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강 권이혁 전 장관 에세이 10집

김포 하성출신 92세 저자 10년째 매년 출판
녹슬지 않은 필력과 박식함, 인생교훈 가득
상선약수…유머와 추억 되새기며 청춘 역설

 


- 김포 하성 출생(1923년)
- 서울대 의대 졸, 서울대 총장
- 문교부 장관, 보사부 장관, 환경부 장관
- 학교법인 성균관대학 이사장
-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회장
- 전문서작 등 37권 저(공저 포함)
저자는 '구순(九旬)'하고도 2년이 지났다. 이 책은 갑오년 아흔한 살에 썼다. 저자는 성균관 대학교 이사장 시절부터 10년 동안 1년에 한 권씩 에세이집을 내겠다고 자신과 약속했다. 10년째 되는 에세이집이 이번에 펴 낸 ‘유머가 많은 인생을 살자’이다.


14장으로 구성된 책은 104개의 글이 수록돼 있다. 90세까지는 ‘여유 작작’으로 90세 이후는 ‘유유자적’의 삶을 살겠다고 했다. 인생의 내리막길을 90세 이후에서야 인정한다. 580쪽에 달하는 책에는 2014년의 시대적 현상에 대한 분석과 단상을 실었다. 박근혜 대통령의 외교와 리더십, 프란치스코 교황의 내한방문, 남북관계에 대한 단상이 5장까지 이어진다. 매 글마다 구순을 살면서 개인적으로 쌓인 인연의 회상이 묻어난다. 그리고 국가와 지도자에 대한 걱정과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추억으로만 글을 쓰지 않으려는, 노익장으로만 평가받지 않고 현실을 직시하고, 꿋꿋한 인생선배이자 사회선배로서의 역할자임을 은연중에 보여준다. 그는 아직도 청년이다. 정신이 늙지 않았기 때문이다. 2014년 한 해 동안의 국내 중요한 일과 현안문제에 대해 자신있게 다룬 글에는 저자만의 절제된 지식과 경험과 교훈이 가득하다.

동양의 교훈으로 노자와 장자의 가치를 역설하고 있고, 영국의 식민지에서 독립운동을 펼친 인도의 간디의 비폭력 사상과 평화사상, 차별에 대한 저항 정신을 기리며 간디 동상을 영국의회 앞에 세우는 영국의 모습을 통해 인도에 대한 영국의 역사적 사과를 높이 평가했다.  반면, 일본의 식민지 지배 하에서 교육을 받은 필자는 간디를 대하는 영국과 달리 일본의 아베 총리가 필요에 따라 일본 침략 전쟁을 대하는 이중성의 문제를 지적하고 나섰다. 전후 50주년을 맞아 일본의 침략 전쟁을 인정하고 사과한 ‘무라야마 담화’의 양심의 가치를 촉구하는 필자의 ‘젊은 양심’이 돋보인다.

저자 권이혁 전 장관은 인생 슬로건을 세우는데 참조할 세 가지 교훈을 제시하고 있다. 첫째가 노자의 명언이다. 첫째로 노자의 ‘상선약수(上善若水)’를 꼽았다. 물처럼 이롭고 자유롭게, 낮은 곳으로 흐르는 겸손함을 배우자는 취지이다. 두 번째 추천 명언은 영국의 시인 윌리엄 헨리의 시 ‘인빅터스(Invictus)’라는 시다.
나를 감싸고 있는 밤은
온통 칠흑 같은 암흑
억누를수 없는 내영혼에
신들이 무슨 일을 벌일지라도 감사한다
나는 내 영혼의 주인이고
내 영혼의 선장이다.


자기 자신에 대한 불굴의 정신을 닦는 데 필요한 명언이다. 세 번째는 사무엘 울만의 시 ‘청춘(Youth)'을 명언으로 소개하고 있다. 이 시인은 남북 전쟁 때 청각과 다리를 잃은 시인이 72세에 쓴 시이다.


청춘이란 인생의 어느 기간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 마음의 가짐을 말하는 것이다. 장미 빛 뺨, 앵두 같은 입술, 하늘거리는 자태가 아니라 강인한 의지, 풍부한 상상력, 불타는 열정이 문제인 것이다. 청춘을 신체의 현상이 아닌, 정신의 가짐으로 파악하며 열정을 태우는 저자의 정신의 원동력을 엿볼 수 있다. 저자는 우리 현대사에서도 드물 정도로 많은 경력의 소유자이다. 서울대 교수와 병원장, 총장, 문교부 장관과 보사부 장관, 환경부 장관을 역임했다. 아흔둘이 되기까지 매년 500쪽이 넘는 책을 펴내기까지 저자의 삶이 떠오른다. 굵직한 사회의 사건에서부터, 작은 신문의 글귀 하나로 시작되는 단초에까지 의미와 역사성을 담아서 추려내고 정제하며 개인사의 경험으로 재접목하는 저자 특유의 넘치는 활력은 10년 전과 별 차이가 없다. 질곡의 현대사를 온몸으로 살아온 저자의 경험이 권력 속에 있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지만, 자신의 인격도야에 한시도 틈이 없었음을 보여준다. 청춘을 마음가짐으로 생각하며 살아온 저자의 젊음의 끝이 어디일지, 유유자적의 결과가 어떨까 기대된다.              

     김동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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