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봉의료재단 뉴고려병원·영등포병원 회장

“병원은 복지와 봉사 영역이라고 생각해야”

유태전 회장(76세)을 만났다. 인봉의료재단 이사장으로 김포 뉴고려병원과 영등포병원 설립자이다. 지금도 영등포병원에 머물면서 두 병원의 주요 정책을 결정한다.
그는 1967년에 해군 여단본부 의무중대 소속으로 1970년 2월까지 김포에서 군의관 시절을 보내며 김포와 인연을 맺었다. 병원이 없어 진료와 수술을 제대로 못하던 시절이다. 밤에는 지역 주민들의 진료와 수술을 무료로 맡아 했다. 지금의 통진중학교 자리가 군 의무중대 자리다. 군 제대 이후 철도병원과 고대, 연대 의대 외래교수와 국립서울병원 원장직무대행을 거치면서 지금의 영등포병원을 개원했다.
김포주민들은 군의관 시절의 친절한 유태전 군의관을 잊지 못하고, 영등포병원을 개원하자 너나 할 것 없이 그를 찾았다. 이 같은 인연은 고려병원과 뉴고려병원을 설립하게 만들었다.
유 회장은 솔직하고 거침이 없다. 인터뷰를 시작하자마자 메르스 관련 얘기로 보따리를 풀었다. “메르스를 자칫 잘못 다루면 병원이 위기가 올 정도로 메르스 영향이 크다. 평택의 모 병원은 메르스 환자가 발생해 유명세(?)를 타면서 경영에 큰 타격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영등포병원은 구청 보건소에서 보낸 환자들을 모두 전신 보호 장비를 착용하고 진료를  소화했다.
유 회장은 메르스 확산에 따른 문제의 원인은 우리나라 보건정책의 잘못이라고 질타했다. “보건복지부 내에 감염을 전문으로 하는 의사출신이 국장 가운데 한명도 없다. 대부분이 세종시 질병본부 소속으로 돼 있고, 두 명이 복지부 내에 있는데 한 명은 그나마 제네바에 파견 나가 있다”고 말했다. 질병본부장 조차도 비의사출신이 낙하산으로 임명된다. 전문가는 소외되고 행정 관료출신들이 정책과 행정을 장악하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라는 것.
유 회장은 “메르스의 진원지인 서울삼성병원의 정보를 초기부터 밝히지 않은 것은 감염차단 실패의 가장 큰 문제점이다. 왜 밝히지 않았는지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서울삼성병원도 국민들을 실망시키며 감염을 잡지 못한 이유는 다른 곳에 있다고 지적했다. “삼성병원장이 감염학회 회장이고 최고의 권위자이면서도 초기대응에 실패한 것은 그 곳 역시 내부적인 문제가 있어서이다. 의사출신이 아닌 삼성그룹의 비전문가가 병원경영을 간섭하면서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감염전문가가 전문성을 발휘하지 못하거나 정책적 결정을 전문가가 아닌 일반 경영자가 진단하고 결정하면서 발생하는 삼성병원과 보건정책의 공통적인 문제점을 지적한 것이다.
"미국 같은 곳은 감염에 가장 강력하게 대처하고 있다. 군인을 풀어서 격리시키고 대처한다. 그렇지 않으면 일파만파 확산돼 국민 건강을 해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우리나라 메르스 대처 실패로 받은 국민적 손실이 얼마나 큰 가" 따끔하다. 대안으로 공공의료기관인 서울대병원과 국립, 시립병원같은 기관이 자기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고 밝혔다. 일본의 경우, 이들 기관은 전염병과 암, 결핵과 같은 질환 중 심으로 취급한다. 한국처럼 환자를 유치해 돈벌기에 급급한 일반 병원화 되지 않아 국가 재난 시 대응력이 구비돼 있다는 것. 한국처럼 일반병원화된 상황에서는 감염자를 국가공공의료기관 조차 받으려 하지 않는 문제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김포와 인연을 거슬러 살폈다. “제가 김포 최초 무의촌 의사였어요. 주민들이 질병에 노출돼 있어도 치료할 병원이 한 곳도 없었고 한지(동네) 한의사가 한 명 있었던 시절이었다”고 밝혔다. 낮에는 군의관으로 진료하고 저녁에는 주민들을 중대장 신분으로 진료했다. 수많은 주민들이 찾았다. 병원이나 의사가 없는 시절에는 지역주민들은 질병에 문외했다. 병에 노출돼도 몸으로 대충 견디다 병을 키워 죽는 경우가 허다했다. 그런 시절 유태전 군의관이 부임해 저녁에는 주민속으로 들어와 진료를 했으니 주민들이 갖는 그에 대한 신뢰와 고마움이 어느 정도였을지 가늠된다. 군의관 제대 후에도 1년에 3-4회씩 무의촌 봉사활동을 김포에서 이어갔다. 진료비 대신 주민들이 내어준 김포농주를 마시다 ‘앉은뱅이 경험’도 많았다고 회고했다.
이처럼 지역과 함께한 경험은 유 회장이 고대의대 졸업과 연대세브란스 수련의 과정을 거쳐 철도병원 신경외과 과장과 연대, 고대 외래교수 시절에 김포주민들은 그를 찾아 이동했다.
"많은 김포주민들이 저를 찾아왔다. 저는 고향 사람 만나는 기분이었다. 지금도 술친구처럼 지내는 몇 분은 형제 이상으로 친하다. 영등포에 오는 날은 밤새워 술을 마시며 이야기꽃을 피우며 우애를 다진다"고 말했다. 이렇게 그에게 김포는 제2의 고향이 됐다.
뉴고려병원의 비전에 대해서는 “김포에 고려병원을 개원했다. 신도시에 편입돼 뉴고려병원을 재 개원했고 지금은 뇌혈관센터를 비롯해 많은 시설을 구비해 가동 중”이라며 “병원은 복지의 일환이고 봉사정신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역과 결합이 부족하다는 평가에 대해서는 “억지 PR을 할 필요는 없지만 주민들을 위해 봉사하는 것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의료기관이 20%를 무료진료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 노인병원을 신축하기 위해 부지를 물색하고 있다. 가족들이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성남의 보봐스 노인병원과 같은 병원을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뉴고려병원은 500평을 증축해 소아과와 산부인과를 확장할 계획이다.
“병원 경영원리로 보면 소아과 환자는 손해다. 지금 뉴고려병원 소아과 병실에는 환자 한명 당 보호자 침대 하나를 더 제공하고 있다. 남는 게 있겠나? 봉사하는 거다.”                                      
김동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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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태전 회장 '신발꺾기' 일화

유 회장은 신발을 꺾어 신기로 유명하다. 주변에서 한 번도 신발을 정상적으로 신는 걸 본 사람이 없다. 대한병원협회장 시절 김대중 대통령으로부터 무궁훈장을 받으러 청와대를 갈 때도 그가 신발을 정상적으로 신을 것인지가 지인들 사이에서는 내깃거리였다. 그러나 그는 훈장수여식장에서도 신발을 꺾어 신었다. 유 회장의 '신발꺾기'는 50여년의 역사(?)를 지니고 있다. 그 버릇은 발이 커 군화가 맞는 게 없어 신발을 정상적으로 신지 못하면서 시작됐다. 그래서  외국에 나갈 때는 신발부터 사재는 습관이 생길 정도다. 최근에는 여 조카가 결혼을 앞두고 사윗감과 인사차 방문했을 때 유 회장이 신발을 꺾어 신는 걸 보고 신발값을 두둑이 주며 꼭 신발을 꺾어 신지 말고 식장에 올 것을 당부해, 조카가 무서워 정상착용하고 입장했다. 물론 그 순간 뿐이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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