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스는 상대에 맞추고 배려해야 완성돼”


백구두에 날 선 바지를 입고 붉은 조명 아래 낯선 여인의 손과 허리를 잡은 채 엉덩이를 살살 흔들며 빙글빙글 도는 사교춤.  흐느끼는 색소폰 소리가 흘러나오는 낡고 좁은 계단. 어두침침한 계단을 올라 문을 열고 들어서면 나타나는 신천지. 우리네 보통사람들이 상상하는 무도장의 모습일 터. 수많은 이야기가 묻혀 있을 법한 무도장을 찾아갔다.

댄스스포츠는 최고의 운동

예전 직행버스들이 수없이 드나들던 북변터미널. 터미널 상가 4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은 가파랐다. 음악소리가 새어나오는 계단을 올라 문을 여니 휘황찬란한 불빛이 빛나는 농구장 크기 만한 마루 공간 가득 음악이 흘러나온다.
현관에 들어서니 멋진 남녀가 허리를 비과학적으로 꼰 포즈로 춤을 추다 멈춘 채 고혹적인 눈빛으로 바라보는 사진들이 가득 걸려 있다. 사진의 주인공 김문식(50) 사장이 반갑게 맞는다.
-이곳은 뭐 하는 곳인가
“쉽게 말해 춤 추고 싶은 사람은 춤 출 수 있고, 춤을 배우고 싶은 사람은 배울 수 있는 학원이자 무도장입니다.”
-무슨 춤이든 다 가능한가
“다 가능은 하지요. 그러나 나이 지긋한 분들은 블루스나 지루박 등 사교춤을 추러 오지만 여기 오는 대다수의 손님들은 댄스스포츠를 즐기러 옵니다. 여기는 댄스스포츠를 배우고 즐길 수 있는 공간이지요.”
-댄스스포츠가 무엇인가
“댄스스포츠는 말 그대로 스포츠입니다. 일반 동호인도 있지만 선수도 있고 각종 대회도 있지요. 전국체전에서도 경기가 열리고 국가대표가 있어 세계대회도 자주 열립니다. 댄스스포츠는 최고의 다이어트운동이자 비용도 신발 말고는 들 게 없는 그야말로 최고의 스포츠이지요.”
-춤이 운동이라는 말인가
“댄스스포츠는 음악도 빠르고 체력적으로도 벅찬 아주 격렬한 운동입니다. 사교춤이 걷는 것이라 한다면 댄스스포츠는 달리기라 할 수 있어요.”
댄스스포츠 이야기가 나오자 열변을 토하는 김 사장이다.

블루오션아트홀은 춤 추는 사람들의 사랑방

북변동 블루오션아트홀은 오후 1시가 돼야 문을 연다. 사방이 거울로 장식된 넓은 홀. 이곳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궁금해졌다.
“이곳은 2002년 문을 열었어요. 댄스스포츠 선수를 하면서 생활의 방편으로 차렸지요. 춤을 가르치는 학원으로는 허가가 나지 않아 콜라텍으로 신고하고 문을 열었죠. 춤을 추고 싶은 사람은 입장료 5천원만 내면 하루종일 문을 닫을 때까지 춤을 마음껏 출 수 있고, 배우고 싶은 사람은 레슨비 포함 한 달에 10만원이면 되지요.”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이 시간을 보내기 위해 콜라텍이 번성한다는 말은 들었지만 춤을 즐기는 일반 사람들이 많이 있을까 의문이 들었다.
“주민자치센터에서 저렴한 비용으로 댄스스포츠를 가르치고 있어 많은 분들이 쉽게 접하고 있습니다. 그런 곳에서 댄스를 배운 사람들은 조명도 있고 음악도 있는 전문 무도장에서 춤을 추고 싶어지지요. 골프연습장에서 골프를 배운 사람들이 필드에 나가고 싶은 것과 같은 이치죠. 댄스스포츠는 파트너가 필요한데 이곳은 주로 회원제로 운영되고 있어서 파트너를 따로 구하려고 애쓸 필요도 없지요.”
춤에 한번 빠지면 미친다는데 중독성이 있어 그런 건지 물어봤다.
“춤을 추다 보면 잘 하는 사람이 눈에 보이지요. 비교가 되니까 더 열심히 하게 되요. 어려운 동작을 하나 끝내게 되면 희열도 느껴지고 더 어려운 동작을 하고 싶지요. 드레스도 신발도 더 좋은 거 사고 싶고.”
가끔 텔레비전에서 중계하는 댄스스포츠 대회를 보면 멋진 드레스에 현란한 화장을 한 여성의 손과 허리를 부여잡고 고난도의 동작을 선보이곤 한다. 모르는 남녀가 이렇듯 스킨십을 하면 느낌이 어떨까. 예전 중동건설바람이 광풍이 되어 불 때 춤바람 난 주부들 덕분에 가정이 파탄나곤 한다는 뉴스를 본 적도 있어 괜한 걱정이 앞선다.
“일반인들이 보는 것과는 달라요. 신체접촉이 있는 운동이지만 댄스스포츠는 한 단계 한 단계 습득하고 발전하는 운동이라 춤에 몰두하다보면 그런 생각이 들 수 없지요.”
김 사장의 말을 들으니 졸지에 색안경 쓰고 보는 허접한 사람이 돼 버렸다.

청주시장배 댄스스포츠대회에서 열연하고 있는 김문식 대표
춤은 내 인생, 많은 사람에게 보급하고 싶어

김문식 사장은 고교 때 스포츠댄스에 입문하고 대학과 대학원에서 스포츠댄스를 전공하고 전국체전에 선수로 출전하고 국내외 굵직한 대회에서 입상한 전문가다.
“어렸을 때부터 그냥 춤이 좋았어요. 제가 어렸을 때만 해도 댄스스포츠를 전공하는 사람이 별로 없을 때라 춤을 배우려면 선생님들을 찾아 다녔어야 했어요. 외국에까지 자비로 나가 선생님을 찾아다녔지요.”
춤을 전공하고 선수로 대회에 출전하며 댄스스포츠 외길 인생을 걸어온 김문식 사장. 선수로만 생활을 할 수 없어 레슨도 하고 보급도 할 겸 학원이자 무도장을 열었다.
“학원을 열려고 하니 교육청에서 허가를 내주지 않더군요. 학원으로 허가해 달라고 소송까지 냈어요. 그러다 지난 2007년 대법원에서 춤 학원도 가능하다고 판결이 났는데도 아직은 서울을 제외하고는 허가가 나오지 않아 안타깝지요.”
춤을 추며 춤을 보급하며 지내온 반평생. 하지만 김 사장은 아직 배가 고프다.
“춤을 즐기는 사람이 많이 늘어서 댄스스포츠가 활성화됐으면 좋겠어요. 김포는 농촌도시라 아직 완고한 분위기가 남아 있어서 서울이나 이웃 일산보다는 많이 처져 있지요. 김포에는 아직 댄스스포츠 협회도 조직되어 있지 못해 대회도 경기도 협회 자격으로 참가해야 하지요. 이런 면에서 김포시의 지원도 아쉽습니다.”
김 사장은 어린 꿈나무들도 많이 키워냈다. 이곳에서 댄스스포츠를 배워 대학교에 장학생으로 입학한 학생도 하나둘이 아니란다.
“춤은 장소도 날씨도 구애받지 않고 즐길 수 있는 좋은 운동이지요. 동작을 습득하다보면 만족감이 생겨 술도 먹지 않게 되요. 더군다나 댄스는 혼자 할 수 있는 운동이 아니고 상대에 맞춰야 완성하는 운동이기 때문에 상대에 대한 배려심이 생기게 됩니다. 다른 종목의 운동은 자기가 잘해야 빛이 나지만 댄스는 그렇지 않지요. 이기적이었던 사람도 댄스를 하다보면 자기중심에서 벗어나 100% 상대의 수준에 맞추게 돼 매너 좋은 사람이 되지요.”

대한댄스스포츠경기연맹에서 심사위원으로 활동하며 댄스스포츠의 보급과 경기력 향사에 힘쓰고 있는 김문식 사장. 김 사장의 바람대로 블루오션아트홀이 김포 댄스스포츠의 요람으로 자리잡기를 기대해 본다.        

김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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