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자리 크게 느낄 수 있는 선생님으로”

마산동에 있는 솔터초등학교 교직원들에게 올해는 그 의미가 다른 한 해라고 한다. 이황종 교장이 교직생활을 솔터초로 마무리하는 해이기 때문이다. 성적보다는 인성과 창의력을 기르는데 중점을 두고 이끌어 온 이 교장은 교직생활 39년 중 30년을 김포에서 보냈다고 한다.
교장실을 향해 가는 길에 김홍도의 작품 '서당'도 보이고 장독대도 눈에 띈다. 교장의 독특한 분위기가 엿보인다.

무감독 시험 등 바른 인성, 창의력에 중점
39년 동안 교직생활을 하면서 어떤 신념이나 철칙이 있는지 물었다. "39년 동안 교직생활을 하면서 가진 교육관으로 아이들이 바른 인성을 갖고, 무한한 상상력을 가질 수 있게 학교 교훈을 세웠습니다. 그래서 인사 잘하고 고운 말 쓰는 생활을 학교만이 아닌 일상생활에서 학부모와 같이 하면 좋은 효과가 날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상을 줄 때도 공적조서를 학부모에게 써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그리고 예상과 달리 학부모들이 공정한 평가를 하더군요. 그렇게 해서 인성교육을 학부모님들과 같이 진행을 하고 있고, 나아가 지금 진행하는 무감독시험을 진행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습니다. 무감독시험은 학생들이 자신이 공부한 것을 토대로 시험으로 치르고, 상호 신뢰와 공정한 평가를 받을 수 있게 하는데, 처음엔 전학 온 학부모님들이 이것을 의아하게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진행을 하면서 학부모님들도 수긍하고 학교의 전통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됐죠. 그리고 창의력 발달은 아이들이 책을 많이 읽게 하고, 생각을 많이 하게 할 수 있는 발명품 대회 같은 프로젝트 학습을 진행하고 그런 것으로 교사들이 수업 연구도 할 수 있게 했습니다. 그렇게 되니 학생도 계속 생각하고, 공부에 관심을 갖고 재미있어 하더군요. 시험도 예전과 다르게 교과서에 따른 점수화보단, 아이들의 생각이 담긴 서술형 문제로 아이들의 자율성과 상상력을 늘리는 성장참조형 교육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또 교사 자신이 지도한 내용으로 평가 문항을 만들고, 평가 결과 피드백도 잘 해줘서 아이들 학습 향상을 돕고 있습니다.”

최선을 다하는 교사가 기억에 남는다
교사 일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사람 한 분만 이야기 해달라고 물어봤다. "학생지도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교사인데, 그분이 평택에서 김포로 왔었습니다. 그런데 평택에서 온 학부모님들이 그 교사에게 선물을 주고 그랬는데, 왜 그런지 봤더니, 모형비행기를 만들 때 학생들이랑 밤새도록 함께하고 여러 번 만들면서 서울에서 입상 할 수 있게 열정적으로 지도하더군요. 그래서 학생들에게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기억에 남아서인지 평택에서 여전히 학생들이 그 선생님을 찾아오더군요. 그리고 그런 모습이 김포에서 저와 같이 근무할 때도 보였습니다. 그래서 그 교사를 통해 저 스스로도 반성하고, 그런 의미에서 존경받을만한 교사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가정교육 밑에서 좋은 아이 나와
인터넷을 보면 문제아와 거기에 대한 교권추락 기사를 자주 볼 수 있다. 이 교장은 이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을 하는지 물어봤다. "문제 학생을 위해 부모님과 상담하다보면, 항상 문제 학생 뒤엔 문제 학부모가 있더군요. 한 학부모가 말하기를 "왜 아이 기를 죽이려고 하냐"고 하더군요. 그리고 "당사자끼리 잘 해결했는데 학교에서 다시 훈계하느냐" 그러더군요. 그런데 그 부모들도 알고 보면 평범한 가정의 부모들이더라고요. 올바른 가정교육이 나쁜 학생들을 만들지 않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학교의 상벌 없이도, 스승을 어려워할 줄 알고 스스로 잘못된 점을 알게하는 가정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꿈을 갖고 공부하는 학생, 빈자리가 넓게 보이는 선생님 됐으면
이 교장은 39년의 교직생활에 대해 시원섭섭함을 토로했다. 그래서 퇴임 후의 계획과 아이들과 교사들에게 하고 싶은 한마디가 있는지 물어봤다. "39년 동안 아쉬움이 있긴 해도, 내 나름대로 열심히 했고, 큰 어려움 없이 잘 지내서 다행입니다. 이젠 나를 위한 서비스도 하면서 그 동안 해보지 못했던 것을 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학생들에게는 정말 꿈을 갖고 공부하고 꿈이 이뤄지도록 했으면 좋겠고, 선생님들은 오랫동안 학생들이 기억 할 수 있는 빈자리가 넓게 보이는 그런 선생님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그게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 한 것이고, 교육자로써 부끄럼 없이 일 했음을 반증하는 것입니다."             

진경남 기자

저작권자 © 김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