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목표는 우승이다”

그동안 필드를 뜨겁게 달궜던 각종 여름 스포츠들이 끝이 나고 겨울 스포츠의 시즌이 다가오고 있다. 얼마 전 역전의 짜릿함과 우승의 쾌감을 선사했던 2015 WBSC 프리미어 12 경기도 끝나고 월드컵 축구대표팀의 연승 낭보도 우리를 즐겁게 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반가웠던 소식은 얼마 전 김포시민축구단이 전해준 K3리그 3위라는 낭보였다.
혹자는 우승도 아닌데 무슨 낭보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작년 성적이 전체 18개 팀 중 15위였던 것을 감안한다면 우승과 진배없는 놀라운 성과가 아닐 수 없다.
김포시민축구단의 김승기 감독을 만나 드라마와도 같았던 올 시즌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열악한 환경 속 포기하지 않는 선수들
김승기 감독에 의하면 K3리그에서 선수생활을 하고 있는 선수들은 크게 두 부류다. 아직 제대로 된 빛을 보지 못한 축구선수이거나 부상이나 가정사 등으로 인해 선수생활을 포기해야 했던 재주 있는 선수들이 축구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직장생활을 해 가며 선수로의 재활훈련을 받고 있는 경우가 그것.
"대여섯 명을 제외하면 김포시민축구단 선수의 대부분은 직장을 다니면서 운동을 하는 친구들입니다. 때문에 저녁시간과 주말을 이용한 훈련을 주로 합니다. 특별한 전술훈련이나 팀플레이 훈련을 제외하면 일반적인 훈련은 선수들의 자율에 맡기는 편입니다. 모두 선수생활을 최소 몇 년 이상은 해 온 친구들이기 때문이죠. 스스로 동기를 부여해 훈련을 하는 것이 최상의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김포시민축구단의 선수들은 모두 30명 안팎으로 김 감독은 최종 엔트리 18명에 들기 위한 선의의 경쟁을 통해 동기를 부여하고 있다.

김 감독 최고의 전술은 '동기부여'와 '인화'
"제가 선수들에게 가장 강조하는 부분은 '인화'입니다. 축구는 단체가 하는 운동이라 어느 하나의 기량이 뛰어나다고 해서 경기가 잘 풀리는 것은 아닙니다. 선수들 간에 인화가 잘 이루어지지 않고 왕따나 위화감이 조성된다면 제대로 된 경기를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선수들을 다독이고 좋은 성적을 이끌어 낼 수 있었던 김 감독의 최고의 전술은 '동기부여'와 '인화'라고 했다.
"또한 이기는 경기를 하게 해 주는 것도 선수들에게는 또 다른 동기부여가 됩니다. 선수들에게는 매달 30여만원 정도의 기본 훈련수당이 지급 되지만 그것으로는 용돈도 부족한 형편입니다. 하지만 최종 엔트리에 들어 경기에 출전하게 되고 또 경기에서 이기게 되면 선수들에게는 출전수당과 승리수당이 더해진 월급이 나가게 되죠. 그렇다고 해서 많은 금액이 지급되는 것은 아니지만 선수들은 이기는 경기를 해 봄으로써 동기가 부여되게 되는 것입니다."
김 감독의 말 속에는 K3리그 선수들이 좀 더 큰물에서 선수생활을 하게 만들고 싶은 아버지의 마음이 들어 있었다. 

우연한 기회에 찾아온 축구감독의 길
2014년 5월에 김포시민축구단 감독으로 부임한 김승기 감독은 김포인이다. 고촌초등학교와 김포중학교를 다닌 그는 고등학교 때 처음으로 축구를 시작해 동국대학교와 한일은행 실업팀에서 선수생활을 했으며, 국가대표 선수로도 활약한 바 있다. 그러나 그의 선수생활은 그리 길지 않았고, 그는 한일은행 구로지점에서 평범한 직장인 생활을 했다. 
"어느 날 한일은행에서 실업팀 감독을 맡아달라는 요청이 들어왔습니다. 처음에는 내가 할 수 있을까 생각해 봤지만, 은행원으로서의 생활보다는 축구인으로 생활하는 것이 제게 더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려운 결단이었지만 감독직을 수락했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그의 감독으로서의 길은 한일은행 축구팀에서 그치지 않고 동국대학교 축구팀 감독으로 이어진다.
"제가 한일은행팀 감독이 되고 좋은 성과를 보여서인지 모교인 동국대학교에서 감독영입 제의가 들어왔습니다. 마침 동국대학교에서는 학교출신의 축구감독을 찾고 있었고 그 적임자로 제가 물망에 오른 듯 했습니다. 저 역시 모교에 무엇인가 보탬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흔쾌히 수락을 했고 동국대학교에서 7년간 축구감독을 했습니다."
김승기 감독은 동국대학교 축구감독으로 부임해 있는 7년 동안 그의 감독으로서의 능력을 여실히 보여줬고 동아시아 대표팀 감독을 역임하기도 했다.

'축구는 타이밍'… 두 번의 위기
김승기 감독이 이끈 김포시민축구단의 올 시즌 승률은 25전 1무 3패 21승. 김승기 감독이 말하는 잘하는 축구는 타이밍을 잘 맞추는 축구라는 것. 그런 김포시민축구단에도 두 번의 위기가 있었다고 김승기 감독은 말했다.
"전반기 리그가 끝나갈 무렵 팀의 주득점원이었던 김성민 선수가 개인적인 사정에 의해 팀을 나가야 했습니다. 팀의 주득점원이었지만 개인사정이 있어 계속 잡을 수가 없었습니다. 나중에 준결승 상대로 만난 경주FC와의 경기에서 승부차기 끝에 졌을 때, 김승기 선수의 부재가 아쉬움으로 남더군요."
김승기 감독에게 찾아온 두 번째 위기는 전광채 선수의 성남FC 이적을 위한 테스트였다. 전광채 선수를 위해서는 더 없이 좋은 기회였지만 입단테스트를 받기로 결정된 날이 바로 김포시민축구단 팀의 준결승전이 열리는 날이었기 때문.
"축구는 타이밍의 싸움이라고들 합니다. 이는 축구경기 자체에 대한 말이기도 하지만, 선수와 감독 모두에게 해당되는 말이기도 합니다. 저는 우리팀의 좋은 성적도 중요하지만 선수 개개인에게 주어지는 기회를 잘 잡게 해 주는 것도 감독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때문에 과감하게 전광채 선수를 입단테스트에 보냈습니다."

승리의 기쁨은 끝났다. 내년 시즌 준비해야
"이제 승리의 기쁨을 맘껏 누렸던 올 시즌은 잊어야 합니다. 시즌이 끝나고 저는 어려운 선택을 했습니다. 팀을 재정비해야 할 때가 왔기 때문입니다. 저는 며칠 전 수족을 잘라내는 아픔을 감내하며 선수 몇 명에게 정리 통보를 했습니다. 팀 전체를 위해서도 그렇고 선수 개인을 위해서도 기량 미달인 선수들과 팀에 적응하지 못하고 겉돌던 선수, 부상 등으로 인해 팀에 도움이 되지 못하는 선수들을 정리할 수밖에 없는 것이 감독이라는 무거운 타이틀이기도 합니다."
과감한 팀 재정비로 내년 시즌을 준비한다는 김 감독에게 다행스러운 일이 생겼다. 그것은 포천FC로 옮겼던 김성민 선수가 다시 김포시민축구단로 오게 됐다는 점과 김포시민축구단으로의 입단을 희망하는 좋은 선수들이 10여명이나 있다는 사실이다.
올 시즌 김승기 감독의 목표는 6강 플레이오프 진출이었다. 이제 내년을 준비하는 김 감독의 목표는 '우승'이다.

축구만큼 시민을 단합시키는 운동도 없다. 하지만 역으로 생각해 보면 응원해 주는 팬들의 마음만큼 축구선수들에게 힘이 되는 일 또한 없을 것이다. 열심히 노력하는 김포시민축구단 선수들을 더 이상 쓸쓸한 구장에서 뛰게 하지는 말아야 하겠다.
윤옥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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