퀼트를 넘어서 회화의 경지로 간 섬유미술

Best One이 되려기보다는 Only One이 되라는 말이 있다. 어린 시절 김포를 떠났다가 다시 김포(풍무동)에 자리 잡은 장미선 씨에게는 두 가지가 다 적용된다. 단순히 바느질 퀼트(Quilt)로 시작한 작업은, 염색과 공예 디자인 등을 공부한 그녀에게는 새로운 세계로의 통로였다. 이미 세계적인 공예가로 인정받은 그녀 얘기를 들어보자.

▲ 낙안읍성 (담 시리즈 중)

세 아이를 키우랴 시모 병시중 하랴 분주한 나날을 보내던 평범한 주부였다. 어느 날 지인의 소개로 퀼트라는 것에 눈을 떴다. 카피도 많고 도안대로 작업하는 차별 없는 작업에 그녀가 만족할 수 없는 것은 당연했다. 서서히 '솜씨 좋다'에서 '기존의 퀼트와 다르다'는 말을 듣게 된다. 내친김에 섬유 미술을 연계해서 새로운 소재와의 결합, 기법 등을 배우고자 하는 열망으로 늦은 나이에 학교 문을 두드렸다. 그녀의 독보적인 작업은 이때부터 날개를 달았다. 다양한 퀼트 기법을 통해 시접 없는 패치워크, 재단, 망사를 깔아 스티치하며 시접을 없애거나 소재를 레이어드하며 그림자처럼 보이게 하여 입체감과 볼륨감을 느끼게 했다. 십 수 겹의 '섀도 퀼트'를 통한 작업은 보는 이로 하여금 단연 예술의 경지로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한다.
천 조각과 천 조각에 바느질 선을 더하고 더해서 겹(Layer)으로 엮어내던 그녀는 이제 넓은 면을 조각조각 해체하면서 결(Grains)을 만들고 있다. 장미선의 작업에서 겹과 결은 쌓고 풀어헤치는 상호모순으로 공진화한다. 채우고 채운 뒤에 비우고 있는 그녀의 작업은 조각을 이어 붙이는 '더함(+)'을 '덜함(-)'으로 승화한 퀼트의 역설이자 반복되는 일상이지만 결코 단일하지 않은 우리의 삶과 닮아 있다.
-2014.5.7. 변청자/미술평론가-

▲ 세월호(부분 확대)

그녀의 초기 작품은 주로 조선시대 방에서 볼 수 있는 반닫이 같은 소재가 많았다. 그것이 수년에 걸쳐 대청을 넘어 담, 자연으로 이어지는 하나의 스토리가 되고 있다. 이제는 시공을 초월한 그 무엇을 표현할 차례라고 한다. 이미 국내는 물론 미국, 프랑스와 일본에서 굵직한 상을 휩쓸고 있는 대한민국 대표 공예인으로 우뚝 선 그녀에게 섬유미술을 하려면 어떤 준비가 필요한지를 물었다.  "염색, 회화적 테크닉, 색에 대한 감각, 형태를 조화롭게 배치하는 안목 그리고 소재를 알아야겠죠."

▲ 다섯 개의 시각


쉽지 않은 얘기다. 마지막으로 그녀는 작품세계에 대한 포부를 이렇게 얘기한다.
"저는 퀼트 작품에 담는 내용에 제약이나 망설임을 가지지 말자고 항상 다짐합니다. 모든 예술의 장르가 파괴와 변모를 가져오는 이때 퀼트의 정통 기법만을 고집하는 것이 정도일까? 하는 의구심으로 스스로 되묻곤 합니다. 퀼트를 통해서만 세상을 보는 것이 아니라 폭넓게 생각해야 비로소 퀼트가 보인다고 생각합니다."     

▲ 경기도 반닫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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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선

홍익대학교 대학원 섬유미술 박사과정 수료
2015 제21회 EPM(유러피안 패치워크 미팅) 3위
2014 요코하마 국제퀼트페스티발 최우수상
2014 Brother Award
2006~14 AQS(American Quilters Society) 11회 Semi finalist
2008 제9회 한국공예대전 특선
2008 서울국제퀼트페스티발 그랑프리
2008 제11회 세계평화미술대전 공예부분대상(지식경제부장관상)
2012 서울국제퀼트페스티발 초대작가(Coex)
2009 한국공예작가100인 초대전(Coex)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작품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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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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