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환원

이택룡
본지 논설위원/
세무사/경영학박사/수필가
주말이라 딸아이와 지하철을 타고 명동성당 미사에 참석했다. 거리에는 구세군이 자선냄비 앞에서 종을 딸랑딸랑 흔들며 '불우 이웃을 돕자'고 목청을 높인다. 하지만 사람들은 외면한 채 그냥 지나간다. 지난해인가 어느 독지가 한 사람이 일억원 짜리 수표를 넣고 갔다는데 올해는 글쎄?
미국은 재벌이 기부문화를 주도하지만, 우리사회는 기업의 기부가 80%를 차지한다. 파이낸셜 타임스의 '클라이브 크룩'은 "법인 경영자가 주주의 승인 없이 기부행위를 하는 것은 도둑질과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부(富)의 창출은 기업의 몫이다. 그런데 '슘페터'는 "창조적 파괴"라는 명언을 남긴 20세기 '케인즈'와 더불어 경제학의 양대 거두이다. 슘페터의 말대로 기업가는 "창조적 파괴"를 통해 시장을 혁신으로 이끌었다. 5년 전에 휴대폰 시장이었던 것이 '스티브 잡스'의 기술혁신이 스마트폰 시장을 창조한 것이며 이로 인해 휴대폰 제조업인 노키아와 모토로라가 무너졌다. 삼성전자만은 빠르고 뛰어난 추격자로서 스마트폰 시장에서 살아남았다. 이는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큰 충격을 준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그런데 인류가 추구하는 보편적 가치인 평등과 분배문제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않기 때문에 발생한 것처럼 말한다. 미국의 하버드대 '드러커' 교수는 기업가는 주주에게 이윤의 극대화 뿐 아니라 사회적 책임이 있다고 말한다. 소비자에게 양질의 제품을, 종업원에게 인간다운 생활보장을, 정부에게는 세금을 내는 등 이해관계자에게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했다. 그리하여 기업은 이해관계자의 욕구충족을 위해 가장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경영활동을 수행해야한다는 것이다. 사실 부의 재분배효과는 세제상 누진세률을 적용하고 사회복지 제도가 더욱 효과적인 방법이 된다.

우리나라 기업 최초의 사회 환원은 (주)유한양행 창업자인 고(故)유일한 박사이다.  종업원에게 주식을 나누어 주었고, 기업 일선에서 물러나면서 평생 번 재산 모두를 사회에 환원했다. 이번에 한미약품 임성기 회장(김포출신)도 한미사이언스 주식 중 약90만주(시가 1.100억원)를 2800명의 직원에게 무상증여했다고 하며, 직원들이 받을 주식은 월 급여의 1.000%로 1인당 4천만원에 이른다고 한다. 매우 훌륭한 일이다.

한편 미국에서는 2014년 포브스가 꼽은 가장 많이 기부를 한 10여명이 낸 금액은 71억 달러(약 8조2.715억원)에 달한다. 그 중 1위는 '위런 버핏' 회장으로 28억 달러(3조2.650억원)를 기부했다. 그는 "돈이란 특별한 목적을 위해 쓰지 않는 한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한 죽은 첫째부인의 종용에 따랐다. 버핏은 1960년 재단을 만들어 수전노 투자자였지만 2006년 보유한 주식의 85%인 370억 달러(약 37조원)를 자선기금으로 내 놓아 310억달러는 '빌&멜린다 게이츠 재단'에 기부 했다. 게이츠 재단 291억 달러에 웃도는 금액을 기부한 것은 게이츠에 대한 버핏의 신뢰가 있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2위는 2008년 '빌게이츠'가 MS최고경영자 자리에서 물러나 '빌&멀린다 게이츠 재단'을 설립하고 지금까지 저개발 국가의 질병과 빈곤퇴치, 친환경에너지 기술개발 등에 280억 달러를 후원했다. 그는 2014년 한 해 동안 13억 달러(약 1조5,158억원)를 기부한 세계에서 가장 돈 많은 커플(748억달러)이다. 이 부부는 죽기 전에 전 재산의 95%를 기부할 것을 약속했다. 빌&멀린다 게이츠 재단의 행보에 감명 받은 사우디아라비아 왕자가 전 재산 35조 달러를 기부하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선행은 선행을 낳고 주변을 물들인다.

3위는 '헤지펀드의 제왕'이라 불리는 '조지 소로스'가 2014년 한 해 동안 7억3,300만 달러(약8,547억원)를 기부해 "악마같이 벌어서 천사처럼 쓴다"고 하면서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사는 흑인학생의 학업을 돕고 사회적 억압과 탄압에 맞서 목소리를 내는 것에 자신의 부를 쏟고 있다. 4위인 마이클 블룸버그는 2002년 뉴욕시장으로 취임해 12년간 개인 돈 6,800억원을 썼고, 한 해 동안 4억6200만 달러(약5.3875억원)를 예술, 교육, 환경, 공중보건 부문에 기부했고 일생동안 총 25억 달러의 기부와 카네기재단에 2억 달러를 기부했다. 그는 연간 270만 달러의 시장 연봉도 받지 않는 대신 매년 1달러만 받았다. 그는 미국내 11위, 전 세계16위 부자다. 그리고 5위인 '척 피니' 면세점 체인DFS를 경영하는 아일랜드계 미국인으로 4억3,400만 달러(약5,060억원)를 기부했다, 그는 '워런 버핏과 빌 게이츠부부'가 자선 단체를 세우는데 자극을 준 기부의 선구자로 꼽힌다. 그 외 월턴가문 등등의 순이다.

이처럼 미국의 기부는 재벌들이 기부문화를 주도하지만, 우리는 기업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개인은 새우젓 할머니, 국수집 할머니 문화다. 이런 기부문화도 하루아침에 바꿜 수 없지만 개인의 소득과 재산에서 수시로 기부되는 문화로 바꿔져야 할 것이 아닌가 싶다. 기부문화로 너와 내가 만족하니(吾唯知足) 더 바랄것이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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