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탄 양촌읍보건지소 소장

양촌읍 보건소에 가면 잘생긴 훈남 총각 의사선생님이 반갑게 맞는다. 양촌읍보건소에서 군 복무를 대신하는 공중보건의로서 어르신들을 진료하는 의사 이탄 소장. 이 소장이 진료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어르신들을 친 할아버지 할머니처럼 살갑게 대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절로 흐뭇한 미소가 머금게 된다.

진료실 한쪽 유리진열장에는 이 소장이 직접 만들고 수집한 피규어 인형들이 한가득 자리잡고 있다. 도라에몽, 닌자거북이 등등.

세파에 때묻지 않은 초년병 의사라 그런가. 어르신들과 묻고 답하는 진료모습이 정겹다. 누구나 처음에는 그렇지 않나 궁금했다.

“처음 의대에 들어갔을 땐 남보다 돈도 많이 벌고 잘 나가는 의사가 되고 싶었어요. 하지만 공중보건의로 처음 발령받은 곳이 서해5도 중 하나인 대청도였는데, 그곳에서 1년 동안 있으면서 생각이 많이 바뀌었죠. 기왕에 의사된 것 남에게 도움주는 의사가 되고 싶습니다.”

800여명 주민들 대다수는 70살이 넘은 어르신들. 젊은이라고는 군인밖에 없는 외딴 섬이었다. 진료시간이 따로 있는 게 아니고 24시간 아무 때나 찾아오는 어르신이 있으면 그때가 일과시간.

“대청도는 기상이 나쁘면 3일이고 4일이고 배가 뜨지 못해요. 관광 왔다가 갑자기 부상을 당한 사람도 있었고, 맹장염에 걸린 사람, 임산부도 있었고요. 보건소에서는 수술도 할 수 없고 주사제도 없지요. 큰 병원으로 이송해야 하는데 배가 뜨지 않을 땐 정말 힘들었어요.”

하지만 이 소장은 대청도에서 할아버지 할머니들을 가족처럼 여기고 보살피려 애썼다.

공중보건의가 돼 갑자기 발령받아 배 타고 5시간 걸려 도착한 대청도. 숙소에 앉아 창 밖을 보면 건너편에 북한땅이 보이는 곳이었다. 그런 대청도에서 양촌에 오니 딴 세상 같다는 이탄 소장. “서울 같은 대도시의 보건소에는 전문 의사가 근무하고 있고, 시골동네 보건소에는 공중보건의가 근무하고 있지요. 그런데 김포는 서울과 근접한 곳인데도 아직까지는 공중보건의가 있습니다. 공중보건의에게 근무환경으로 따지면 전국 최고인 곳이지요.”

인천에서 나고 자라 충남대 의대를 졸업한 이탄 소장에게 집 근처인 김포에서의 근무는 심정적으로 안정된 곳이다. 일과를 마치면 타향에서 무얼하고 지낼까.

“좋아하는 피규어 조립도 하며 제 또래 젊은이들처럼 여유를 즐기지요. 이곳 김포에 와서는 요양병원에 노래 봉사를 많이 다닙니다. 제가 노래를 잘 하거든요. 이래봬도 KBS 오디션 프로그램에도 나가 수천대 일의 경쟁을 뚫었던 사람입니다. 어르신들 앞에 두고 기타치며 노래도 부르고 건강상담도 해드리고요. 멋진 연애도 하고 싶은데 소개해 주신다는 어르신들은 많은데 아직까지 소개해 주신 어르신은 없어요.” 잘 생긴 총각 의사선생님이 애인이 없다는 고백이다.

“할머니 손에 자라서인지 어르신들 보면 하나라도 더 도움이 되 드리고 싶어집니다. 이제는 공부 더 해서 큰 병원에서 잘 나가는 의사가 되는 것보다 동네에서 어르신들을 보살피고 교감하는 동네의사가 되고 싶습니다”는 이탄 소장. 양촌읍 어르신들이 소장에게 진료받을 수 있는 시간은 공중보건의 임기가 끝나는 내년 4월이 마지막. 아쉬워 할 어르신들의 표정이 보이는 듯하다.

김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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