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왕룡 김포시의회 의원

 

“왜 한국사람들은 독도에 발을 딛고 싶어할까?”
높은 파도로 인해 독도에 발을 들여놓지 못하고 섬 주위를 빙빙돌다 울릉도로 귀환하는 뱃머리에서 스친 질문이다. 어떤 분들은 이번 포함 5번이나 왔는데 한 번도 독도땅을 밟지 못했다며 속상해 한다. 배를 대는 시늉만 하다가 성의없이 접안을 포기한 해운회사 측에 환불을 요구하자며 성토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4월 28일 울릉도 사동항을 출발하여 독도로 향하는 김포시의원 일행들의 표정엔 저마다 설레임과 긴장감이 묻어났다. 어제 출발했던 일행이 그냥 돌아왔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설마 오늘까지 그러진 않겠지?”라는 우려섞인 기대감으로 대화를 주고받는 모습이 눈에 띤다. 유영근 의장의 손에는 아베 망언을 규탄하는 김포시의회 성명서가 쥐어져 있다. 독도에 상륙하면 현수막을 펼쳐들고 시의원들과 함께 낭독할 예정이다. 그 목소리가 동해를 건너 일본 본토에까지 울려 퍼지길 기대하는 모습이다. 젊은이들 일행, 신혼부부로 보이는 커플, 효도관광 온 듯한 어르신들 일행, 아이에게 무언가 열심히 설명하고 있는 엄마 아빠의 모습 등 객실은 활기로 넘쳐난다.


강릉에서 울릉도행 배를 탔을 때는 멀어져가는 육지를 한참이나 쳐다봤다. 그런데 울릉도에서 독도를 향할 때는 뒤돌아 본 기억이 안 난다. 울릉도나 독도나 한 몸이라 여겼던 것일까? 아니면 독도를 빨리 보고 싶어하는 열망이 강했던 탓일까? 독도는 그렇게 자석처럼 사람들을 끌어당겼다. 두 시간쯤 남동방향으로 달렸을 때 갈매기가 보였다. 그리고 객실 반대편 쪽으로 사람이 몰린다. 너도나도 셔터를 눌러댄다. 거기 독도가 있었다. 배가 선회하자 나의 시야에도 독도가 한손에 잡힐 듯 위용을 드러낸다. 짙은 황갈색 섬 두 개가 동서로 나뉘어 동해 수호신이라도 되는 양 바다 한가운데 버티고 서있다. 접안을 시도하겠다는 안내방송이 나오자 모두들 설레이는 표정들이다. 창밖 부둣가에 독도 경비대원들이 일렬로 서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선내에는 '독도는 우리땅'과 '홀로 아리랑'이 반복적으로 울려퍼졌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배는 단 한차례 부둣가에 다가서는 듯하더니 후퇴하고 '상륙불가' 안내방송이 나온다. 여기저기서 탄식소리가 그치지 않는다. 경비대원들도 아쉬운 듯 손을 흔들고 철수한다. 이내 독도를 탑돌이 하듯 천천히 배는 선회하고 승객들은 섬을 배경으로 사진찍기에 여념없다. 시의원들 일행도 배 위에서 현수막을 펼쳐들었다. 유영근 의장이 일본을 규탄하는 성명서를 낭독하고 기념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다시 울릉도로 뱃머리는 돌려지고 돌아오는 발걸음에 힘이 빠진 모습들이다. 독도를 보았다는 설레임보다 발을 내딛지 못한 허탈감의 크기가 더욱 큰 것 같았다.


우리에게 독도는 어떤 의미일까? 도대체 어떤 곳이기에 발을 내딛지 못한 여정에 많은 이들이 허탈해할까? 왜 수많은 사람들이 기독교의 예루살렘이나 이슬람교의 메카처럼 성지순례하듯 한 번은 꼭 땅을 밟아봐야 할 장소로 우리에게 다가오는 것일까?

‘독도는 역사입니다.’
이러한 질문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상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독도 연설문이다. 국권피탈 전에 을사늑약이 있었고 을사늑약 이전에 러일 전쟁과 거의 동시에 독도강탈이 있었다. '독도는 역사다'라는 말에는 일본 제국주의의 침략적 본질을 드러내는 리트머스 시험지라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고 본다. 더불어 이 말에는 민족자존과 주권수호의 상징체라는 의미도 포함되어 있다. 한민족의 가슴을 울렁이게 만드는 장소로는 백두산과 천지가 으뜸이다. 가슴속 저미는 아픔으로 다가오는 것은 분단의 아픔과 휴전선일 것이다. 독도는 백두산이나 휴전선과는 또 다른 아픔과 결기를 느끼게 한다. 웅장한 동해를 품고 있는 한편 여전히 현재 진행형인 일본 제국주의 야욕과 첨예하게 부딪히는 곳이 독도다. 그 지정학적 위치 속에서 한민족의 영욕을 고스란히 품어 안은 채 동해대장군의 철주갑옷을 입고 외로이 서있다.


지금 독도는 글자 그대로 외로운 홀로 섬이다. 국제적으로는 많은 사람들이 '일본해' 한복판에 떠있는 섬으로 알고 있다. 일본은 '다케시마의 날'을 선포하고 교과서에까지 적시하며 자기네 땅이라 우기고 있다. 우리가 발을 수만번 독도에 내딛은들 감상적 대상으로만 바라본다면 그게 무슨 의미랴 싶다. 친일청산은커녕 남과 북이 갈라져 있고 일제를 미화하는 식민지 근대화론이 공공연히 역사교과서에 실리는 상황이다. 독도로 상징되는 우리네 근현대사의 아픈 교훈을 망각하는 한 독도는 여전히 우리에게 멀고 먼 홀로 섬일 뿐이다.


파도와 날씨가 우리를 거부한 게 아니다. 접안시설 탓이 아니다. 독도는 우리에게 지금도 끊임없이 말하고 있다. 독도의 아픈 역사를 망각한 채 유람하러 오는 손길이라면 오지 말라고.
독도의 길은 역사의 길이다. 독도로 향하는 길은 대한민국의 과거를 묻고 미래를 향하는 길이다. 그래서 나는 지금 종이위에 '독도라 쓰고 대한민국이라 읽는다'.  독도는 역사다.

김포시의회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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