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 → 감정코드 작렬 → 긍정변화 = 행복골인

사회가 삭막해지고 웃을 일이 사라지는 요즘 새로이 부각되고 있는 직업 중에 하나가 ‘웃음치료사’라는 직업이다. 우리나라에 웃음치료사라는 직업이 생긴 것은 아직 20년이 채 안됐다고 한다. 과연 웃음치료란 무엇이고 웃음치료사들은 어떤 일을 하는 사람들일까?
걸쭉한 입담과 호탕한 웃음으로 인터뷰하는 동안 시간의 흐름을 잊게 했던 ㈜다이놀핀웃음치료센터 웃음대표 서지애 씨를 만나 그녀가 웃음치료사가 된 인생여정을 들어보았다.


행복하게 논 벌고 싶어 시작한 웃음치료사
"제가 한창 우울증에 빠져있을 때 친정엄마가 아프셨어요. 돌 볼 사람이 저 밖에 없어 우울증을 앓으면서도 엄마를 돌보게 됐죠.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거리에서 웃으며 지나가는 사람을 봤는데 문득 '저 사람은 왜 웃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면서 나는 지금 누가 제일 부러운가 생각해봤죠. 돈을 떠나 웃으며 행복하게 사는 사람이 제일 부럽더라구요. 웃고 살고 싶었어요. 더 나아가 웃으면서 돈도 벌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그녀는 웃음치료사를 하면서 행복도 찾았고 돈도 벌었다고 했다. 그녀가 강조하는 '다이놀핀'은 뭘까.
"대뇌에서 분비되는 호르몬 중 다이놀핀이란 것이 있어요. 일반적으로 기분이 좋을 때 분비되는 호르몬은 엔도르핀인데 다이놀핀은 엔도르핀보다 400배 이상 강한 신경전달물질이에요. 전 다이놀핀을 '감동호르몬'이라고 부르는데, 다이놀핀은 단순히 기분이 좋다거나 행복한 것을 넘어 감동과 감사하는 마음이 생길 때 나오는 치유호르몬이라고 할 수 있죠"

잘 나가던 강남의 학원 원장에서 우울증 환자로
"15년간 강남에서 수학학원을 운영했어요. 강남엄마들 사이에서 학원에 대한 입소문이 나면서 학원은 정말 잘 됐었죠. 학원 프렌차이즈가 우리나라에 그리 흔할 때는 아니었는데, 저에게 그 제안을 하는 사람이 있었어요. 잘 되겠다 싶어 겁도 없이 선뜻 일을 시작했는데, 너무 크게 벌린 탓도 있지만 생각과는 달리 사업이 그리 잘 되지 않았죠. 결국 얼마 못가 사업은 쫄딱 망했어요. 오랜 시간 열정을 다 했던 만큼 타격이 컸죠. 돈도 잃고, 사람도 잃고 나니 심한 우울증이 와서 건강까지 잃어버리고 말았어요. 우울증이 심할 때는 죽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었으니까요."
활기가 넘치고 웃음이 떠나지 않는 서지애 씨를 보며 정말 그녀에게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그 즈음 엄마가 아프셨는데 텔레비전에서 웃음치료사라는 직업을 알게 됐어요. 이거다 싶어 2004년부터 웃음치료사 공부를 시작했어요."  


두 번째 전성기를 맞은 웃음치료사, '재미' 없더라
"웃음치료사가 되고나서 2년 가까이는 절 가르쳐 준 선생님을 쫓아다니며 스텝역할을 했어요. 누가 시킨 것도 아니었는데 열심히 따라다니며 웃음치료 기법들을 익혔죠. 그런 절 예쁘게 보신 선생님이 강의 자리 하나를 소개시켜주었는데 제가 전직 학원 강사였던 터라 제법 괜찮게 강의를 진행할 수 있었죠. 어느새 저는 방송도 타고 전국을 누비는 유명한 웃음치료 강사가 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서지애 씨는 그 잘 나가는 강의를 미련 없이 접었다.
"돈은 잘 벌었는데 재미가 없었어요. 제가 처음 웃음치료사를 선택했던 것은 즐겁고 행복하게 살면서 돈도 벌면 좋겠다 했던 것인데, 학원을 운영하던 때처럼 돈만 쫓아 열심히 일만하고 있지 뭐예요. 초심으로 돌아가 웃음으로 누군가를 치유하는 일을 하기 위해 어느 병원의 암병동 웃음치료센터 모집공고를 보고 취직을 했죠."

몸은 힘들어도 마음만은 행복했던 시간들
"처음엔 암환자들을 위한 웃음치료센터로 시작했는데 차츰 우울증환자, 청소년들, 알콜중독자, 정신질환자, 노인들 등 다양한 사람들을 상대로 웃음치료를 하게 됐어요. 그리고 의외로 그런 분들은 병원에 오래 혹은 자주 있게 돼요. 전과 같은 매뉴얼로는 치유가 불가능했죠. 같은 수업을 반복하면 사람들은 재미없어 하거든요. 늘 새로운 매뉴얼을 가지고 그들과 함께 노래하고, 춤추고, 웃고, 울며 보낸 하루하루는 12시간 넘게 근무하면서도 즐겁고 행복한 시간들이었어요."
그녀는 잠을 자다 말고도 어떤 웃음치료 방법이 떠오르면 습관처럼 메모를 한다고 했다. 그러기 위해서 늘 작은 전등하나를 켜 놓고 그 옆에 메모지를 두고 잔다고. 4년이 넘게 병원에서 근무하는 동안 그녀에게는 수 백 가지가 넘는 웃음치료 매뉴얼들이 재산으로 남았다고 했다.
"저는 몸과 마음이 아픈 사람들에게 다이놀핀이라는 감동코드가 들어가면 긍정적 변화가 온다고 믿어요. 실제로 웃음치료를 통해 아토피가 사라져가는 어린이도 보았고, 우울증과 당뇨를 알던 어르신이 웃음치료 1년만에 당뇨병 약을 끊는 모습도 옆에서 지켜보았죠. 그들의 치유를 도우면서 저 역시 행복했고요. 분명히 사회적으로 긍정적인 파장이었어요." 

세 번째 도약, 사회적 기업에 대한 소망
"웃음은 치료하는 의학이라기보다, 예방의학이고 행동인지치료예요. 즐겁게 사는 일은 매사에 좋은 치유와 예방이 되죠. 요즘과 같은 세상에 반드시 필요한 분야라고 확신합니다."
웃음대표 서지애 씨다운 말이다. 웃고 살 수 있는 세상이 오는 것을 싫다 할 사람이 있을까.
"제 꿈은 혼자만의 힘으로는 이룰 수 없는 꿈입니다. 여러 사람이 사명감을 갖고 더불어 행복하고 웃을 수 있는 기회를 가졌으면 좋겠어요. 제가 웃음치료센터를 연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그녀는 얼마 전 병원을 그만두고 세 번째 도약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녀가 이제부터 이루고 싶은 꿈은 무엇일까.
"많은 사람들이 웃음치료에 관심을 갖고 함께 해 주었으면 해요. 사람들을 치유하고 사회를 변화시키는 일에 열정과 관심을 갖고 함께 하고자 하는 분들을 많이 양성하는 것이 이제부터의 제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웃음치료센터 대표인 서지애 씨가 자신의 월급으로 정해놓은 금액은 '열정 페이' 100만원이 전부. 서 대표는 그 돈이면 먹고 사는 일에 충분하다고 말한다. 지금도 함께하는 웃음치료 강사들에게 그녀의 모든 웃음치료 매뉴얼들을 공개하고 있는 서 대표의 세 번째 도약이 성공하길 바란다. 

윤옥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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