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사는 동물과 사람을 연결시켜주는 사람



사람은 할 일이 많아 강아지가 생활의 일부
하지만 강아지는 자신을 돌보는 사람이 전부

어릴 적 아버지는 동물과 식물을 무척 좋아했다. 집에는 개는 당연하고 닭과 염소까지 있었다. 마당 있는 집이었다고는 해도 비록 변두리이지만 서울에서 염소까지 키운다는 것은 보기 드문 일이었다. 뿐만 아니라 마당 한켠에는 조그마한 온실을 만들어 놓고 각종 식물을 키웠다. 제일 많은 것은 가시가 잔뜩 달려있는 선인장으로 지금도 왜 선인장을 좋아했는지 의문이다. 일요일 오전 늦잠을 자는 기자에게 햇살을 받아야 한다며 선인장을 바깥에 내놓으라고, 해가 지면 춥다고 다시 온실에 들여놓으라고 닦달이 여간 아니었다. 그래선지 지금도 동물도 싫고 식물도 싫다. 위안삼아 ‘난 사람이 좋아’ 하며.
그런데 동물병원 원장 인터뷰라니, 눈앞이 캄캄해졌다. 어쩌랴, 일은 해야지.

장기4거리 한강동물병원

신흥 번화가로 떠오른 장기동 사거리. 횡단보도 앞 건물 1층에 자리잡은 한강동물병원. 난생 처음 동물병원 문을 열고 들어갔다. 김봉석 원장은 감기로 몸이 안좋다면서도 사람 좋은 미소를 띄며 기자를 맞아준다. 인사를 나누자마자 질문부터 했다.
-말도 안 통하는 동물을 어디가 아픈지 어떻게 치료하나
“보호자로부터 증상을 설명듣는 수밖에 없지요. 사람의 경우에도 진단이 50% 맞으면 명의라 할 수 있다고 해요. 그러니 말 못하는 동물의 병을 정확히 진단한다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입니다. 저는 오진을 줄이기 위해 들어올 때부터 행동을 유심히 관찰하고, 변의 색깔, 냄새, 꼬리와 귀의 각도까지 살피지요. 그래도 요즘은 장비가 많이 좋아져서 예전보다 진단하기에 훨씬 편해졌어요.”
-내몸이 아픈 것도 설명하기 어려운데 돌보는 동물의 증상을 말하는 건 어렵지 않나
“그래서 본질적으로 동물병원의 치료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하나씩 지워가는 일이지요. 그런데 문제는 이렇게 진료하다보면 진료비가 너무 많이 나온다는 점이예요. 의료비 부담을 신경쓰지 않을 수 없지요.”
-혹시 보험은 없나
“삼성과 롯데에서 관련 보험상품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보험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계신 사람은 많지 않아 안타깝습니다. 저번에 어떤 분은 딸 친구가 반려견을 안고 있다가 떨어뜨려 강아지의 다리가 부러진 일이 있었어요. 이럴 땐 서로 난감하죠. 보험은 이런 일도 다 해결해 줍니다.”
김봉석 원장은 “수의사는 동물을 치료하는 사람이지만 사람의 마음도 헤아릴 줄 알아야 합니다”고 수의사의 고충을 말한다. 아끼고 사랑하는 반려동물이 아플 때의 보호자의 마음을 잘 헤아려야 한다는 말일 터.

키우기 전에 신중하게 생각한 뒤 결정해야

몸살이 심한지 김 원장의 목소리가 갈라지기 시작한다. 몸이 아픈데도 열정적으로 묻는 말에 대답해 주는 김 원장이 고맙다. 얼마전 가수 이효리가 유기견 사랑으로 화제가 된 일이 있었다. 반려동물을 키우다보면 마음이 변할 수도, 상황이 바뀔 수도 있는 법. 그러다보니 버리는 일이 심심찮게 일어난다.
-유기견을 줄이는 방법이 있다면
“50대 이상 분들은 자식들도 다 분가하고 해서 반려동물이 곧 가족이지요.. 그러나 20대 젊은층들은 호기심에 키우다가 대소변을 못가린다든지, 자꾸 짖는다든지 하면 버리는 일이 곧잘 있습니다. 키우기 전에 신중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유기견 문제를 해결하려면 분양보다 입양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돼야 하지요.”
문득 강아지의 IQ도 궁금해졌다. 다들 키우는 강아지 보고 아들이니 딸이니 하지 않나. 얼마나 마음에 들기에 가족으로 생각할까.
“지능이 높은 애들은 아이큐가 70정도 나온다고 합니다. 이 정도면 의사 표현이 가능하고 어휘도 구별할 줄 알지요. 생태적으로 반려견은 어떻게 하면 주인에게 뭐 하나 더 얻을 수 있을까로 진화되어 온 동물입니다.” 김 원장도 말 할 때마다 “애”라고 표현한다.
개와 고양이 중 어느 것을 키우는 게 좋을까 물어봤다.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이 무척 많아졌어요. 고양이는 독립적인 동물이라 혼자사는 사람은 고양이를 키우는 게 좋습니다. 개는 분리불안이 있거든요. 어느 것을 키울까 고민하는 것보다는 제대로 키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한가지 예를 들어 개나 고양이나 털이 많이 빠집니다. 털 빠지는 게 싫다고 짧게 빡빡이 미용을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자연스러운 게 좋습니다. 너무 털이 짧으면 피부가 상해 피부병에 걸릴 확률이 높아지거든요.”

뒤늦게 수의사로 전직, 수의사는 매력있는 직업

경영학을 전공하고 대기업에 취직해 일을 하던 김 원장. 직장생활 1년만에 회의가 찾아왔다. 보람도 없고 스트레스는 많고 행복해 보이지 않는 선배들의 모습을 보고 이직을 결심했다.
“무엇을 할까 고민 많이 했습니다. 그러다 한의사가 되기 위해 공부를 다시 시작했는데 수의사가 보이던군요. 30살 늦은 나이에 수의학과로 전과한 후 수의사가 되었습니다. 예전엔 특별한 장비가 필요없어 돈도 많이 벌었다고 하더군요. 지금은 돈 생각하면 실망합니다. 그러나 말 못하는 동물과 교감하며 치료하는 과정은 경험하지 못한 사람은 알지 못하겠지만 보람이 굉장합니다.  좋아하는 동물과 함께하고 경제력도 어느 정도 얻을 수 있는 매력적인 직업이지요.”
김포신문 독자에게 알려 줄 반려동물을 키울 때 반드시 필요한 팁 하나 물었다.
“강아지는 서열을 중시하는 동물입니다. 강아지 입장에서 헛갈리게 하는 행동은 금물이지요. 예를 들어 누워서 가슴에 강아지를 올려놓는 행동을 하면 강아지는 자기에게 항복하는 줄 압니다. 개는 힘 쎈 놈이 약한 놈 위에 올라타는 습성이 있거든요. 그러면 개가 사람보다 우위에 있는 줄 착각하고 의기양양해져 통제가 안 됩니다. 또 하나 너무 예쁘다고 같이 자고 먹는 것까지 공유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사람이 먹는 음식을 개가 먹으면 영양 불균형으로 병에 걸리기 쉽습니다. 절대로 하면 안 됩니다.”
외롭고 쓸쓸한 현대인들은 반려동물에 쉽게 빠지기 쉽다. 하지만 제대로 키우기는 쉽지 않은 일. 김 원장은 일부러 병원을 찾기는 어렵겠지만 예방주사 접종하러 병원에 갈 때 수의사와 대화를 많이 하라고 조언한다.
“애가 치료가 잘 돼 보호자로부터 고맙다는 말을 들을 때 제일 행복합니다”는 김 원장이다.

김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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