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를 축구의 명문으로 만들고 싶어


기술이 좋고 운동을 잘 한다고 해도 인성이 뒷받침 돼야
돈 없어 운동 포기하는 학생 없도록 시민들의 후원 필요

불세출의 축구선수 이회택을 낳은 김포. 그러나 이회택 후 김포는 축구의 불모지였다. 유일하게 축구팀이 있는 곳은 통진증고등학교 뿐. 이회택축구교실 등 초등학생을 위한 클럽은 몇 개 있지만 축구를 하고 싶은 어린 학생들이 재능을 꽃 피우기에는 열악한 것이 사실이었다. 이러한 김포에 선수로서 지도자로서 큰 자취를 남긴 우리나라 축구계의 스타가 둥지를 틀고 어린 학생들을 위한 클럽을 운영하고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바로 그가 KKK축구클럽 즉 곽경근축구클럽을 개설하고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곽경근 전 국가대표 선수이자 프로팀 감독이다. 곽경근 총감독을 만나보았다.

양곡읍내에서 통진으로 향하는 큰 길 옆. 농어촌공사 오나산양수장 뒤에 곽경근축구클럽이라는 큰 간판을 머리에 이고 있는 3층 벽돌건물이 보인다. 건물 안으로 들어서니 시간에 쫓긴 듯 이부자리와 옷가지를 팽개친 채 어수선한 방들이 늘어서 있다. 한쪽 주방에선 아주머니 한 분이 음식냄새를 풍기며 식사준비에 한창이다. 선수시절 늘씬한 몸은 간 데 없고 배가 나오고 머리도 조금 벗겨지려는 아저씨 한 명이 기자를 맞는다.

-어떻게 김포에 오게 됐나
“부천FC의 감독을 하던 중 불미스런 일을 겪고 사람들에 회의를 느끼던 중 분진중학교의 제의를 받고 김포에 오게 됐습니다. 마침 김포는 어머님의 고향이기도 해서 낯선 동네는 아니었어요.”

부천에서 나고자란 곽 감독. 화려했던 선수시절을 마감하고 고향을 연고지로 하는 프로팀의 감독으로 금의환향했다. 하지만 좋은 일 뒤엔 나쁜 일이 온다고 했던가. 프로팀 감독이자 축구 꿈나무들의 대부로 승승장구하던 곽 감독에게 시련이 찾아왔다. 부천 감독으로 선임된 지 딱 1년이 지난 2013년 12월. 곽경근 감독은 몇몇 사람들의 의혹 제기로 순식간에 선수 선발 비리를 저지른 파렴치한 지도자가 됐다. 부천FC 구단 측은 곽 감독에게 감독 직무정지를 통보했다. 그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었다. 곽 감독은 구단을 상대로 감독 해임 및 감독 계약 해지 무효 소송을 걸었다.

“차라리 성적 부진으로 잘렸다면 받아들였을 겁니다. 하지만 이건 아니죠. 정말 억울했습니다.”
1년 간의 재판 끝에 승소한 곽 감독. 그러나 곽 감독은 ‘쿨’하게 구단의 사과만을 받은 채 정든 잔디밭을 떠났다.

김포에 축구클럽 창단

월곶면에 있는 분진중학교의 제의로 김포에 둥지를 틀게 된 곽경근 감독. 축구를 하고 싶어하는 학생들을 모아 새로운 출발을 한다.

“지난해 12월 12일 분진중학교 학생 11명을 모아 창단했습니다. 이전 부천에서 가르치던 고등부 학생들도 이곳으로 데려왔습니다. 예전에 여의도고등학교 감독도 했었고 꾸준히 부천에서 클럽을 운영했던 터라 어린 학생들과 부대끼는 게 보람 있고 아주 좋습니다. 이 아이들을 훌륭히 키워 김포를 축구의 명문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양촌읍 오니산리에 보금자리를 튼 곽 감독. 숙소와 학교, 운동장을 학생들과 함께 돌며 하루하루를 정신없이 보낸다.

-학생들을 가르칠 때 특히 강조하는 것이 있다면
“한창 사춘기인 애들이라 합숙하며 운동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죠. 하지만 운동하는 애들은 심성이 밖에서 보는 것과는 달리 무척 착합니다. 저는 애들에게 무엇보다도 인성을 갖추도록 가르치고 있습니다. 아무리 기술이 좋고 운동을 잘 한다고 해도 인성이 뒷받침 되지 않으면 뻗어나갈 수 없다는 걸 제가 경험으로 체득했거든요.”

-예전 곽 감독이 운동할 때처럼 체벌도 하지 않고 가르치려면 힘들 텐데
“뛰기 싫어하거나 하는 애들이 있죠. 그러면 운동장을 뛰는 것으로 기합을 줍니다. 운동효과도 있고요. 애들에게 제가 선수시절 뛰던 모습을 비디오로 보여준다거나 하면 아이들이 ‘오~’ 하면서 존경의 눈으로 쳐다보고 말도 잘 듣더라고요. 근데 제 아이들은 축구를 안해서 그런지 제 말을 잘 듣습니다. 하하”
운동 하나만 잘 하면 부와 명예를 얻을 수 있는 요즘. 아이들이 부모님 말은 잘 안들어도 자신들이 하는 축구를 잘 하는 곽 감독은 하느님처럼 보일 것이다.

-곽경근축구클럽만의 특징이 있다면
“저는 아이들에게 창의력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골을 넣기 위해서는 이런 방법도 있고 저런 방법도 있는데 예전에는 감독이 이렇게 해야 한다고 주입을 시켰어요. 그런데 저는 생각하며 창의적으로 머리를 쓰라고 주문합니다. 하고싶은 대로 하라고 풀어주지요. 시행착오 겪으면서 아이들이 자라게 됩니다.

-선수로 성공하기에는 경쟁이 치열할 텐데 학생들에게 조언한다면
“한 해 고등학교에서 배출되는 축구선수가 2천명가량 됩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프로에 가는 선수는 100명 남짓이고요. 프로선수가 되어야 그나마 성공했다 할 수 있는데 만만한 게 아니죠. 하지만 지금은 꼭 운동선수로 성공하지 못해도 심판이나 행정가, 에이전트 등 진로가 다양해졌어요. 그래서 공부도 열심히 하도록 주문하지요.”

돈 없어 운동 포기하는 일 없었으면

100m를 11초에 뛰는 스피드를 이용한 돌파와 결정력 높은 헤딩슛으로 한 세대를 풍미했던 곽 감독. 하지만 연이은 무릎 부상과 오랜 기간 헤딩에 따른 뇌진탕 덕에 얻은 시력 저하로 선수생활을 접어야 했던 곽 감독. 곽 감독에게 아쉬운 점을 물었다.

“좀 더 오랜 기간 선수로 뛰고 싶었는데 무릎 부상으로 스피도도 떨어지고 뇌진탕이 쌓여 헤딩 한번 하면 잠시동안 눈앞이 캄캄해 지는 등 어쩔 수 없어 은퇴하게 됐습니다. 하지만 올림픽 국가대표도 하고 월드컵에도 나가는 등 선수생활 동안 사랑도 많이 받아 후회는 없습니다. 다시 태어나도 축구를 하고 싶습니다.”

-지도자로서 어려운 점이 있다면
“지도자가 되어 보니 재능이 있어도 돈 때문에 운동을 접어야 하는 애들이 있어 안타까웠습니다. 이런 애들이 없게 하는 게 바람입니다. 형편이 닿는 대로 어려운 학생들에게는 회비도 반 깎아주고, 정말 어려운 애들은 무료로 운동하게 해 줍니다. 제가 김포에 와서 보니 시장님과 국회의원님 두 분 모두 저하고 부평고등학교 동문이라 기대도 많이 합니다. 마음껏 운동할 수 있게 김포시가 도와주셨으면 합니다.”


김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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