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가지 않은 길

지난 11월 20일 저의 인생살이를 담은 “신광식의 인생이야기 - 나의 삶, 나의 소망” 출간을 축하하는 자리를 마련하여 평생 잊지 못할 소중한 시간을 가졌습니다. 제가 살아온 인생이야기를 책에 담아 세상에 내놓는다는 것은 참으로 많은 준비와 용기가 필요했습니다. 촌로의 인생역정을 담은 것에 불과한 부족하기 그지없는 보잘것없는 글이라 할지라도, 저의 땀 냄새나는 경험담이 삶이 힘겨운 누군가에게 단 한 줄의 용기와 희망을 줄 수 있다면 더 바랄 나위없다는 충정으로 마무리하였습니다.

책에 일관되게 담고자했던 메시지를 풀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산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고단한 일입니다. 길이 보일 때보다 보이지 않을 때가 더 많습니다. 사방팔방 꽉 막혀있을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때일수록 침착하게 용기를 내야하고 절대 희망을 잃어서는 안 됩니다. 산다는 건 애초에 정답이 없고 이정표도 없으며 더군다나 처음부터 잘 닦여진 길은 없으니까요.

눈보라 속에서도 스스로를 다독이며 한발 한발 앞으로 나아갔습니다. 삶의 질곡을 꿋꿋하게 견뎌냈습니다. 주어진 운명에 머무르지 않고 저에게 주어진 환경에서 적극적으로 맞서 나아갔습니다. 그 결과 앞날이 어찌될지 알 수 없지만 시련을 끌어안고 견디어 가면 인생은 더욱 깊고 풍부해진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리고 제가 농사 지으면서 깨우친 게 있습니다. 온실보다 야생에서 자란 화초가 더 강인하고 생명력이 질기다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고 힘든 땀의 과정이 있다는 점입니다. 열매가 가장 맛있게 여무는 순간 꼭지는 여지없이 저절로 떨어집니다. 눈앞에 벌어진 일에 초조해하기 보다 차분하게 인내하며 훗날을 기약하면 반드시 꿈을 이루고 수확의 큰 기쁨을 누릴 수 있습니다.

제가 가야할 길은 아직도 멀어 보입니다. 그러나 기운이 남아있는 한 힘닿는 데까지, 삶이 끝나는 그 순간까지 이웃과 함께 풍요롭게 살 수 있는 길을 찾아보겠습니다. 우선은 글을 읽으면서 주옥같은 내용이 있거나, 인생의 향기를 가득 품은 좋은 문장이 있으면 미흡하지만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저만의 글을 쓰며 살아가겠습니다. 내가 행복하면 가정이 행복하고, 가정이 행복하면 일터가 행복하고, 일터가 행복하면 사회가 행복하고, 사회가 행복하면 내가 행복하다는 것을 믿고 “행복 인생, 행복 세상”을 꿈꾸며 살아가겠습니다.

거친 세상의 물결을 헤쳐가다 보니 어느덧 70년이 훌쩍 지나갔습니다. 이제부터 저는 ‘아직도 가지 않은 길’을 향해 묵묵히 최선을 다해 걸어가고자 합니다. 길에도 여러 길이 있습니다. 곧은 길, 굽은 길, 오르막 길, 내리막 길... 끊임없이 걸어야 하는 인생길입니다. 제가 걷는 길의 끝에 어떤 모습의 길이 나올지 모르겠으나 깨달음과 평온함을 소망하며 앞을 향해 걷고 또 걷고자 합니다. ‘아직도 가지 않은 길’은 ‘아직도 가야 할 길’입니다. 그리고 그 길은 저의 꿈과 도전과 희망을 이루기 위한 길입니다.

“ 곧은 길만이 길이 아닙니다/ 빛나는 길만이 길이 아닙니다/ 굽이 돌아가는 길이 멀고 쓰라릴지라도/ 그래서 더 깊어지고 환해져오는 길/ 서둘지 말고 가는 것입니다/ 서로가 길이 되어가는 것입니다/ 생을 두고 끝까지 가는 것입니다 (박노해, ‘굽이 돌아가는 길’ 중에서)

▲ 신광식
김포대 총동문회장
전 파독광부협회 회장
전 경기도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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