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로도 추궁도 없는 행정사무감사...대 언론 홍보도 없어

폭로도 추궁도 없는 행정사무감사...대 언론 홍보도 없어
소관업무 만전을 기해달라...최선을 다하겠다로 마무리

가스충전소 허가 비리 경제진흥과는 자기 소관 아냐
기대했던 도시개발과 행감에선 의원들 질문도 안 해

김포시와 산하 기관 직원의 비리 적발, 단수사태로 인한 책임론, 메르스 대처, 끝이 보이지 않는 경제 침체 등 주요 이슈가 어느 해보다 많았던 2015년. 올해 김포시의 행정에 대해 잘한 것은 칭찬하고 미진한 점은 질책하는 김포시 행정사무감사가 23일 시작돼 연일 늦은 시간까지 시청 각 부서별로 의원들의 질의와 행정부의 답변이 계속됐다.

하지만 행정복지위원회와 도시환경위원회 두 위원회에서 속개된 행정사무감사장을 지켜본 언론과 시민단체들의 평가는 낙제점 수준. 특히 도시환경위원회에 대한 점수는 상대적으로 더 낮았다.

신도시 개발과 도시계획을 담당하는 도시개발국, 그린벨트 내 가스충전소 허가, 학운산단 분양, 김포5일장 등 현안이 산적한 경제 문제를 책임지는 경제환경국을 담당하는 도시환경위원회 행감에 많은 시민들이 관심을 끌었다. 더욱이 지자체 최초로 건설회사 관계자를 출석시키는 데 성공한 도시환경위원회이었기에 행감장 관람석은 연일 만원이었다.

하지만 도시환경위의 행정사무감사장은 깊이 없는 질문과 판에 박힌 대답, 날 선 추궁이 없어 분위기는 기대와는 달리 사뭇 부드러웠다.

행정감사는 먼저 행정부의 장이 소관 업무를 브리핑하면서 시작된다. 브리핑 후 의원들은 해당 부서가 보고한 업무 하나하나의 진행상황을 물으며 “만전을 기해 달라”고 부탁했고, 담당 부서장은 “최선을 다하겠다”는 판에 박힌 대답을 하는 것으로 부서들의 행감은 끝이 나고, 뒤이어 또다른 부서의 행감이 똑같은 형식으로 진행됐다. 현안에 대한 자료제출을 토대로 날 선 추궁도, 제보를 바탕으로 한 폭로도 없었다.

행감 첫날부터 책임 소재를 놓고 열띤 공방을 벌일 것으로 예상됐던 그린벨트 내 가스충전소 설립 허가. 하지만 “가스충전소 설치의 자격과 관련된 사항은 도시개발국 소관이며 도시개발국에서 적법하다고 넘어온 서류를 검토해 허가해 준 것으로 경제진흥과는 책임이 없다”는 경제진흥과 부성장의 답변에 의원들은 더 이상의 질문도 추궁도 없었다.

며칠 뒤 도시개발과에 대한 행감이 기대되는 순간. 그러나 도시개발과에 대한 행감장에서는 가스충전소 허가와 관련 질문은 끝내 단 한 마디도 나오지 않았다.

행감 시작 전 신도시개발에 참여하고 있는 건설사 관계자를 출석시킨다고 밝혀져 기대를 모았던 안전건설국 대상 행감장. 건설회사 관계자를 소환한 자리에서 의원들은 “조례에 30%를 지역 내 인력과 자재, 장비를 쓰도록 되어 있는데 조사해보니 평균 11%밖에 되지 않는다. 노력이 부족한 것 아니냐”고 물었고, 건설사들은 “앞으로 노력하겠다”고 답변했고, 더 이상의 질문은 없었다. 이것으로 소문만 무성했던 잔치는 끝났다.

학운산업단지의 분양에 대한 질의도 시작과는 달리 결과는 시시하게 끝났다. 질의에 나선 의원은 “학운3산단은 조성 원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분양중인데 어떻게 된 일인가”며 물었다. 되돌아 온 답변은 “어려운 경제환경 속에서 분양률을 높이기 위해 조성원가인 평당 252만원보다 낮은 229만에 분양가를 결정했다”며 “이것이 주효해서 현재 순조롭게 분양중이며, 앞으로 상황을 봐서 분양가를 올리겠다”는 것.

김포시의 말대로라면 땅을 팔면 팔수록 손해라는 것. 그렇다면 단지 조성에 너무 많은 비용이 들었다는 것인데, 그러나 분양가에 대한 질문은 더 이상 나오지 않았다.

해외시장개척단 참가에 있어서 의원들은 “성과에 비해 개척단과 전시회 참가에 따라나선 공무원의 수가 너무 많다”며 “공무원들이 외유성으로 따라간 것 아니냐”고 의혹을 제시했지만 “올 베이징과 방콕 두 곳에 참가한 공무원은 시장과 담당 팀장, 시장과 담당 과장이 참가해 전문성이 있다”는 답변을 끝으로 더 이상의 질문은 없었다. 시장이 전문가라는 것. 안 그래도 시민들 사이에서는 시장의 외국 출장이 너무 많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그에 대한 추궁은 없었다.

행감장에서 만난 시민단체 관계자는 “도대체 이런 행감은 뭐하러 하는지 모르겠다”며 “의원들의 자질이 의심스럽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굳이 전직 대통령의 비자금을 국정감사장에서 폭로한 박계동 전 국회의원의 예를 들지 않더라도 국정감사 때가 되면 언론사의 메일은 밀려드는 의원들의 자체 홍보 메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저마다 의원들은 피감기관에 요구해 받은 자료를 분석해 이러저러한 의혹이 있으니 이러이러하게 질문해 바로잡겠다는 홍보 메일을 보내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 김포시의 의원들 가운데 한 명이라도 이러한 메일을 보낸 의원이 있는지 묻고 싶다. 하다못해 자신의 지역구를 챙기는 부탁이라도 한 마디 하는 의원을 볼 수 없는 행감장. 행감 무용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물론 각종 보좌진에, 이해 관계자들의 제보가 넘쳐나는 국회의원의 국정감사와는 달리 보좌진 한 명도 없이 고군분투하는 시의원들의 현 상황을 모르는 바는 아니라 할지라도 “의원들이 너무 공부 안 한다. 차리리 이럴 바에는 행감을 폐지하던지 아니면 몇몇 이슈 있는 부서에 한해 행감을 하던지 해야 하는 게 맞지 않나”는 한 시민의 말에 귀기울여야 할 때다.

행감을 앞두고 정왕룡 의원은 언론사 기자들에게 “이번 제161회 김포시의회 정례회는 행정사무감사와 신년 예산안을 다루는 중요한 정례회로, 첫째도 둘째도 시민중심이란 생각을 놓지 않고 매 순간 성실히 임하겠다”고 문자를 보냈다.

김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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