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광식
김포대 총동문회장,전 파독광부협회 회장,전 경기도의원
브라질 리우올림픽 스타디움을 밝혔던 올림픽 성화가 마침내 꺼졌다. 2주 넘게 거의 40도에 육박하는 무더위, 글자 그대로 폭염 속에서 잠을 설쳤지만 선수들이 보여준 열광과 흥분의 여운은 지금도 남아있다. 특히 우리 국민들은 브라질과 낮과 밤이 정반대이지만 밤을 잊은 채 대한민국 선수단을 열렬히 응원했다. 국가대표 선수들이 메달을 땄을 때는 내 일 인양 기뻐하고 탈락했을 땐 안타까워했다.

그들이 올림픽 무대에 서기까지 얼마나 고통스럽고 힘든 날들을 보냈는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4년 동안 갈고닦았던 기량을 유감없이 선보였던 전 세계 참가 선수들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돌이켜보면 선수들이 보여준 각본 없는 드라마는 감동의 연속이었다. 특히 최선을 다해 스포츠가 무엇인가를 온몸으로 보여준 메달리스트와 비록 메달은 따지 못했지만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준 선수들은 올림픽 무대에 나선 것만으로도 충분히 칭찬받을 만하다. 최선을 다했다면 그것으로 족하며 성적은 중요하지 않다. 그것이 스포츠 정신이지 않겠는가.

인류의 평화축제인 올림픽이 우리에게 안겨준 감동은 오랫동안 우리에게 살아갈 힘을 줄 것이다. 선수들이 보여준 불굴의 용기와 의지는 고된 일상에 희망을 안겨주고, 동시에 ‘뿌린 만큼 거둔다’는 원리를 다시 음미하게 한다. 특히 116년 만에 열린 올림픽 여자 골프에서 세계 골프의 역사를 새로 쓴 박인비는 절망은 없으며 인간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는 교훈을 남겼다. 박인비 선수 외에도 큰 감동을 안겨준 영웅들이 적지 않다. 펜싱 에페 박상영 선수는 지고 있는 상황에서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고 스스로를 다잡은 끝에 역전의 기적을 만들어냈다. 결승전에서 박상영은 거듭 상대에게 리드를 빼앗긴 채 끌려 다녔다. 특히 10-14까지 뒤지며 한 점만 내줘도 지는 경기를 거짓말 같이 5점을 뽑아내며 금메달을 차지했다. 박상영은 기적을 일궈냈다. 이 금메달은 실력도 실력이지만 마음가짐이 뒷받침되어야한다는 것을 일깨워주고 있다. 레슬링 김현우는 패자부활전에서 한쪽 팔이 탈골된 상태에서도 극적인 역전승을 일궈냈다. 기대가 컸던 리듬체조 손연재는 4위에 그쳤으나 동메달 경쟁자인 우크라이나 선수의 연기가 끝나자 축하의 포옹을 했다. 패자의 당당한 아름다움이다.

내가 이번 리우 올림픽에서 가장 감동받고 기억에 남는 장면이 몇 가지 더 있다. 첫 번째,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뉴질랜드의 햄블린과 미국의 다고스티노 두 선수에게 쿠베르탱 메달을 수여한 바로 그 장면이다. 두 선수는 육상 여자 5000m 예선 2조 경기에 나섰다. 2500m 지점에서 햄블린이 넘어지면서 앞에서 달리던 다고스티노도 함께 넘어졌다. 좌절하던 햄블린을 다고스티노가 격려하면서 다시 달렸다. 그런데 이번에는 다고스티노가 오른쪽 다리를 절뚝거리며 쓰러지자 햄블린이 일으켜 서로 의지하며 뛰었다. 결국 둘은 결승선을 통과하며 완주했고 서로를 끌어안았다. IOC는 "휴머니티와 희생을 보여주면서 전 세계 사람들의 심금을 울렸다"고 했다. 두 번째, 남자육상 1만m에서 6바퀴를 통과한 지점에서 선수들 간의 충돌로 넘어진 장면이다. 영국의 파라는 그때까지 선두권에 있었다. 1만m는 모두 34명의 출전 선수들이 주경기장 트랙을 22바퀴 도는 장거리 종목이다. 30분 가까이 진행되는 레이스다. 남은 거리가 많아 역주하면 뒤집을 수도 있지만 호흡을 놓치고 넘어진 통증을 느끼는 상황에서 역전은 쉽지 않았다. 파라 스스로도 ‘끝났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파라는 벌떡 일어나 계속 달렸다. 그렇게 선두권까지 다시 추격했고 9000m 지점에서는 1위로 통과했다. 선두권에서 엎치락뒤치락하는 상황이 있었지만 파라는 200m를 남기고 코너를 돌 때 선두를 따돌렸다. 결승선을 통과할 때 가장 앞에 있었다. 금메달이었다. 파라는 이 종목 최강자로 올림픽 2연패를 달성했다. 파라는 “넘어졌을 때 ‘이제 끝났다’고 생각했다. 쉽지 않았지만 내가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모두가 알았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최선을 다했다. 포기할 수도 있었지만 빨리 일어났다. 나는 강해야 했고, 패닉에 빠지지 않았어야 했고, 그냥 단계적으로 내 길을 갔을 뿐이다."라고 말했다. 세 번째, 결승선을 몇 발자국 남겨두고 탈진으로 쓰러진 마라토너가 기어서 결승선을 통과하는 장면이다. 남자 마라톤에서 이란 선수 모라디는 2시간 31분 58초만에 결승선을 통과했다. 참가선수 155명 중 129위다. 모라디는 이날 결승선을 눈앞에 두고 탈진으로 쓰러졌다. 모라디는 몇 번을 일어서려고 노력했으나 몸이 따라주질 않았다. 결국 그는 엉거주춤한 자세로 손과 무릎을 이용해 결승선을 향해 기어가기 시작했다. 관중은 기립 박수를 보냈고 모라디는 응원에 힘입어 결승선을 통과하는데 성공했다. "넘어져도, 꼴찌해도, 기어가도… 포기는 없다”는 올림픽 육상선수들의 불굴의 의지와 투혼은 참으로 올림픽정신이 무엇인지를 보여준 감동 그 자체였으며 많은 이들의 가슴을 뜨겁게 만들었다.

리우 올림픽이 남겨준 교훈은 메달리스트가 되기 위해서는 결코 방심하거나 자만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며, 어떤 경우에도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오로지 ‘할 수 있다’는 긍정의 의지로 마지막 순간까지 전력투구하는 자만이 최고의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세상을 살다 보면 이런저런 어려움에 좌절하거나 실의에 빠질 수 있다. 그런 때일수록 올림픽 선수들이 보여준 긍정의 메시지를 가슴에 담자. 어떤 상황에서도 방심과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한다면 반드시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고 성공의 감동적인 순간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넘어져도 포기하지 않는다는 것, 이것이 리우 올림픽이 우리에게 남긴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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