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재철
서울시립대 명예교수, 본지 논설위원

우리나라도 이제 65세 이상의 노인 인구가 총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7%를 넘어 앞으로 2년 후면 14%를 점해 고령사회로 접어든다. 그리고 2026년이면 이 비중이 26%로 되어 초고령사회가 될 전망이다. 고령사회로 진입하면서 우리 경제사회는 여러 가지의 어려운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 노후대비가 제대로 되지 않은 세대들에 대한 사회보장 차원의 생활보장 대책과 이를 위한 재정부담 증대와 의료비 부담 급증 등이 중요한 과제로 드러나고 있다. 특히 고령사회로 진입하면서 노인 인구가 늘어나는 것도 문제지만 수명이 계속 늘어남에 따라 의료비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것이 더 큰 문제이다. 최근 노인 인구 진료비의 추이를 보면 매년 1조 이상씩 늘고 있으며 노인 인구 진료비가 전체진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보면 2008년에 31.2%에서 지난해에는 35.5%로 총 19조 3,500억 원에 달해 고령사회진입과 더불어 폭발적으로 늘고 있음을 여실히 알 수 있다. 가뜩이나 정치권이 포퓰리즘에 빠져 서로 앞다투어 표만 추구해 복지재정지출을 늘리지 못해 안달하고 있는 마당에 노인 의료비마저 폭발적으로 늘어나니 나라 재정이 거덜 나지 않을까 심히 우려된다. 지금 한창 스페인이나 그리스와 같은 유럽국가들이 홍역을 치르고 있는 현상들이 우리에게도 닥치지 않을까 걱정된다.

 노인들에 대한 정부의 생계용 복지비 지출도 문제지만 요즘 노인들의 사적 의료비 부담이 과중해져 노인들의 생활이 피폐해져 참으로 안타깝다. 우리의 경우 국민건강 의료보험이 노인들에게 커다란 보탬이 되는 것은 말할 것이 없으나 사적 의료비 부담 과중으로 가뜩이나 쪼들리는 노인세대가 어려움을 겪는 사례를 많이 보게 된다. 물론 그동안 모아놓은 재산이 있거나 자식들의 형편이 그런대로 괜찮은 노인 가정은 덜 하겠지만 모아놓은 재산도 별로 없고 자식들의 형편도 부모를 도와줄 수 있는 형편이 못 되는 노인 가정은 사적 의료비 부담이 큰 문제이다. 노인들은 나이가 들면 들수록 여러 가지 노인질환에 시달리기 마련이고 일단 몸이 아프면 병원 치료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그런데 이들 노인질환 특히 척추와 관절과 같은 질환이 급속히 늘어감과 더불어 노인질환 전문병원이 우후죽순처럼 늘어남과 아울러 덩달아 노인들을 등치는 병원들이 많아지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또한, 병원들이 대대적인 광고를 통해 질병에 시달리는 노인들을 현혹해 터무니없는 진료비를 받아 챙기는 경우를 주위에서 심심치 않게 보게 된다. 심지어는 몇백만 원은 기본이고 몇천만 원까지 당하는 사람들도 있다. 비용을 부담하고서도 아무런 효과도 보지 못하니 억울하기 짝이 없다. 그런데 그런 비양심적인 병원일수록 광고에 열을 올려 환자들을 유혹한다. 그런데 정부는 손을 놓고 있다. 우리의 의료사회에 인술이란 단어를 떠올리는 것 자체가 지나친 기대인지도 모른다.

이래저래 노인세대의 부담은 갈수록 늘고 이들 세대로 인해 정부재정도 점점 더 어려워지니 앞으로 전개될 고령사회가 어떻게 전개될지 참으로 우려된다.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쓴 단편소설 가운데 '황혼의 반란' 이란 글이 있다. 이 글은 고령사회가 겪게 될 상황을 희화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즉 고령사회로 진입하게 됨에 따라 노인들에 대한 복지지출이 눈덩이처럼 부풀어 사회가 감당할 수 없게 되자 정부가 노인들을 산속으로 내쫓아 죽게 내버려 두려 한다는 내용이 골자이다. 우리의 옛 고려장을 연상케 한다. 노인들은 산속 동굴에서 반란을 계획하고 노인들을 배척하는 법률들을 철폐하라고 요구한다. 나아가 노인들은 우리를 박대하거나 박해하지 말고 사랑하고 존중해달라고 호소한다. 애 보기나 젊은이들이 하기 싫어하는 일은 얼마든지 할 수 있으니 선처해달라고 호소한다. 하지만 정부는 양보하지 않고 점점 더 강경해져 60세 이상의 노인에게는 노동을 금지했고 자녀들에게는 부모를 지원하지 못하게 했다. 나아가 정부는 독감 바이러스를 살포해 노인들을 죽이고 만다. 주인공은 살해되면서 자신을 죽이는 자에게 '너도 언젠가는 늙은이가 될게다' 라고 말한다. " 아무리 상상에 의한 소설이라곤 하지만 읽노라면 끔찍스런 생각이 든다. 과연 우리의 장래 고령사회는 이런 사태로까지 전개되지 말라는 보장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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