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포진 교육박물관 관장 부부

 "사랑은 존중하고 키워 나가는 것"

덕포진 교육박물관 관장 부부의 순애보

"언제나 강하고 당찬 나의 아내, 인숙씨
처음 만났을 때 동그랗게 반짝이던
당신의 눈동자를 잊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지금 당신의 눈빛은 그때보다 더 아름답습니다
너무도 큰 시련 앞에서 다시 꿋꿋하게 일어나
밝게 노래하는 당신이 정말 고맙습니다
당신을 더 이해하고 배려해줬더라면 좋았을 텐데
언제나 부족한 남편이지만 다시 태어나도
나는 당신의 남편으로 살고 싶습니다
인숙씨! 사랑합니다."

- 남편 동선 -

 

사랑의 힘은 위대하다. 사랑하는 사람의 진심어린 마음은 좌절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사람에게 살아갈 용기를 주기도 하고, 극단적인 상황에서 마음을 돌릴 수 있는 열쇠가 되기도 한다.

이처럼 사랑의 힘은 말할 수 없을 만큼 대단한 것이지만, 생각만큼 쉬운 것이 아니다. 때로는 상대방의 행복을 위해 나를 포기해야 하는 순간도 있을 수 있고, 뿌리 깊게 박힌 가치관을 흔들어 나 자신을 바꿔야 하는 순간에 맞닥뜨리게 될 수도 있다. 어쩌면 사랑이 이처럼 어려운 것이어서 위대하고 아름다운 것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지금 여기에 위대하고도 깊은 사랑을 삶 속에 녹아내 살아가고 있는 우리 이웃이 있다. 대곶면 신안리에 위치한 덕포진 교육박물관의 관장 부부의 이야기다. 가슴 시리도록 뜨거운 사랑으로 살아가고 있는 그들을 만나보았다.

느닷없는 시련, 시련을 의미로 바꿔준 사랑

덕포진 교육박물관의 김동선, 이인숙 관장은 교사를 천직으로 생각하며 살아가던 부부였다.
단란하고 행복한 삶을 살아가던 어느날, 시련은 예고없이 찾아왔다. 불의의 사고로 이인숙 관장이 시력을 잃게 된 것. 걷잡을 수 없는 절망감에 이인숙 관장은 죽음을 생각할 만큼 고통스러워했고, 그런 아내를 바라보며 피눈물을 흘리던 김동선 관장은 아내를 살리기 위해 한 가지 약속을 하게 되었다.  그것은 바로 '다시 아이들을 만나게 해 주겠다고 한 것'

이인숙 관장은 그때를 회상하며 당시엔 터무니 없는 일이라 생각했다고 말한다.
"당시 이 사람은 교사였어요. 나는 시력을 잃고 절망감에 빠져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었고요. 그런데 이 사람이 나에게 다시 교단에 설 수 있게 해 주겠다고 약속했죠. 말도 안 되는 일이라 생각했지만 놀랍게도 그 약속은 지금껏 지켜지고 있어요. 이 사람의 사랑이 나를 다시 살게 한 것이라 생각해요."

영혼이 눈 뜨는 곳, 맑게 살아가는 매일

김동선 관장은 아내를 위해 교직을 떠나 덕포진에 교육박물관을 설립하게 된다. 그리고 박물관 한 켠에 아내를 위한 교실을 재현했다.

"제가 마지막으로 맡았던 반이 3학년 2반이었어요. 이곳에 3학년 2반을 만들어, 당시처럼 풍금도 가져두고, 중앙에는 나무나 갈탄을 때던 난로를 설치하고, 옛날 쓰던 초록색 나무 책상과 의자도 가져다 두었죠. 박물관에 찾아오신 분들이 의자에 앉고 수업을 알리는 종이 울리면, 나는 다시 교단에 서죠. 그리고 풍금을 연주하며 우리 옛 동요를 부르고, 시를 읊어요. 그러면 제 영혼이 눈을 뜨고, 맑아지는 기분이 들어요. 찾아주신 분들도 영혼이 맑아지는 기분이 든다고 말씀하세요.”

그래서일까. 해맑은 웃음을 보이는 이인숙 관장의 얼굴은 무척 곱다. 고운 아내를 바라보는 김동선 관장의 얼굴에도 따뜻한 웃음이 감돈다.
"아내와 함께 있는 지금 행복해요. 아내가 노래를 흥얼거리고 시를 읊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평안해져요.”

주어진 삶을 좀 더 가치 있게

이인숙 관장의 하루는 새벽 4시에 시작된다. 그는 아침 시간이 가장 행복하고 여유로운 자신만의 시간이라 말한다.
"시나 노래를 녹음한 것을 계속해서 들어요. 명언들도 많이 기억해두고. 수업을 준비하는 시간이 하루 중 가장 평온한 시간이에요."

이인숙 관장은 '주어진 삶을 좀 더 가치있게 살아가는 것'이 자신이 해야 할 일이라 말한다. "인성교육이 강조되고 있는 지금, 우리는 조상들의 삶에서 지혜를 얻을 수 있다고 봐요. 그런 의미에서 옛 것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죠. 옛 물건은 더럽고 사라져야 할 물건이 아니라 우리의 정신이고 뿌리이자 얼이라고 생각하죠. 그런 것들을 접하고, 과거의 교육 체험 등을 통해 자연스럽게 인성이 자리잡힐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제가 맡은 일이라 생각해요. 더불어 눈이 보이지 않는 내가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사람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줄 수 있다고 생각하고요.

이인숙 관장은 오늘도 '주어진 삶을 좀 더 가치있게' 살았는지를 스스로에게 묻는다.
"주어진 삶을 나를 위해, 또 타인을 위해 좀 더 가치있게 열심히 살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매일 매일 하루 하루 차곡차곡 쌓아 좀 더 의미있는 삶을 만들어 가는 것이죠."

사랑은 소유하는 것이 아니고, 영원히 평행선을 달리는 것

위대한 사랑을 품고 살아가는 이들은 사랑과 삶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김동선 관장은 사랑은 소유하지 않고 영원히 평행선을 달리는 것이라 말한다.
"사랑은 소나무같은 것이에요. 한 순간의 감정이 아닌 오랜 기간 지키며 가꾸며 키워나가는 것이죠. 사랑은 결코 소유할 수 있는 것이 아니죠. 존중해야 하고 평행해야 하는 것이라 생각해요."
위대하고도 숭고한 사랑을 품고 살아가는 우리 이웃의 모습에서 뜨거운 삶의 감동이 느껴진다.

김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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