현주 씨는 결혼 후 5명의 아이를 낳았다. 첫째인 의진(16, 남), 둘째 세진(14, 아들), 셋째 여진(12, 딸), 넷째 예진(10, 딸), 막내 서진(8, 딸). 아들 둘, 딸 셋인 두 살 터울의 5남매다. 결혼 전부터 아이는 다섯을 낳자고 부부가 계획을 했다. 현주 씨 본인이 5남매 중 셋째였고, 남편 역시 3형제 중 막내였다. 게다가 부부는 일심동체라고 둘 다 아이들을 좋아해서 다섯을 낳고, 만약에 다섯을 낳지 못하면 입양이라도 하자고 했단다.

계획대로 다섯을 낳았지만 어려운 때도 많았다. 셋째 출산 후에는 허리에 마비증상이 생겨 고생을 했다. 다섯째를 낳고 또 한 번 임신을 했는데, 유산을 했고 이를 알리고 싶지 않아 몸조리를 제대로 못했다. 몇 해 전에는 직장생활과 육아,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스트레스를 받아 당뇨와 A형 간염 진단을 받았다. 한 달 동안 병원을 오가며 일도 못하고 누워 있어야만 했는데, 그때 남편이 살뜰하게 살림과 육아를 책임졌다고 한다. 요새처럼 감염병이라도 유행하면 다섯 아이들의 위생 관리도 쉽지 않다. 

어려움도 있었지만 다섯 아이들도 모두 순하고 착하게 성장했다. 지금까지 학원이라고는 한 군데도 보내지 못했단다. 그저 아이들에게 “학교생활 충실히 해라”라는 말을 했다고. 그리고 지금은 공부보다 하고 싶은 일을 찾아가는 것, 정서적으로 안정을 찾는 것이 더 중요한 시기라고 생각한다. 

“다자녀의 장점이요? 아이들이 서로 돕고 양보하는 것을 일찍 배웁니다. 사회성이 저절로 생겨서 밖에서도 다른 친구들과 잘 어울리죠. 학교에서도 아이들이 성격 좋다는 칭찬을 많이 받아요.” 다자녀이다 보니 초․중․고 다양한 학급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고, 활동영역도 넓어질 뿐만 아니라 언니, 오빠를 통해 관계의 확장도 가능하단다. 

식구 모두가 둘러앉아 같이 밥 먹는 시간이 가장 행복하다는 현주 씨. 중학생인 두 아들을 비롯해 다섯 아이 모두가 한창 먹성 좋은 나이라면서 잘 먹고 건강하게 자라는 모습만 봐도 기분이 좋다며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다양한 지원책, 모르는 사람 없도록 홍보 필요
현주 씨는 다섯 아이를 키우면서 정부의 여러 정책에 도움을 받았다고 했다. 특히 다자녀 가정을 지원하는 ‘드림스타트’ 사업은 어려운 시기에 큰 도움이 됐다. 드림스타트를 통해 아이들 두 명이 스포츠, 학습지, 미술 분야에 대한 지원을 2년 동안 받았고, 문화누리카드에 대한 정보도 받았다고 한다. 가족건강지원센터에서 진행하는 공동육아 사업인 ‘품앗이’도 도움이 됐다. 셋째 아이 때부터 시작한 학교 활동도 좋은 경험이 됐다. 

“좋은 프로그램이 있는데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아요. 특히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의 경우 정보력도 약하기 때문에 혜택을 받지 못합니다. 적극적으로 홍보를 해서 더 많은 사람들이 지원을 받았으면 좋겠어요.”      

현주 씨는 지원 혜택이 좀 더 세밀하게 진행됐으면 하는 바람도 전했다. 한창 성장할 나이인 다섯 자녀와의 이동을 위해 조금 큰 차를 마련했는데, 이 때문에 다자녀 지원 혜택을 못 받게 됐단다. 학교에서 진행하는 돌봄 프로그램도 현재 저학년에만 해당하는데 좀 더 확대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조현주 씨는 “아이 하나 낳아 전폭적으로 지원을 해주는 부모들의 이야기를 들어요. 좋다, 나쁘다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그렇게 엘리트를 키우는 것이 미래 사회의 모습일수도 있죠. 하지만, 그러면서 혼자만의 문화, 혼자만의 사회에 익숙해지는 것은 아닐까 걱정도 들어요”라고 말했다. 형제, 자매없이 혼자 자라는 아이들의 외로움도 따뜻하게 품어줄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또한 아이들의 교육환경에 대한 사회적인 배려도 강조했다. “학교 앞에 신호등을 설치해달라는 요청을 몇 해 동안 계속 해오고 있는데 해결이 안돼요. 게다가 학교 앞에 성인용품 매장이 들어서는데 그것을 막지 못하는 것도 이해가 되지 않아요. ‘아이 낳아 키우기 좋은 사회’는 결국 좋은 교육 환경이 담보되는 사회 아닐까요?”라며 따끔한 일침을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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