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인도양시대를 대비해야

서재에서 책을 정리하다가 빛바랜 사진 한 장을 발견했다. 인도 뉴델리의 수상관저에서 ‘인디라 간디’(Indira Gahndi) 수상과 찍은 단체 사진이다. 인도를 영국식민지로부터 독립시킨 영웅 '간디‘(M.Gandhi) 옹에 이어 초대 수상을 지낸 ‘네로’의 외동 딸 ‘인디라 간디’ 수상, 우뚝한 콧대와 하얀 앞 머리카락이 매력적이고 카리스마를 지닌 세기의 여걸로써 준 사회주의 경제정책을 택한 정치지도자다. 1966부터 77년까지 세 차례나 총리직에 올랐고 네 번째 총리직에 있을 때 펀잡 지역 시크교도의 분리 독립 문제로 갈등이 계속 되다가 1984년 10월31일 시크교도인 경호원에게 암살당하고 말았다. 너무나 애석한 비보에 마음이 아팠다. 나는 지금 뉴델리에서의 추억 속의 기억들을 떠 올려 본다.

  50여년 전 인천중공업(주)에 근무 할 때였다. 30세에 결혼하여 큰 딸아이가 태어난 해, ‘콜롬보플랜’*)에 의한 인도 뉴델리 소재 국제자유노련-아세아노동대학(ICFTU-Asian Trade Union College)에서 한 학기 동안 연수프로그램에 참가했다. ‘60년대 해외여행은 여권발급이 까다롭고 제한적이었다. 이 연수는 영어로 강의하기 때문에 어학시험에 합격해야 하고, 인도 정부로부터 초청장을 받아 여권신청과 비자를 낸 후 반공교육과 소양교육을 거쳐, 많은 시간이 소요되어 개강일이 지나서 출발했다. 마음고생이 컸다. 게다가 출국하는 날은 가족과 직장동료들이 공항에 이삼십 명이 나와 환송 할 만큼 해외여행 그 자체가 하나의 이벤트였다. 나는 공항을 떠나 일본 동경을 거쳐 BOAC에 올라 홍콩을 거쳐 장장 12시간 만에 뉴델리에 도착해 대학근처 guest house에서 여장을 풀었다. 이튿날 옆집 대문에 붙은 문패를 보니 이름과 직업을 표시하고 있었다. 이는 인도의 카스트제도(계급사회) 때문이다. 인도의 발전에 큰 걸림돌이 되는 문제이기도 하다.

  강의는 노동경제학 및 노사관계론의 이론과 각국의 노사관계 현황을 발표 후 토론 시간으로 매일 꼬박 8시간씩 공부했다. 마지막 1개월은 전국의 주요 노동조합을 시찰했다. 강사진은 영국에서 공부한 인도, 영국인 박사들로 구성되었다. 식사는 대학구내 식당에서 아침은 빵과 우유, 계란 프라이, 점심과 저녁 식사는 안남미 쌀밥에 양고기, 닭고기를 카레로 발라먹었다. 얼마 전 국제학술발표대회에서 인도산 카레가 치매예방에 효과적인 식품이라고 발표했다. 주일에는 올드델리에 있는 성당에서 미사에 참석했다. 그리고는 가나플레이스라는 시장으로 갔다. 인도의 대표적인 보석상가다. 시장 안은 사람들로 붐볐는데, 웬 인도의 젊은이가 내게 다가와 은행보다 높은 율로 환전해 주겠다고 했다. 나는 그 젊은이를 믿고 20달러를 건넸다. 공정환율은 1달러에 3루피인데 5루피로 환전해 주겠다고 해서, 그가 준 루피를 받아 세는 동안 이상한 생각이 들어 그의 얼굴을 보는 순간 그가 시장 안으로 뛰어 달아났다. 바로 뒤를 쫓았지만 비슷비슷한 인도 사람들로 가득 찬 시장에서 그를 찾을 수 없었다. 결국 내가 속은 것을 알게 되었지만 별도리가 없었다. 나의 옳지 못한 공짜심리 때문에 돈을 빼앗긴 것이 부끄럽기 짝이 없다. 기회가 된다면 내가 다녔던 대학이 있는 뉴델리의 ‘그린파크’와 올드델리의 가나플레이스를 돌아보고 싶다.

  지난 4월 신문에 소개된 내용, 즉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는 인도와 인도네시아의 중산층이 급증할 것이며 ‘21세기는 인도양시대’가 될 것이라고 전망한 것을 주의 깊게 읽었다. 또한 유엔, 세계은행, 미국 브르킹스연구소는 인구 및 경제관련 자료를 종합해 볼 때 2030년에 중산층, 경제규모의 1위 국가는 단연 인도가 될 것이며, 한 해 동안 12조8000억 달러(약 1경3952조원)를 소비할 것으로 추산했다. 2위는 중국(10조 달러), 3위 미국(4조 달러), 4위 인도네시아(2조5000억 달러), 5위 일본(2조3000억 달러)순 이었다. 그래서 인도와 인도네시아가 구매력 있는 중산층이 크게 증가하여 아시아 태평양 지역 전체의 중산층 인구가 2030년에 32억2800만 명으로 급증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그리고 인도의 새 주인이 된 ‘모디’ 총리에 대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인도의 개방정책을 추진하는 개혁 사령관”이라고 칭송 했고, ‘크레이그 배럿 인텔’ 회장은 “인도는 세계 기술의 중심지”라고 극찬했다. 중국의 알리바바 회사는 인도온라인 결제회사에 5억75백만 달러를 투자했고, 일본IT기업 ‘소프트뱅크’는 인도에 10년간 100억 달러 이상을 투자 할 것을 밝혔고, 모디정부 출범 후 일본은 320억 달러, 중국은 200억 달러, 미국은 20억 달러의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면 우리는 어떤가? 한국의 인도 투자액은 48%감소했다고 한다. 그 동안 인도 중산층의 집집마다 삼성, lG전자, 현대자동차의 제품하나 쯤은 모두 보유할 정도로 그 위력은 대단했단다. 그 저력이 다시 뻗어 나가길 마음으로부터 응원….우리는 닦아올 2030년 ‘인도양 시대를 대비하는 정책’을 펴나가면 어떨까 싶다. 

  앞으로 총선이 실시된다. 사람들은 모이면 정치 얘기뿐인 것 같다. 그러나 정치가 곧 모든 것을 해결해 주지 않을 진데 환상에 빠지지 말 것이며, 입후보자는 국민을 주인으로 모시는 정치철학을 가지고 진정 이번만은 이 땅에 민주주의가 꽃피우기를 다 같이 기대해본다. 

 

▲ 이택룡
본지 논설위원,
전 대학교수, 세무사, 경영학박사

저작권자 © 김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