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회관 건물 3층에 가면 '김포소비자시민모임'이라는 간판이 붙은 작은 사무실 하나가 있다.
시민회관을 방문할 때마다 늘 닫혀있던 그 사무실이 궁금했다. 과연 소비자시민모임이라는 단체는 어떤 곳이고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는 곳일까. 기자도 소비자 중 한 사람이라는 것에 용기를 내 소비자시민모임의 문을 열었다. 상담부스 몇 개 있지 않을까라는 기자의 예상과는 달리 한 무리의 학생들이 사무실에 모여 열심히 교육을 받고 있었다. 열기마저 감돌고 있는 소시모에서 단체를 이끌고 있는 손정숙 대표를 만나 소시모의 소개와 대표로서의 그녀의 소신을 들어봤다.

"소비자시민모임이 문을 연 지도 10년이 다 되어 갑니다. 2006년 첫 문을 열었죠. 소시모에서 어떤 일을 하느냐고 물어보시는데, 하는 일이 하도 많아 일일이 열거하기가 힘듭니다."
소비자모임이 어떤 일을 하는 단체인지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손정숙 대표는 당황하는 모습이었다. 아니 당황이 아니라 황당이라고 해야 맞을 터. 함께 일하고 있는 직원 한 분이 내미는 종이에는 수십 가지의 소시모 활동들이 빽빽하게 적혀있었다.
"그래도 대표적인 몇 가지를 말씀드린다면 소비자상담, 안전한 먹거리 감시활동, 소비자교육, 물가조사, 각종 연구활동 등입니다."
사무실 한쪽에서는 한 상담가가 열심히 소비자상담을 하고 있었다. 소비자상담전화인 1732번은 가까운 지역으로 연결된다. 김포소시모에서는 월평균 500~600건의 상담 전화를 받는다고 했다.
"소비자가 일상에서 격는 모든 상황에 대해 상담이 이루어지죠. 상품의 교환·환불과 계약해지에 대한 상담이 가장 많은데, 요즘은 휴대폰, 건강식품, 통신결합상품, 전자상거래, 홈쇼핑 관련 상담이 가장 많아요."
소시모에는 전문 법률자문단이 있어 좀 더 체계적인 상담과 해결방안을 제시해 준다. 요즘 한창 이슈가 되고 있는 가짜 백수오와 관련되어 애가 타는 소비자가 있다면 소시자상담전화 1732번으로 전화해 보는 것도 바람직한 방법 중 하나이리라. 

자발적 비영리모임, 정치적 중립이 가장 중요
"소비자시민모임은 각종 소비자 문제를 연구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모인 비영리적, 비정치적 소비자운동 전문민간단체예요. 김포소시모에는 현재 약 300여명의 회원들이 있지요."
생각보다 적은 숫자에 놀랐다. 35만을 바라보는 김포시민들 중 겨우 300여명만이 회원인 까닭이 무엇일까.
"소비자단체 모임은 비정치적 단체여야 합니다. 그래서 정치인이나 기업인들로부터 후원금을 받지 않습니다."
단체를 이끌어가면서 후원금을 받지 않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활발한 활동을 위해서나 조직의 규모 확대를 위해서라도 지역 내 리더들의 도움이 꼭 필요할 듯한데, 손 대표의 생각이 무엇인지 궁금했다. 지금까지와는 달리 대답하는 손 대표의 표정이 달라졌다.
"저희단체는 각종 상담이나 교육과 더불어 캠페인 활동도 하고 있습니다. 안전지킴이 활동이나 관내에서 생산되는 품질 좋은 제품에 대한 소비 촉진 활동도 그 중 하나죠. 만약 관내 기업인들의 후원을 받는다면 저희의 공정성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고, 기업에 휘둘릴 수도 있기 때문에 어렵지만 후원금을 받지 않는 겁니다. 단체나 정치인도 마찬가지 이유죠."
오며가며 볼 수 있는 인상 좋은 가정주부의 모습은 사라지고 한 단체를 이끌어 가는 대표로서의 당찬 소신과 고집이 손 대표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묻어 나왔다.

현명한 소비자는 권리와 의무를 제대로 알아야
"대형업체에서 소비자들의 불만이 불거지는 것을 두려워한 탓에 소비자의 요구를 너무 쉽게 들어주고 있습니다."
똑똑한 소비에 대한 질문에 대해 손정숙 대표의 뜬금없는 말이었다.
"소비자는 왕이라고 하죠. 하지만 소비자라고 해서 무한대의 권력을 쥔 것은 아닙니다. 제대로 알고 소비해야 하는 이유죠. 기업들이 도덕적 생산을 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고요."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손 대표의 설명이 이어졌다.
"소비자도 소비자의 책임을 인정해야 합니다. 가끔 기준에 따라 상담을 해 주다 보면 왜 기업 편을 드느냐고 떼쓰는 소비자가 있습니다. 그것은 잘못된 행태죠. 소비자도 제대로 된 소비자의 권리와 의무를 알고 소비해야 합니다."
손 대표는 대형업체들이 너무 쉽게 소비자의 불만을 들어주기 시작하면서부터 소위 말하는 '나쁜 소비자'들이 양산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소비자모임 대표이면서도 바른 소비를 위한 손 대표의 소신은 확고했다.

 

 

 

 

 

 

평범한 주부에서 소신 있는 소시모 대표로 거듭나
"전 그냥 가정주부였어요. 우연한 기회에 소비자정보센터 모니터링단 활동을 하게 되면서 소비자의 권리와 보호에 대해 알게 됐죠."
손 대표는 처음부터 전문적 교육을 받은 사회 운동가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모니터링단 활동을 하면서 미처 몰랐던 소비자 문제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그러던 중 환경시민교사로 분리수거방법을 교육하기 위해 어느 초등학교에 간 적이 있는데 아이들에게 어떻게 분리수거를 해야 하는지, 왜 분리수거를 해야 하는지에 대해 알려주면서 이 일이 참 재미있고 보람 있다고 느껴졌습니다."
변변하게 월급을 받는 것도 아니고, 누가 알아주는 일도 아니지만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사명감을 느낀다고 말하는 손 대표는 더 이상 평범한 가정주부가 아니었다.
"처음 소시모의 대표를 맡았을 때는 그저 사무실 문만 닫지 않게 해야겠다는 생각이 전부였어요. 하지만 지금은 김포소시모를 활성화시키는 일에 최선을 다 하고 싶어요. 소비는 단순히 물건을 사는 일뿐 아니라 전기나 물 같은 에너지도 소비생활이고, 소비의 재소비도 소비입니다. 소시모가 환경문제에 관심을 갖고 벼룩시장 같은 경제순환 활동도 하는 이유입니다."
기자도 주부다. 조만간 김포소시모에 회원으로 가입해야겠다.                                                                    
윤옥여 기자

저작권자 © 김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