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어간다 VS 익어간다

▲ 여종승
중부일보 부장
(김포담당)
최근 가수 노사연의 '바램' 뮤직비디오 조회 수가 1천200만뷰를 넘기며 이 시대 중년들에게 신드롬을 낳고 있다.
'바램'은 디지털 싱글로 지난해 11월 말 음원 첫 공개 이후 8개월 만인 7월 말 조회 수 1천만뷰를 돌파한 데 이어 두 달 만에 200만뷰를 기록하며 이 곡의 영상은 꾸준히 조회 수를 늘리고 있다.

중장년층 사이에 소리소문없이 인기를 얻고 있는 '바램'의 가사를 소개하겠다.
"내 손에 잡은 것이 많아서/손이 아픕니다/등에 짊어진 삶의 무게가 온몸을 아프게 하고/매일 해결해야 하는 일들이/내 시간도 없이 살다가/평생 바쁘게 걸어 왔으니/다리도 아픕니다/내가 힘들고 외로워질 때/내 얘길 조금만 들어준다면/어느 날 갑자기 세월의 한복판에 덩그러니 혼자 있진 않겠죠/큰 것도 아니고 아주 작은 한마디/지친 나를 안아주면서 사랑한다/정말 사랑한다는 그 말을  해준다면/나는 사막을 걷는다 해도 꽃길이라 생각할 겁니다/우린 늙어 가는 것이 아니라/조금씩 익어 가는 겁니다."
이 '바램'은 희생했던 부모 세대의 세월이 갖는 무게감과 외로움을 위로하는 노랫말이 노사연의 중저음 보컬과 잘 어우러지는 곡이다.
어쩌면 '바램'은 가족을 위해 자신의 몸을 돌보지 않고 앞만 보고 달려온 중장년층 세대들의 외로움을 대변하는 곡이어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사람의 가치관에 따라 다르겠지만 인생은 매 순간 균형을 잃었다가 정상을 다시 회복하는 불안정한 체계라고 할 수도 있다.
그것이 바로 삶이다. 따라서 삶의 법칙은 한마디로 변화다. 늙어가는 것은 변화의 한 유형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우리는 모두 늙어 감을 한탄하지만 말고 노사연의 '바램'이란 노랫말에서 느끼듯이 늙어가는 것과 익어가는 것을 동시에 친구로 삼고 위로받으며 살아가야 하지 않을까 싶다.
늙어가는 것만을 생각하노라면 삶 자체가 서글퍼질 수밖에 없지만, 사랑하는 가족이나 친구, 선후배들과 함께 동행하며 익어가는 소소한 일상의 삶을 사노라면 행복을 만끽하리라 확신한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변화에 둔감해 배우자나 자식, 후배들에게 민망한 경우도 종종 발생하지만 그런 것들도 스스로 인정하면서 주변에 익어가는 모습을 보여줄 때 인생의 진정한 맛을 느낄 수 있다.
시몬 드 보부아르의 '노년'이란 저서에서 '늙는다는 것은 소중한 사람들의 죽음을 보는 것이며, 초상과 슬픔이라는 형을 선고받는 것이다'란 글귀를 접한 기억이 있다.
이처럼 늙는다는 것은 생각하고 싶지 않은 현실이다. 누구나 마찬가지겠지만 늙어간다는 말을 들으면 귀에 거슬려한다.
하지만 익어간다는 소리를 들으면 매우 기뻐하게 마련이다. 왜일까?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균형 감각을 갖고 처세를 잘해야만 인정받고 들을 수 있는 말이기 때문이다.
100세 시대라고 하지만 얼마를 더 살아갈지 알 수 없는 인생이다. 주어진 시간에 따라 그냥 늙어갈 것이 아니라 행복을 제대로 즐기고 누리기 위해서는 김포신문 애독자 모두가 익어가는 삶을 만들어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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