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거 없어" 아줌마의 '별 거 있는 고집'

가을 추수가 한창이던 10월의 어느 날. 지난 2010년 만들어져 농산물가공 관련 창업의 성공 모델이 되고 있는 '김포농식품가공 영농조합법인' 배효원 대표를 만났다. 5천년 전통의 김포쌀과 김포인삼 등으로 다양한 제품을 만들어 내고 있는 김포농식품가공 영농조합법인의 배 대표가 꿈꾸는 김포농업의 미래는 어떤 것일까. 50대 초반의 나이에도 염색을 하지 않은 희끗희끗한 머리의 배 대표에게서 '별 거 없다'는 그녀의 '별 거 있는 고집' 이야기를 들어봤다.


얼결에 맡은 대표자리… 이제는 사명감
“농사짓는 남편을 따라 나도 이것저것 배우러 다녔어요. 원체 배우는 것을 좋아하기도 했고요. 2010년 처음 농업기술센터에 와서 농업관련 교육을 받으면서, 함께 교육받은 8명이 뜻을 같아하게 됐죠. 처음에 대표를 맡은 분은 귀농한 남자분이셨는데, 영농조합법인 대표는 농업인만 가능하대서 그 분이 대표자격이 될 때까지만 제가 임시로 맡게 됐던 것이었죠. 그러다보니 지금까지 하고 있네요.”
시 주도로 만들어졌다는 ‘김포농식품가공 영동조합법인’을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남다른 사명감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고 말하는 배 대표다.
“그저 기술센터에의 가공시설을 사용할 수 있는 혜택을 준다는 얘기에 좋은 조건이라고 생각해 시작을 하게 됐죠. 조합 설립당시 대부분 경험 없던 아줌마들이라 시행착오가 많았지만, 지금은 안전하고 바른 먹거리를 만든다는 사명감을 갖고 일하고 있어요.”

20여 가지 안전하고 건강한 먹거리 생산
“조합을 시작하면서 처음에는 원료공급도 쉽고 만들기 편한 미숫가루나 강정을 만들어 팔았어요. 그런데, 인건비도 벌기 힘들더군요. 시작할 때의 꿈은 사라지고 뚫고 나가야 할 현실이 가자왔죠. 여러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중간에 그만두는 조합원들도 생겨났고요. 하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좋은 원료를 가지고 정직하고 건강한 먹거리를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다는 자부심은 변하지 않았어요.”
배 대표가 이끌고 있는 김포농식품가공 영농조합법인은 몇몇 맴버 교체가 있기는 했지만 여전히 8명의 조합원들이 합심해 나날이 성장하고 있다. 
“지금은 현장에서 일하는 직원들을 포함해 10명이 함께 일하고 있어요. 저희 제품의 대부분은 조합원들이 직접 생산한 쌀과 도라지 등을 사용하고, 나머지는 김포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을 사용하죠. 그 외 김포에서 구할 수 없는 재료들도 모두 국내산으로만 사용합니다.”
현재 영농조합법인에서는 과자류 3개, 미숫가루 5개, 조청 5개를 포함해 약 20개의 품목이 생산되고 있고, 이 제품들은 현재 친환경 판매장과 로컬매장, 각종 행사장을 통해 판매되고 있다.

아이들 가르치던 과거, 이젠 배우는 게 일
영농조합법인은 ‘즉석식혜’에 대한 특허를 가지고 있다. 보통 엿기름에 물을 넣어 삭히는 과정을 없애고 비립분쇄한 엿기름을 이용해 간편하게 만들 수 있는 식혜다. 이런 연구·개발은 어떤 과정을 통해 이루어질까.
“제품개발은 대부분 제 몫이죠. 하지만 가만히 앉아 있다고 제품 아이디어가 떠오르진 않아요. 박람회나 전시회를 찾아가 보고, 농업기술센터 전문가들과의 면담, 먹거리관련 각종 교육을 쫓아다니면서 하나하나 배우고, 아이디어를 접목시키려고 노력하죠. 쉬운 일이 아니더군요.”
이번에 배 대표가 새로 개발한 제품은 불루베리와 아로니아를 이용한 제품이다.
“요즘 블루베리와 아로니아 등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죠. 하지만 아로니아의 경우 떫은 맛 때문에 잘 못 먹는 사람들이 있어요. 이번에 스틱형으로 만든 아로니아 제품은 설탕대신 조청과 레몬 등을 넣어 맛있고 휴대가 편한 제품으로 만들었어요. 플레인요거트나 빵에 토핑해 먹으면 쉽게 영향을 챙길 수 있죠.”
과거 보습학원을 운영한 경험이 있다는 배 대표의 학구열은 타고 난 게 아닌가 싶다.

건강한 먹거리 생산, 생각보다 어려워
"땅이 살아야 뭐든 잘 산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어차피 지을 농사 유기농으로 해 보자’ 맘먹었어요. 다음 세대에 건강한 땅을 물려주고 싶거든요. 사실 수입이나 생산성을 생각한다면 관행농으로 짓는 것이 옳겠죠. 그러나 유기농은 그런 개념이 아니예요. 유기농은 단순히 바른 먹거리 제공을 떠나 건강한 땅을 후손들에게 물려주기 위한 작업이니까요."
인터뷰 내내 '남다를 것 없다'고 겸손의 손사래를 치던 배 대표의 표정이 땅에 대해 이야기 할 때는 사뭇 진지하게 변했다. 그 만큼 ‘땅’에 대한 그녀의 철학이 확고하다는 것이리라.  
“소비자들은 좋은 원료가 들어가도 싼 것만 찾아요. 하지만 실제로 좋은 원료를 사용해 만든 제품을 싸게 공급할 수 있는 방법은 없죠. 유기농 농사를 짓는 대다수 농민들의 고민이 바로 그것이에요. 그래도 앞으로는 소비자들의 의식도 개선되고 농사환경도 나아질 것이란 기대를 갖고 미래 세대를 위하는 마음으로 친환경 식품을 만드는 중이죠.”

함께 나누기 위한 사회적 기업으로서의 노력
김포농식품가공 영농조합법인은 사회적 기업으로서의 활발한 행보도 보이고 있었다. 그 하나가 농촌 여성과 소외계층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일이고, 또 다른 하나는 법인의 수익금 중 일부를 사회에 환원하기 위한 노력들이다. 
“올해 저희 영농조합법인에서 사회에 환원하고자 목표한 금액은 1천2백만원이예요. 사실 현재의 수익구조로는 번 돈을 시설이나 재품개발에 재투자를 하기에도 많이 부족한 부분이 있지만, 목표한 금액만큼은 꼭 지킬 계획이에요. 이것은 저희 법인이 사회적 기업으로서 지역사회와 한 약속이기 때문이죠.”
아직 변변한 이익이 창출되지 않는 상황에서 약속을 지키는 일은 결코 쉬울 수 없다. 그러나 조합원들이 가져가는 이익이 조금 부족하더라도 한번 한 약속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것이 배 대표와 조합원들의 뜻. 그런 연유로 영농조합법인에서는 이번 추석에도 어려운 이웃의 자녀들에게 전달해 달라며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에 한과 100세트를 기증한 바 있다.

아직은 진행 중인 그녀의 소신 있는 고집이 김포시민의 바른 먹거리가 되어 각 가정의 식탁에 놓일 그 날을 기대해 본다. 
윤옥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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