孝(효)와 인생

젊은이여! 부모를 사랑하는 효심으로 고통과 험난함을 이겨내고,
강한 자와 투쟁하고 경쟁하여 약한 자를 보호하는 정신으로 멋진 인생들을 구가해보라고 권한다.

▲ 박태운 발행인
신문사 간부를 하다가 고향에 돌아와 거동불편한 어머니를 10년간 모시고 산 이야기로 “나의 아들, 나의 어머니”란 다큐멘터리 영화를 만들고 시사회 자리에서 “어머니 제 얼굴 더 많이 보여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지금도 여전히 가슴아픕니다”라고 돌아가신 어머니에 대한 절절한 그리움을 눈물로 펑펑 쏟아내는 자식의 모습은 영화내용 만큼이나 뭉클하다.

유교의 전성시대였던 조선사회에서는 효는 백행의 기본이자 으뜸되는 도리라 하여 숭앙되었다. 가부장적 전제정치와 같은 구도 하의 당시 가족위계상황은 실천적으로 효가 행해지기도 했지만 강제되기도 하고, 효를 실천하지 않는 자식은 동네에서 조리를 돌려 뭇매를 맞고 조롱당하는 수모를 겪게 함으로 모든 사람은 해가 동쪽에서 떠서 서쪽으로 지듯 당연히 효도하는 것으로 여겨질 만큼의 풍습이었다.

오늘날의 효에 대한 현상이나 양상은 말하지 않기로 하자. 부모를 향한 효뿐만 아니라 자식을 굶겨 죽이고, 때려 죽이고, 아파트 창문으로 애기를 던져버리는 비정한 사회이기에 논의 자체가 처참하다. 다만 평범한 이야기들을 전개해 보자. 우리가 항상 살아가며 던지는 이런 단서들은 어떤가! 인생은 살만한 가치가 있는 것인가? 그럼 어떻게 사는 게 가치 있는 것인가? 우린 무엇을 위해서 사는 것일까? 사람마다 다르니 사람의 인구수 만큼이나 다양하고 복잡하다. 정답도 오답도 없다. 왜냐하면 각자의 인생이고 그 인생은 각자마다 살아있는 인권이기 때문이고, 보잘것 없고 패륜적이어도 하나의 인격이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태어나면서부터 아무런 조건 없이 혜택을 베풀어주는 사람은 부모뿐이다. 부모는 이 세상에 태어나게 해줬을 뿐만 아니라 성인이 될 때까지 돌봐주고 교육시키고 사회에서 정당한 한 사람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해준다. 강남8학군의 신화를 만든 것도 부모들의 열정이고 세계 유사 이래 초광풍인 사교육천국을 만든 것도 현대의 부모들이다. 자식교육비 때문에 노후를 준비 못한 부모세대도 부지기수이며 6백만명의 베이비부머 세대도 완벽한 노후준비가 된 사람은 2%에 불과하며 부모에게 효도한 마지막 세대이고 이제는 재산없는 부모는 흙수저, 금수저로 나눠져 자식의 원망대상이 돼버렸다. 부모는 자식에게 무작정 돈주는 사람에서 돈을 안주면 나쁜 부모로, 돈이 없으면 더 나쁜 부모가 된 셈이다.

모두가 그러하진 않지만 시류의 흐름은 그렇다는 얘기이고 서글픔이나 비애와 함께 왜 이렇게까지 세상 풍경이 변화했는지 기성세대의 한 사람으로 통렬한 반성과 후회를 하게 한다. 자식을 사회에서 꼭 필요한 사람으로, 가정이든 사회에서 존경받는 사람으로 발전하기를 빌었고, 그렇게 되도록 후원하지 않았는가!
그런데 무엇이 문제인가? 왜 효도라는 말이 주제넘고 쓸데없는 남의 얘기처럼 들리고 오히려 유럽사람들보다도 가족 간의 우애와 사랑이 부족한 사회가 되었나! 서구는 늙어서도 대체로 가정에서의 보호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지금의 우리나라는 노인요양원이나 노인요양병원만 하면 망하지 않는 사업이 되어 전국에 우후죽순으로 세워지고 있는 현상만으로 우리사회에서 “효”란 바닥까지 추락한 것임을 알수 있다.

'나의 아들, 나의 어머니' 영화는 95세의 노모와 70세의 늙은 자식의 간절하고 애틋한 그리움과 사랑, 그리고 그것의 요체는 “효심”이었다. 인생은 살아보면 즐거움보다 괴로움이, 보람보다는 허망함이 더 많은 시간 존재하는 듯하다. 돈을 벌려 하고, 명예를 얻으려 하고, 지위와 권력을 갈망하는 데 집중되어 있는 게 우리의 삶이다. 그것의 크고 작음은 있겠으나 모두가 해바라기가 해를 지향하 듯하지 않은가. 세상을 살아가기에 바쁜 생활을 마치고 난후라도 어머니를 품에 안은 자식의 효심은 모든 아픔과 후회와 연민을 아름다움으로 승화하였다.

"효"야 말로 인간사의 모든 애증이 녹아버리는 용광로와 같은 존재 아닌가. 사회의 모든 혼란함을 효심에다 녹일 순 없는가? 효심의 깊이는 작은 실천들이다. 수시로 전화하고 안부를 묻고 찾아 뵙고 하는 것. 그리고 어머니를 보고 싶고 그리워하는 마음, 아버지의 훈육과 지도를 상기하는 마음, 그런 것들이 효심의 발로라 생각된다.

요즘의 젊은이들에겐 니체의 정신을 권하고 싶다. 고통과 험난함을 이겨내는 인간승리의 정신, 기혹한 운명과 대결하는 파괴되지 않고 좌절하지 않는 초인의 정신, 안락만을 추구하는 말세인들의 정신은 부모를 사랑하는 효심으로 이겨내고, 남의 전리품이나 약탈하는 손쉬운 방법으로 살아가는 비열하고 천박한 기회주의 정신을 배격하는 것. 그리고 대등하거나 보다 강한 자와 투쟁하고 경쟁하여 약한 자를 보호하는 정신. 이런 것들로 무장하여 멋진 인생들을 구가해보라. 인생은 어차피 인간이 존재하는 한 불공평하기 짝이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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